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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아내' 고소영 "드센 아줌마? 걸크러시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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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아내' 고소영 "드센 아줌마? 걸크러시 캐릭터"

[노컷 인터뷰] 10년 만에 돌아온 고소영 ①

2007년 SBS '푸른 물고기' 이후 10년 만에 KBS2 '완벽한 아내'로 돌아온 배우 고소영 (사진=KBS미디어 제공)

 

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카페. 칼바람이 부는 날씨에도 수많은 취재진이 모였다. 인터뷰 장소로 정해진 널찍한 테라스가 꽉꽉 들어찰 만큼. 배우 고소영이 돌아온다. 배우 장동건과의 결혼 후 7년 만이고, 마지막 작품을 거슬러가면 무려 10년 만이다.

자연히 질문이 쏟아졌다. 제작발표회, 기자간담회 현장에서 '첫 질문'이 나오기까지는 약간의 버퍼링이 있는데 오늘은 그렇지 않았다. 1시간 내내 여기저기서 질문이 나왔다. 오랜만에 취재진 앞에 선 고소영은 다소 긴장한 기색을 보였으나, 금세 여유롭게 답변을 해 나갔다.

고소영은 '화랑' 후속으로 편성된 KBS2 월화드라마 '완벽한 아내'(연출 홍석구, 극본 윤경아)에서 돈 없고, 사랑(잠자리) 없고, 복 없는 3무 인생에 맞짱을 선언한 대한민국 '보통 주부' 심재복 역을 맡아 안방극장을 찾을 예정이다.

심재복은 불안정한 고용 환경 속에서도 가족을 위해 악착같이 버텼지만, 남편 구정희(윤상현 분)의 외도를 시작으로 미스터리한 주부 이은희(조여정 분)와 사건에 휘말리며 흙탕길을 걷는다. 심재복의 우먼파워를 그릴 화끈한 줌마미코(아줌마+미스터리+코믹) 드라마 '완벽한 아내'는 윤경아 작가와 홍석구 감독이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고소영은 다시 연기에 임하는 '배우'이자, 한 사람의 '아내'이자, 두 아이의 '엄마'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다음은 고소영과의 일문일답.

- 10년 만에 '완벽한 아내'의 심재복 역으로 돌아왔다.

"10년 만에 컴백이라는 걸 사실 많이 못 느꼈던 것 같다. 결혼하고 아이 둘 낳으면서 정말 정신없이 보냈다. 작품은 들어왔는데 (그걸 할 만한) 여유가 없었다. 지금은 이 시기가 아니면 다시 내 일을 찾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복귀하는데 너무 폼나고 이런 것보단, 조금 더 친근한 작품을 선택하고 싶었다. 더 리얼리티도 있고. 사실 우리 작품이 되게 현실감이 있지만, 어떤 면에서는 굉장히 드라마적인 요소도 많다. 대중들이 생각하는 저는 새침하고, 집에서도 매일 스테이크 먹을 것 같은 이미지인데 (웃음) 사실 그렇지 않다. 집에서도 어디 나갈 때도 편하게 다닌다. 매체에서 보이는 모습이 화려하다 보니… ('완벽한 아내'는) 배우자의 배신, 외도 같은 직접 일어나진 않았어도 (결혼한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다 상상해 볼 수 있는 상황에 처한 재복이란 인물을 다룬다. 인물에 공감이 가고 그 감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선택하게 됐다."

- 작품 출연을 결정하면서 조언을 구한 사람이 있는지.

"감독님이 굉장히 좋으셔서 아이 볼 시간을 좀 주셨다. 그래서 생각보다 밸런스를 맞춰갈 수 있었다. 주변에서는 나가서 여자가 일하는 것에 대해 굉장히 응원을 많이 해 줬다. 신랑이 지금은 아무 일도 안 하고 (웃음) 집에서 몸 만들기를 열심히 하면서 육아를 많이 도와주다 보니까 저는 마음이 좀 편하다. (신랑이) 그 얘기를 많이 했다. '그동안 수고했고 마음 편히 나가서 네 일 하라'고. 그런 점들이 촬영장에서 재복이한테 몰두할 수 있게 만들어준 것 같다."

