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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취임 한 달…"4년 같았던 4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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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중남미

    트럼프 취임 한 달…"4년 같았던 4주"

    • 2017-02-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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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취임 한 달] 러시아 커넥션부터 이민금지령까지…논란에 빠진 미국

    더 투나잇 쇼의 진행자 지미 팰런이 트럼프 대통령으로 분장해, "많은 일을 했다. 무려 지난 4주를 마치 4년처럼 느껴지도록 만들었다"고 말하며 풍자하고 있다. (팰런 투나잇 트위터)

     

    미국 NBC의 유서깊은 심야 토크쇼 ‘더 투나잇 쇼’에서 진행자 지미 팰런은 트럼프 대통령으로 분장해 그의 기자회견을 풍자하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엄청난 진전을 만들어냈습니다. 사실 어느 미국인에게나 물어보더라도 그들은 내가 지난 4주를 마치 4년처럼 느끼도록 만들어줬다고 할 겁니다.”


    20일이면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지 꼭 한 달째가 되는 날이다. 팰런의 말처럼 지난 4주는 마치 4년을 방불케하는 대형 사건의 연속이었다.

    ◇ 트럼프 발목 잡은 ‘러시아 커넥션’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를 시작하기 전부터 러시아와 관련한 추문에 시달렸다. 취임 직전 러시아 정보기관이 미국 민주당의 이메일을 해킹해 대선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트럼프의 당선을 도왔다는 의혹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인터넷 뉴스매체 버즈피드가 트럼프 취임 9일을 앞두고 전직 영국 정보요원이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35쪽 분량의 정보보고 문건을 공개하면서 파장은 일파만파로 퍼져나갔다.

    해당 문건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모스크바의 한 호텔 스위트룸에서 매춘부들과 변태 행각을 벌였고, 해당 장면을 촬영한 영상을 러시아 정보기관이 협박용으로 갖고 있다는 내용을 비롯해, 트럼프 측근들이 러시아 고위관계자들과 수시로 비밀회동을 했다는 내용 등이 담겨있어 미국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트럼프 대통령과 그 측근들이 러시아와 연계돼 있다는 이른바 ‘러시아 커넥션’ 의혹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에도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핵심 측근인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백악관에 입성하기도 전에 러시아 대사를 만나 대러시아 제재 해제를 논의한 사실이 폭로되면서, 결국 지난 13일 자진 사임하는 사태를 맞게 된다.

    러시아 커넥션 의혹으로 사임한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백악관 제공 영상 캡쳐)

     

    설상가상으로 러시아의 미 대선 해킹 사건을 수사 중인 미국 사법당국과 정보기관들이 대선 1년 전 트럼프의 핵심 측근들과 러시아의 고위 정보관계자가 반복적으로 연락을 주고 받은 통화 기록을 입수했다는 내용까지 언론에 폭로됐다.

    앞으로 수사결과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러시아 게이트’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어, ‘러시아 커넥션’ 의혹은 여전히 폭발력이 큰 이슈로 남아 있다.

    ◇ 미국 사회 양분한 ‘반 이민 행정명령’...법원에 굴복 않고 “2탄 준비 중”

    ‘러시아’와 함께 미국 전역을 논란으로 몰고 간 또 하나의 이슈가 바로 ‘반(反) 이민 행정명령’이다. 이란, 이라크와 리비아, 소말리아, 수단, 시리아, 예맨 등 이슬람권 7개 국가의 국민들의 입국을 90일 동안 전면 금지하고, 난민 신청도 120일 동안 받지 않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지난달 27일 행정명령이 발동된 직후 미국 공항에서는 해당 국가 국민들이 미국에 입국하지 못하고 도로 돌아가는 일이 벌어지는가 하면, 심지어 영주권자들도 입국이 막히는 등 일대 혼란이 빚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행정명령이라고 주장했지만, 이들 7개 나라 국민들이 테러를 저지를 위험이 있다는 근거가 빈약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더욱이 이슬람권 국가 국민들을 콕 집어 입국을 금지하면서 미국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종교의 자유와 이동의 자유를 위반하고, 이민자의 나라인 미국의 정체성을 도외시한 처사라는 비판이 곳곳에서 일어났다.

    결국 논란 끝에 지난 3일 시애틀 연방지법의 로바트 판사가 워싱턴 주와 미네소타 주가 신청한 소송을 받아들여, 반 이민 행정명령의 효력을 전국적으로 정지시키는 결정을 내리면서 반 이민 행정명령은 1주일 만에 힘을 잃었다.

    이후 지난 9일에는 샌프란시스코 제9 연방항소법원도 행정명령의 효력을 되살려 달라는 연방정부의 항소를 기각하면서 사실상 반 이민 행정명령은 유명무실한 상태가 됐다.

