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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중남미

    트럼프가 때릴수록 언론들은 웃는다

    • 2017-02-27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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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일 언론 때리기 나선 트럼프 대통령, 외려 언론과 적대적 공생관계 형성

    뉴욕타임즈(NYT)가 아카데미 시상식 중계방송에 내보낸 TV광고. (NYT 광고 캡쳐)

     

    현지시간으로 26일 미국에서 열리는 아카데미상 시상식 TV 광고에 뉴욕타임즈가 등장했다. 신문인 뉴욕타임즈가 TV광고를 내는 것은 10년만에 있는 일이다.

    광고는 하얀 배경에 등장인물 없이 뉴스보도와 시위구호 등이 배경음으로 깔리면서 ‘진실은(The Turth is...)'로 시작되는 논쟁적인 문장들이 빠르게 흘러나온다. 그러다 맨 나중에 배경음이 사라지면서 “진실은 찾기 어렵다” “진실은 알기 어렵다” “진실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하다”라는 세 문장으로 광고는 끝이 난다.

    이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세운 ‘가짜 뉴스’ 프레임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게 불리한 보도를 이어온 주류 언론들을 ‘가짜 뉴스’라는 이름표를 붙여 근거도 없이 자신을 끌어내리는 뉴스일 뿐이라고 폄하하고 있다.

    뉴욕타임즈는 광고를 통해 트럼프의 ‘가짜 뉴스’에 정면으로 의문을 제기하면서 자신들이 진실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을 역으로 부각시키는 전략을 사용했다.

    그러자 또 트럼프가 반격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서 “망해가는 뉴욕타임즈가 망해가는 명성을 되살리기 위해 광고-나쁜 광고-를 한다고 한다. 그냥 정확하고 공정한 보도나 하시지”라며 비아냥댔다.

    "광고할 시간에 정확, 공정한 보도나 하라"고 비아냥 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트위터)

     

    하지만 이런 트럼프의 태도는 오히려 반대자들을 뉴욕타임즈로 집결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뉴욕타임즈의 딘 베케이 편집국장은 이날 CNN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이 트윗할 때마다 구독이 아주 많이 늘어난다”며 “구독전략에 트럼프 대통령이 최고 좋다”고 말할 정도였다.

    이런 현상은 비단 뉴욕타임즈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니다. 그동안 시청률 추락에 힘겨워했던 케이블 방송들도 지난해 대선과 올 초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친/반 트럼프를 막론하고 뉴스와 정치대담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크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 폭스 뉴스 시청률은 1년 전 같은 달보다 26%가 올랐고, 트럼프의 공격을 받고 있는 CNN도 시청률이 15% 상승했다. 트럼프 효과로 찬반 진영이 뚜렷이 갈리면서 서로 선호하는 언론매체로 집결하고 있는 분위기다.

    때문에 트럼프가 백악관 기자단 만찬을 보이콧하고, 백악관 비공식 브리핑에 일부 매체를 노골적으로 제외하면서까지 연일 언론 때리기에 나서고 있지만, 미국 현지 언론들은 오히려 자신의 색깔을 더욱 분명히 하면서 구독자 또는 시청자/청취자 끌어들이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방송들은 정치 패널을 더 보강하거나 트럼프 지지 인사 또는 트럼프의 공격을 받은 인물을 앵커로 기용하고 있다. 신문들도 NYT는 TV광고를 했고,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22일부터 자사 홈페이지에 '민주주의가 암흑 속에서 사망한다'(Democracy Dies in Darkness)는 새로운 로고를 선보였다.

    언론은 화젯거리를 갈구하고, 트럼프는 언론을 때릴지언정 언제나 화제를 몰고 다닌다.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보면, 트럼프와 미국 언론의 ‘적대적 공생 관계’는 당분간 중단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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