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노컷뉴스

''떫은 맛''의 미학

  • 0
  • 0
  • 폰트사이즈

생활/건강

    ''떫은 맛''의 미학

    • 0
    • 폰트사이즈

    [박찬일의 와인스캔들]

     

    ''떫거든 시지나 말지''라는 속담이 있다. 어떤 상황이나 사람의 성격 등이 별로 좋지 않고 까칠하다는 의미로 쓰인다. 물론 원래는 과일의 맛에서 온 것이다. 떫고 신 과일은 별 볼일 없다.

    그런데 포도로 만드는 와인은 좀 떫고 시어야 좋은 것일 가능성이 짙다. 왜 그럴까.

    실제 와인을 마셔보면 단맛도 좀 있지만 대부분 떫고 신맛이 난다. 와인에서 떫고 신맛은 부정적이라기보다 긍정적인 의미로 쓰인다. 실제 좋은 와인을 감정하는 전문가들은 이런 맛이 나지 않으면 감점요인으로 본다. 또 오래 저장할 수 없어서 비싸게 팔리기도 힘들다.

    그렇다면, 왜 포도만은 떫고 신 것을 강조할까. 엄밀히 말해서 떫은 것은 맛이 아니라, 일종의 물리적 자극이다. 매운맛이 맛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떫으면 타닌이 많다는 뜻이다. 타닌은 와인의 품질을 결정하는 아주 중요한 요소다. 특히 오래 숙성해서 마시는 레드와인은 타닌이 적으면 절대 불가능하다.

    타닌은 와인의 구조를 탄탄하게 하고, 숙성의 열쇠를 쥐고 있다. 그래서 고급 와인은 이 타닌이 아주 많으며, 질이 뛰어나다는 말을 한다.

    타닌은 주로 검은 포도의 껍질과 씨 속에 들어 있다. 포도껍질과 씨를 씹으면 떫은맛이 우러난다. 반면, 청포도는 이 성분이 적어서 덜 떫다.

    타닌은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할까. 포도를 압착해서 눌러 짜서 발효시키면 와인이 되는데, 타닌도 함께 눌러 짜져서 들어 있다. 이것이 와인의 구조를 탄탄하게 만들어준다.

    만약 타닌이 없다면 와인의 무게감도 별로 느낄 수 없을 것이다. 또 오래 숙성할 수 있는 튼튼한 뼈대를 원한다면, 타닌이 충분해야 한다.

    이 타닌은 오래 숙성되면 성질이 변한다. 어렸을 때는 까칠하고 조여드는 성질이 강해서 성급하게 느껴지지만, 숙성되면서 나이가 들면 부드러워진다. 타닌의 분자구조가 바뀌기 때문이다. 탄탄하게 서로 연결되어 있던 분자들이 헐거워지고 풀려서 부드러운 맛을 낸다. 이런 상태를 두고 와인애호가들은 "와인이 원만해지고 숙성되어 부드러워졌다"고 말한다.[BestNocut_R]

    보통 레드와인은 오래 숙성할 수 있고, 화이트와인은 숙성시키지 않고 빨리 마셔야 한다. 바로 타닌 때문이다. 타닌의 함량이 숙성의 열쇠를 쥐고 있는 셈이다.

    같은 레드와인이라도 보졸레누보는 아주 짧은 숙성을 거쳐 마셔야 한다. 보졸레누보의 포도 품종인 가메는 타닌 자체가 훨씬 적다. 그리고 타닌의 성질도 단단하지 않다. 그래서 빨리 마실 수 있다.

    다른 포도품종, 예를 들어 우리들이 좋아하는 카베르네 소비뇽은 타닌이 거칠고 양이 많아서 빨리 마실 수 없다.

    이탈리안 셰프, ''와인스캔들(넥서스)'' 지은이 박찬일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