    그러나 ‘지고는 못 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질이 다시 발동됐다. 그는 반 이민 행정명령을 대체할 새로운 행정명령을 이번 주에 내놓겠다고 밝혀 다시금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켈리 국토안보부 장관은 18일 기자들에게 “이슬람권 7개국 국민들에 대한 입국금지가 다시 내려질 가능성이 높고 다만 영주권자나 기존에 비자를 발급받은 사람들은 입국이 허용될 것”이라며 대략적인 내용을 시사하기도 했다.

    미국 사회는 트럼프의 이민 금지령을 놓고 정확히 양분돼 있다.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의 설문조사에서는 찬성이 55%로 찬성이 더 우세한 것으로 나오기도 했다. 반 이민 행정명령 2탄이 발표될 경우 미국은 또다시 찬반 논쟁에 휩싸일 전망이다.

    ◇ 외국 정상도 언론에도 “관례는 없다”...파격 또 파격

    기존의 외교관례를 싹 무시한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 외교 스타일도 취임 한 달도 안 돼 도마에 올랐다.

    멕시코 니에토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는 “나쁜 놈들을 멕시코 군대가 막지 못한다면 미국 군대를 보내겠다”며 내정 간섭도 불사하는 발언을 하는가 하면, 호주 턴불 총리와 통화하면서는 호주가 수용 중인 난민을 미국으로 보내는 문제를 얘기하다 트럼프가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기도 했다.

    그러나 일본의 아베 총리가 마치 ‘조공’을 연상케하는 같은 대규모 투자 건을 들고 찾아오자 트럼프는 이례적으로 자신의 호화리조트에 초대해 골프를 치면서 주말을 같이 보내는 등 파격적인 대우를 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만나게 될 외국 정상들에게 어떤 선물을 준비해야 하는지 고민에 빠지게 만들었다.

    관례를 무시하기는 언론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당선 후 첫 기자회견에서 기자들과 고성으로 언쟁을 벌이는가 하면, CNN 기자에게는 질문기회를 거부하는 등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런 적대적 언론관은 지난 16일 열린 돌발 기자회견에서 더욱 노골화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유튜브 캡쳐)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의혹을 폭로한 주류 언론들을 싸잡아 ‘가짜 뉴스’라고 몰아세웠고, 심지어 자신에게 우호적인 매체를 골라 질문 기회를 주는 등 격식을 파괴한 날선 기자회견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 지고는 못 사는 트럼프, “차라리 욕먹는게 낫다"

    한 달 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보면, 그는 기본적으로 자신이 지고 있는 상황을 용납하지 않는다. 반 이민 행정명령이 사법부에 막히자 ‘이른바 판사라는 작자(so called judge)’라면서 공격을 퍼붓는다.

    헌법이 보장한 삼권분립 원칙 위반이라는 논란도 아랑곳 않은 채, 반 이민 행정명령 2탄을 준비해 반전을 노린다. 논란의 중심에 설지언정 절대 지는 모습은 보여줄 수 없다는 의지가 읽힌다.

    러시아 커넥션 의혹에서도 마찬가지다. 의혹을 폭로한 언론을 모두 싸잡아 ‘가짜 뉴스’로 규정하고 외려 그들과의 싸움에 나선다. 해당 언론에 정보를 유출한 ‘유출자’들을 색출하겠다고 공언하는가 하면, ‘언론의 필터를 거치지 않고 직접 설명하겠다’며, 취임 한 달을 맞아 자신의 텃밭인 플로리다에서 지지자들을 규합한 대규모 연설에 나서 자신감을 재충전하기도 했다.

    논란의 중심에 설지언정 지고는 못사는 그의 성격상, 그의 재임 기간 동안 미국이 조용할 것을 기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것으로 전망된다. 여전히 러시아 커넥션이 그의 발목을 잡고 있고, 반 이민 행정명령 2탄은 또 다른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 코리아 대응은 정중동...조용하지만 꾸준하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난 한달 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의 동맹관계는 과거와 다름없이 가져가려고 하고, 북한 문제도 의외로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매티스 미 국방장관의 첫 해외 방문지로 한국을 선택하고, 굳건한 한미동맹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의미가 크다. 그리고 이란의 미사일 발사 실험에 격분해 곧바로 제재를 가한 것과 달리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거의 언급을 삼가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나 반 이민 행정명령 발동, 키스톤 송유관 공사 재개, 금융규제 철폐 등 지금까지 자신이 공약한 내용을 어떤 식으로든 지키려는 모습을 보여왔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이나 한미FTA 재협상 등의 문제도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트럼프 행정부가 문제제기에 나설 것이 분명해 보인다.

    북한에 대한 제재 또한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중국 왕이 외교부장에게 “모든 수단을 활용해 북한을 저지해달라”고 촉구하면서 움직임이 시작됐다. 앞서 중국이 북한산 석탄 수입을 금지한 것도 주목할 만 하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고, 트럼프가 이를 더욱 부추기는 모습마저 보이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행정부는 공약한 방향대로 꾸준히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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