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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워 대통령 주사 더이상 못놓겠습니다"



법조

    "무서워 대통령 주사 더이상 못놓겠습니다"

    (사진=자료사진)

     

    전직 대통령의 주사 투여나 건강 문제를 더이상 거론하는 것이 무슨 필요가 있을까?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고 있는 비선 진료 의료인들에 대한 재판을 지켜 보면서 가끔 묻게 된다.

    어떤 이는 대통령 주사 처방은 '사생활'이라며 꼬치꼬치 비선진료 행위를 보도하는 것을 나무란다. 하지만 재판을 참관해 보면 박 전 대통령 시절 대통령에 대한 진료체계가 아주 심각하게 붕괴돼 있었다는 합리적 의심을 갖게 된다.

    대통령 건강정보는 국가 2급비밀로 돼있다. 대통령중심제 국가에서 대통령 건강은 '개인'차원에 머물지 않고 국가 안보와 직결돼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단순한 흥미거리로 치부할 수 없다.

    특히 국회는 특검법을 통해 비선 진료행위를 파헤치고 추궁하도록 허용했다. 첫번째 이유는 세월호 7시간 의혹 때문이지만 국가 지도자의 건강 문제를 제도가 이닌 비선진료에 떠맡겨서는 안된다는 국민적 요구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박 전 대통령 관련 비선 진료 재판은 현재 서울중앙지법 3개 재판부에서 동시에 돌아가고 있다.

    첫번째는 의료법 위반과 뇌물 공여 등의 혐의로 기소된 성형의 김영재(57) 원장과 그의 부인 박채윤(48)씨, 김상만(55) 전 대통령 자문의에 대한 재판(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김태업)이다. 이 재판은 비선 진료 공판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돼 다음달 18일 선고가 이뤄질 예정이다.

    두번째는 전 대통령 자문의 정기양 씨(세브란스병원)와 최순실 일가의 주치의 격인 이임순 씨(순천향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김상만 전 자문의에 대한 위증죄 관련 불구속 공판이다.

    마지막으로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 김선일) 심리로 열리고 있는 이영선 행정관의 의료법 방조 위반과 위증죄 관련 재판이다.

    재판부마다 쟁점이 조금씩 달라 특검 수사 결과나 재판에 출석한 증인 증언을 통한 박 전 대통령의 비선 의료 실태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기는 아직 이르다. 다만 주사제를 투여한 간호사 또는 간호 조무사들의 증언을 통해 무너진 대통령 진료 체계의 일단은 확인해 볼 수 있다.

    ◇ "무서워 대통령 주사 더이상 못하겠다"

    간호조무사 출신인 박 모씨는 14일 이영선 행정관의 의료법 방조 위반 혐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박씨는 2005년 서울 강남 신사동 모 교회에서 최순실씨를 처음 알게 됐다.

    최씨는 박씨가 간호조무사 출신이라는 사실을 알고 종종 주사를 투여해달라고 했다. 박씨는 2012년 한나라당 의원이었던 박 전 대통령을 삼성동 집으로 찾아가 주사를 놓았다.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주사 투여도 계속됐다.

    박씨는 박 전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가 된 다음부터 이영선 행정관(당시 경호)에게 직접 호출을 받아 삼성동 사저에 갔다. 박씨는 법정 증언에서 "이영선씨 전화가 오면 주사를 놓으러 삼성동 집에 오라는 것으로 알았고 삼성 2동 주민센터 앞에서 이씨를 만나 승합차를 타고 집으로 들어 갔다"고 전했다.

    박씨가 삼성동 집에 도착하면 각종 비타민제를 섞어 만든 태반주사나 수액주사액이 늘 준비돼 있었다고 한다. 당시 차움병원 의사였던 자문의 김상만씨가 공급한 것들이었다.

    박씨는 당선자 시절에도 두차례 삼성동 집에서 주사를 놓았고 대통령 시절에는 청와대 안가로 들어가 4번 주사를 투여했다. 박씨는 "주사를 놓을때마다 1시간에서 1시간 30분 가량 대통령과 단 둘이 한방에 머물렀고, 저녁 7시 30분경 청와대로 들어갔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박씨는 2013년 당시 청와대에서 마지막으로 4번째 주사를 놓고 이영선 행정관에게 "더이상 대통령 주사를 놓지 못하겠다. 무서워 못하겠다.다시는 연락을 하지 말라"고 말했다.

