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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정당

    탄핵 무효 7표는 '기회주의자'들의 의도적인 실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이 지난 9일 찬성 234표의 압도적인 가결로 통과됐지만 무효표가 7개나 나왔다.

    무기명 표결에서 의원들은 탄핵 찬성과 반대 의결을 위해 투표용지에 '가(또는 可)' 또는 '부(또는 否)'만 표기하도록 안내를 받았다. 앞서 표결 전에도 각 당에서 표기방법에 대한 안내가 별도로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날 투표함을 열어본 결과 재적의원 300명 중 퇴장한 최경환 의원을 제외한 299명의 의원이 투표에 참가해 찬성표 234개, 반대표 56개, 기권 2개와 함께 무효표 7개가 나온 것이다.

    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의원들이 투표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현직 대통령 탄핵이라는 중차대한 표결에서 무효표가 쏟아진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지난 1985년 10월 18일 신민당 소속 국회의원 102명이 당시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소추결의안을 발의, 같은 해 10월 21일 재적의원 247명 중 찬성표 95개, 반대표 146개, 기권 5개, 무효표 1개로 부결된 바 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새천년민주당·자유민주연합 등 195명의 의원이 기습 표결에 참여해 찬성표 193개, 반대표 2개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검표위원들에 따르면, 이번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 나온 7개의 무효표에는 '무효 처리'되는 기준들이 그대로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관련해 연합뉴스는 11일 한 감표위원의 증언을 빌어, 한 의원은 반대 표기인 '아닐 부'의 한자인 '否' 대신 '不'를 적었다. 또 다른 의원은 투표용지에 인쇄된 '가'에 동그라미(㉮)를 그려넣었고, '가'를 적고 마침표(가.)를 찍기도 했다. '가'를 썼다가 두 줄을 긋고 '부'를 쓴 뒤 다시 두 줄을 긋고 '가'를 쓰는 사례도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표결에 참가한 의원들 중 찬성과 반대 입장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했거나 의도적으로 틀리게 표기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논란 끝에 무기명 투표 방식으로 진행된 탄핵소추안 의결은 어느 당 소속인지, 누가 기표했는지 확인할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무소속 의원 172명은 전원 찬성했다고 주장하고 있고, 대통령 탄핵소추안도 야당이 주도한 상황이어서 일각에서는 새누리당 의원들의 소행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를 두고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무표효가 나온 것에 대해 "최고의 기회주의자들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18차 본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마친 뒤 감표위원들이 투표용지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조 교수는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일단 '가'에 표기해 부결대비 알리바이용 인증샷 찍고, 바로 다른 표기를 해 무효표를 만들었다. 7명의 이름이 떠오른다"고 지적했다.

    무효표를 만든 7명의 의원들은 나중에 탄핵에 반대표를 던진 사실이 알려져 여론의 지탄을 받을 것을 우려해 일단 찬성표를 찍어 '알리바이용' 투표 인증샷을 촬영한 다음 다시 무효표로 만들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또는 찬성과 반대 입장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다 친박 진영의 압박으로 무효표라도 만들어 역으로 인증샷을 촬영해 본인의 입지를 유지하려 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두 경우 모두 일종의 보험용인 셈이다.

    비박계인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9일 표결에 앞서 자신의 페이북을 통해 "오늘 탄핵 표결 때 오기(誤記) 투표가 변수"라며 "탄핵 찬성 의원들은 모두 자체 인증샷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 의원은 "국회에서는 '가' 외에 다른 글자나 표시를 하면 어떤 신호를 보내는 것일 수 있어서 무효표 처리를 하는 것"이라며 "과거 의원 체포동의안 표결 때는 이런 오기 무효표가 10표 이상 나오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여야 의원들 사이에서 인증샷 독려가 이어진 것은 만약 부결될 경우 인증샷으로 오기 여부를 확인해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기 위한 조치로 제안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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