9일 공개된 KBS2 '완벽한 아내' 티저 영상. 고소영은 대한민국의 평범한 주부 심재복 역을 맡았다. (사진='완벽한 아내' 티저 캡처)

 

- 공개된 티저 영상(링크)을 보니 파격적이더라. 괄괄한 주부 역인데, 잘 해 보지 않은 역할이다. 어려운 점은 없었나.

"사실 저는 성격이 굉장히 털털하다. 예민한 부분도 분명히 있지만. 힘쓰는 것도 좋아하고. 성격이 급해서 남한테 뭘 해 달라고 해 놓고 막상 제가 먼저 하는 식이다. 스스로 피곤한 성격? 걸걸하고 터프한 캐릭터가 제 성격과 동떨어졌다는 생각은 안 했다. 스태프 분들도 제가 워낙 힘이 센 걸 알아서 '재복이는 진짜 들을 수 있을 것 같아' 라면서 무거운 소품도 갖다놓고 그런다. (웃음)"

- 드센 아줌마 역할을 하는 것이 잘 상상되지 않는데.

"드라마 상에서 드센 아줌마라고 표현했는데 저는 좋게 걸크러시라고 말하고 싶다. (작품 만난 시점이) 보이시하고 걸크러시한 인물에 매료된 시점이었다. 크리스틴 스튜어트 이런 사람들 보면서, 여자가 보기에도 멋있다… 하는 시기. 드세고 억척스럽다기보다, 재복이는 씩씩하고 되게 자립적인 여성인 것 같다. 저도 독립적이고 스스로 해결하려는 편이고 많이 의지하는 성격이 아니다. 대한민국에선 여자가 뭘 막 하면 굉장히 세다, 아줌마 이런 표현을 하는데 안타깝다. 힘들게 살아도 다 자기 나름대로의 기준을 갖고 자기자신에 대해 관리를 훨씬 잘하는 시대다. 옷 하나를 입더라도 자기한테 잘 맞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 폭도 넓어지고, 그런 현명한 주부들도 많다고 생각한다. 외모적인 면 때문에 (제가 재복 역과) 안 어울린다는 얘기해 주시는 부분이 있다. 그건 제가 좀 더 진정성 있게 재복이를 이해하고 다가서면서 풀어야 할 숙제인 것 같다."

- 티저 영상에서 보면 첫 대사가 '나랑 하는 게 그렇게 싫어?'다. 이런 모습은 연기한 심정은.

"참담하죠. 참담. (웃음) 자존심도 좀 상하고. 남자한테 버림받은 건 아니지만 너무 참담할 것 같다. 요즘 100세 시대인데 한 배우자를 보면서 살기가, 현실적으로 유혹이 많을 수 있다고 본다. 남자든, 여자든. 근데 드라마적인 요소니까… 참 말하기 난감하다. (웃음) 부부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본다. 피곤할 수 있다. 저도, 신랑도. 저도 이해한다. (웃음)"

- 세입자 심재복의 사정을 맞춰주는 갓물주(갓+건물주)면서 심재복을 미스터리한 위기로 이끄는 이은희(조여정 분)와의 관계가 신선하다. 여성 캐릭터 2명이 전면에 나서는 드라마가 드문데, 이런 점이 작품 선택에 영향을 주었는지 궁금하다.

"'완벽한 아내'가 그냥, 평범한 가정에서 일어나는 그런 스토리이기만 했다면 사실 매력을 못 느꼈을 것 같다. 여기에 미스터리라는 장르가 들어가면서 독특하단 생각을 했다. (이은희는) 거기에 당연히 필요한 인물이었기 때문에 굉장히 흥미롭게 받아들였다."

- 각각 남편과 직장 동료로 나오는 윤상현과 성준(강봉구 역)과의 호흡은 어땠는지.