    그러나 재판에서 박씨가 왜 무서워 더이상 주사를 못놓겠다고 했는지 는 파악되지 않았다. 이영선 행정관의 의료법 방조위반죄가 쟁점이었기 때문에 그 이유를 설명할 이유가 없었다.

    추정컨데 박씨는 이미 2009년 불법 주사처방을 한 혐의로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고,당시 현직 대통령과 단 둘이 한방에서 의사 대동도 없이 주사투여를 지속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자료사진)

     

    ◇ "입으로 먹는 경구용 약 꺼려 주사제 투여"

    박근혜 전 대통령의 주사사랑은 경구용 약, 즉 입으로 먹는 약을 꺼렸기 때문이라는 증언도 나왔다.

    김상만 자문의 밑에서 15년간 간호사로 일한 윤 모씨는 2011년 초부터 최순실씨가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의원을 데리고 왔으며 차움 의원에서 안티에이징 전문가인 김상만씨가 진료를 담당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윤씨는 박 전 대통령에게 태반, 감초, 미네랄 주사를 투여했다고 밝혔다. 물론 모든 병원 진료기록은 최순실과 최순득 이름으로 기재했으며 박 전 대통령의 치료비는 최씨 개인비서 였던 안모씨가 정산을 했다고 덧붙였다.

    윤 씨는 증언에서 "김상만 자문의가 1층에 지금 청와대 손님이 와있는데 대통령 혈액을 받아오라고 말해 대통령 혈액검사를 두 번 한 적이 있는데 찜찜한 생각이 들었고 그런 얘기를 김상만씨에게 토로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김상만 자문의가 박 전 대통령을 진료한 횟수가 2011년 2월부터 2016년 2월까지 무려 80여차례나 이른다는 사실도 공개됐다. 김 자문의는 본인이 직접 청와대에 들어가 대통령을 진료하고 주사제를 처방했다.

    김씨는 "대통령이 경구용 약을 기피해 태반,백옥 등 주로 주사제로 처치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박 전 대통령이 주사제를 편한 시간이 맞겠다며 놓고 가라고 해 처방 설명서를 놓고 나온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상만씨는 "전달한 주사제는 누가 투여했을 것으로 생각하냐"는 검사 물음에 "당시는 간호 장교가 놓았을 것으로 생각했지 잘 모른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이병석 주치의 시절에는 "대통령 진료를 어떤 절차를 따라 해야 하는지 설명이 없어 그냥 혼자 드나들었고 경호원으로 보이는 여자 한명만 함께 있었다"고 설명했다.

    ◇ 통증면역 주사도 한달 1-2회씩 투여

    박 전 대통령은 또다른 척추 전문병원인 고도일 병원에서도 "꼬리뼈를 다쳤다"며 인대강화주사를 맞았다.

    이 병원에 근무했던 문 모 간호사는 "박 전 대통령이 대선때 선거운동으로 체력이 떨어져 힘들다고 찾아와 통증 면역주사 처방을 받았고 직접 주사를 놓았다"고 증언했다.

    통증면역주사는 비타민 B와 C등을 섞은 혼합 비타민제이다. 박 전 대통령은 2013년 하반기 "발목을 삐끗했다"며 고도일 원장을 청와대로 직접 불러 처방을 받았다.

    문 간호사는 "그 날 이후 청와대에서 고도일 원장을 찾았지만 연락이 안되면 고 원장의 허락을 받고 인대 치료를 할때는 1-2주에 한번씩, 통증면역주사를 놓을때는 한달에 1-2차례씩 청와대 안가에 들어가 직접 주사를 놓았다"고 말했다.

    문씨는 1년 6개월 동안 청와대에서 주사를 놓아 주고 병원을 그만둔 뒤에는 청와대에 더이상 들어가지 않았다.

    문씨는 "대통령이 해외 순방만 다녀오면 통증주사를 맞았기 때문에 해외순방이 끝나면 당연히 (주사 놓으러) 청와대에 들어 가는 것으로 알았다"고도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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