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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오늘의 논평] 신사임당과 '박근혜 리더십'

    • 2017-02-0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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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자료사진)

     

    사상 초유의 청와대 압수수색 시도가 결국 또다시 무산되었다. 4시간이 넘게 대치하던 특검은 청와대의 불승인 신고서를 손에 들고서 허무하게 물러서고야 말았다.

    중대한 국익을 해치는 일이 아니라면 당연히 허락해야 하는 특검의 압수수색이 나라와 국민이 아닌 대통령 지키는 일에만 올인하고 있는 청와대 조직에 의해서 또다시 거부된 것이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청와대 압수수색을 시도 한 3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앞에 경호원이 경호를 강화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국민들은 특검의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던 자신의 약속을 또다시 단물 빠진 껌 뱉듯 아무렇지도 않게 쓰레기로 만들어 버리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끝없는 배신감과 적개심을 절감하는 상황이다.

    도대체 청와대와 관저에서 무슨 비밀스러운 짓을 했길레 이토록 공권력의 관여를 막고 있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는 국민들은 박근혜 대통령 때문에 더더욱 여성 리더에 대한 그릇된 편견만을 강화시키고 있는 중이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저주섞인 가부장적 테제는 일부 여성혐오주의자들에겐 진리처럼 떠받들어지고 있다. 박 대통령이 여성의 사회적, 문화적 지위를 10년 이상 퇴보시켰다는 일각의 평가는 과언이 아니다.

    이런 가운데 요즈음 신사임당 바로알기 열풍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출판계에서는 두 달 새 20여 종의 서적들이 쏟아져 나왔는데, 소설, 평전, 학술서, 위인전 등 그 장르도 각양각색이다. 신사임당의 작품들로만 특별전을 여는 미술관도 나왔으며, 지상파에서 수목 드라마로 런칭되어 초반 시청률이 16%를 넘어서기도 했다.

    (포스터=SBS 제공)

     

    각종 인문학 강좌에서도 신사임당을 소재로 여성 리더쉽에 대한 탐구가 이뤄지고 있다고 하니 바야흐로 사임당 신드롬이 다시 불어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신드롬은 기존의 신사임당 신화와는 다른 방식의 지향점을 갖고 있으니 그것은 팩트체크, 즉 "바로알기"가 핵심이라는 사실이다. 현모양처 신화에 가려져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그의 실제 모습은 7세부터 주목을 받았던 천재 화가이자, 시와 문학에 능통하고 쟁론에도 탁월한 문필가였으며, 남편과 시가에 주눅들지 않고 당당히 자신의 주장을 펴던 주체적 여성이었다는 것이다.

    아이를 기르면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고 붓을 놓지 않아서, '워킹맘'의 모델이기도 하고, 조선판 '수퍼우먼'이라 불릴 만큼 열정정인 인생을 살아갔다는 그녀의 맨 얼굴을, 왜 대한민국은 제대로 알고 싶어 하는 것인가?

    신사임당을 연구한 5명의 학자들이 펴낸 '신사임당, 그녀를 위한 변명'이란 책은 신사임당이 시대의 욕망을 투영하는 거울 역할을 해왔다고 강조한다. 조선시대에는 현모양처로 묘사되다 일제강점기 들어서는 가정을 지키며 전쟁의 승리를 기원하는 '총후(銃後) 부인'으로까지 왜곡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사임당으로 분한 배우 이영애. (사진=SBS 제공)

     

    이는 박정희 시대에 육영수를 포장하는 이미지로 활용되었고, 고스란히 박근혜를 당선시키는 강력한 신화가 되기도 했다. 어찌보면 박정희 시대가 만든 왜곡된 욕망의 가면을 현명한 국민들이 깨뜨리고 있는 여러 가지 문화적 개혁 중 하나일 수도 있는 것이다.

    모쪼록 맨 얼굴의 신사임당을 교과서에까지 싣게 되는 날이 어서 빨리 왔으면 한다. 여성혐오로 점철된 사회에 딸을 가진 아버지의 입장에서, 제대로 본받을 만한 여성 리더의 롤모델이 다양하게 제시되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기도 하고, 지긋지긋한 유신의 신화를 말끔하게 제거해야 자식들이 보다 행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것이 진정한 권위주의 청산일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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