"'시크릿 가든', '쇼핑왕 루이' 같은 전작을 재밌게 봤다. 윤상현 씨는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다르지 않아, 서먹한 것 없이 금방 친해졌던 것 같다. 굉장히 영리하게 연기를 하신다. 연구를 많이 해 오신다. 가끔 너무 만화적인 액션할 때가 있어서 준비해 오셨으면 제게도 얘기해 달라고 할 때가 있다. 성준 씨는 사실 그렇게 안 봤는데 나이가 굉장히 어리더라. 90년생이라 '어떻게 해야 되지?' 그런 생각을 했다. 90년생이니 저한테 얼마나 귀엽겠나. 또, 현장을 재미있게 하려고 4차원적인 개그를 하는데 그런 것도 굉장히 매력적이다. 대본 리딩 전에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많이들 도와주셔서 어색함을 빨리 깰 수 있었다."

고소영은 '완벽한 아내'에서 윤상현과 부부 역할로 나온다. (사진=KBS미디어 제공)

 

- 심재복과 비슷한 면이 많아 공감하면서, 대본에 밑줄도 많이 치고 디테일한 코멘트를 단다고 들었다. 뭐라고 쓰는지 내용을 살짝 공개한다면.

"재복이 분량이 워낙 많다. (전체의) 80% 정도다. 순서대로 촬영하는 게 아니라 앞뒤 상황도 많이 살펴야 했고, 감정도 강, 중, 약 이렇게 다양해서 조절을 많이 해야 했다. 제가 고민했던 건, '정말 남편이 바람을 피웠는데 이렇게 웃기게 해도 될까?' 하는 거였다. 어쨌든 재복의 상황이 재밌는 거지 캐릭터가 그런 건 아니어서 그걸 조절하려고 노력했다. 씬마다 이때는 어떤 감정인지를 적어놨다."

- 10년 만에 복귀했는데 촬영 현장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신랑이 (상대역을) '내가 해 줄까?' 했다. '자기가 찌질이 역할 할 수 있겠어?' 하니까 잘할 수 있다고 하더라. 그런데 너무 민망해서 못하겠더라. 캐릭터 분석하는 친구와 (대본리딩) 하면서 재복이를 좀 더 이해하게 됐다. 리딩했을 때는 흥분된달까, 되게 기분 좋은 설렘이 있었다. '내가 진짜 촬영을 하는구나', 'D-day가 왔구나' 하는 두려움과 설렘이 촬영 바로 전날 너무너무 무섭게 찾아왔던 것 같다. 거의 밤을 새고 현장에 나갔다. 봉구와 티격태격하는 씬은 좀 어려웠지만, 집에서 애들 키우고 하는 장면을 하면서 몸이 좀 풀렸다는 걸 느끼게 됐다. (웃음) 사실 그런 건 있었다. 조금만 움직여야 되는데 너무 왔다갔다 크게 움직여서 '아, 맞아. 이렇게 하면 안 되지!' 그런 거. 그런 부분을 차츰 찾아서 지금은 잘하고 있고요. (웃음) 처음에는 센스가 없어서 좀 많이 버벅거렸던 것 같다."

- 영화 '비트'(1997) 이후에 히트작이 잘 없다는 평가가 있다. '배우' 이미지가 약하다.

"많이 우려가 된다. 10년 동안 쉬었고, 요즘은 젊은 친구들도 (연기를) 못하는 친구들이 잘 없더라. 준비되어 있는 배우들이 굉장히 많은 것 같아서 부담되지만, 그런 식으로 계속 생각하면 작품을 못할 것 같았다."

- '완벽한 아내' 흥행 여부가 걱정되지는 않나.

"걱정되죠. 당연히 걱정되죠. 상대 프로그램이 굉장히 세게 올라오고 있어서 너무 두렵고 무섭지만, 저희는 장르가 완전히 다르다. 요즘은 시국도 굉장히 어둡고 불편한 상황이 많은 편이지 않나. 좀 더 유쾌하고 현실적인 드라마를 보신다면 우리 드라마를 선택하실 것 같다. 사실 후발주자이기 때문에 많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이미 출발했기 때문에 저희는 현장 분위기대로 열심히 잘 촬영하고 있다."

(고소영 인터뷰 ②로)
{RELNEWS: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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