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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촛불을 '횃불'로 만들었나?



사건/사고

    "제발 퇴진하고 죗값받아라"…232만 국민의 육성

    3일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6차 주말 촛불집회에 횃불을 든 참가자들이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바람 불면 꺼진다'는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의 바람과 달리 촛불은 횃불이 됐다. 지난 토요일 '6차 촛불집회'에는 전국 232만명이 운집했다.

    촛불집회는 매회마다 새로운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 10월 29일 1차 촛불집회 당시 모인 5만명을 시작으로, 30만명(2차 촛불) → 100만명(3차 촛불) → 100만명(4차 촛불) → 190만명(5차 촛불) → 232만명(6차 촛불)이 거리로 나와 촛불을 들었다.

    어둠이 깔린 광장에 나와 찬바람을 맞아가며 촛불을 든 국민들은 '박근혜는 하야하라'는 구호를 연신 외쳐댔다. 비가 떨어지고 눈이 내린 날도 있었지만, 촛불은 광장을 비췄다.

    무엇이 촛불을 '횃불'로 만들었나?

    ◇ "제발 퇴진하고 죗값받아라"…기름 부은 朴 3차 담화

    29일 오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최순실 국정개입' 의혹과 관련한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대국민 담화를 시청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대국민담화는 국민 여론에 기름을 부은 모양새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주부 문모(57) 씨는 "지난 3차 담화 들어보니까 '4월 퇴진한다'고 하는데,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표를 받을 때는 '국민, 국민'하더니 이제는 국민 목소리를 전혀 듣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주부 성기연(55.여) 씨도 "박 대통령은 '질서 있는 진퇴'라고 하는데, 우리는 '즉각 퇴진'을 원한다"면서 "3차 담화의 꼼수를 알고 있다. 국민들 절대 우둔하지 않다. 국민 원한다면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직장인 김모(41) 씨는 "우리 아이들이 좀 더 올바른 세상에서 살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나왔다"며 "청와대까지 들릴지 모르지만, '제발 퇴진하고 죗값 받아라'란 목소리가 들렸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평소 정치에 관심이 없었다"던 대학생 김모(24) 씨도 "젊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서지 않으면 '바뀌는 게 없겠구나' 싶어 오늘 2번째로 집회에 참석했다"면서 "시민들이 많이 분노하고 있는데, 이래도 퇴진 안 하는 것을 보니 정말 염치없고 뻔뻔한 사람"이라고 박 대통령을 맹비난했다.

    지난달 29일 있었던 3차 대국민담화 박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책임은 회피하고, 퇴진 문제를 국회에 떠넘기면서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 '계산기 두드리는 국회'에 폭발한 민심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열린 ‘박근혜 즉각 퇴진’ 국민 명령 거부하는 새누리당 규탄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피켓에 계란을 던지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당리당략'에만 몰두하는 국회도 성난 민심을 키웠다.

    집회 당일 새누리당 대구시당 건물에는 '내시환관당'이라고 적힌 현수막과 '새누리당 해체, 박근혜 즉각퇴진' 팻말들이 도배됐다.

    청와대로 행진하던 직장인 이모(32) 씨는 국민들은 단 1초라도 빨리 대통령이 퇴진하기를 바라는데, 새누리당은 당리당략에 따라 움직인다"며 비판했다.

    역시 새누리당 텃밭인 울산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동참한 대학생 오정민 씨는 "죽어서 썩어가고 있는 현 정권에 호흡기 붙이고 심폐소생술 해서 억지로 살리려고 애쓰는 당이 새누리당"이라고 질타했다.

    탄핵 가결 시점을 두고 분열한 야권에 대해서도 비난이 쏟아졌다.

    홍모(31) 씨는 "탄핵 표결을 늦춘 국민의당이 제 3지대를 만들기 위해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며 "좌고우면하지 않고 바로 탄핵 표결하라"고 일갈했다.

    대권후보 지지율 1위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국민의당 천정배 전 상임공동대표는 광주 촛불집회에서 자유발언을 신청했다가 퇴짜를 맞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 온 국민이 지켜본 '세월호 참사'…가시지 않는 아픔과 분노

    1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 퇴진 촉구’ 시국선언에 나선 세월호 희생자 가족 영석엄마 권미화 씨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온 국민이 생중계로 지켜본 '세월호 참사'에 대한 풀리지 않는 의혹과 이에 대한 분노도 국민들을 거리로 불러들였다.

    집회 당일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 이금희(46.은화 어머니) 씨는 무대에 올라 "세월호는 아직 바닷속에 있다"면서 "세월호가 뭍으로 올라올 수 있도록, 엄마로서 은화를 보내줄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힘들 실어달라"고 오열했다.

    시민들은 뜨거운 눈물과 박수로 이 씨를 위로하며 "세월호를 인양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수원에서 대학에 다니고 있는 전모(20) 씨는 "세월호 유가족 이야기를 들으니 더욱 화가 난다"면서 "가습기 피해자, 삼성 직업병 피해자분들의 이야기들도 마음이 아프다. 최소한의 상식과 기본이 통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학교 진학을 앞둔 초등학교 6학년 강모(13) 군은 "세월호 참사 때 사람들은 구하지 않고 대통령은 뭘 했는지 모르겠다"며 "정치에만 신경 써 달라"고 씁쓸하게 당부했다.

    집회 당일 오후 7시 20분쯤부터는 '4월 16일'을 상징하는 횃불 416개를 든 시민들이 일제히 청와대로 행진하기도 했다.

    계명대 임운택 사회학과 교수는 "민심이 폭발한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대통령의 연속된 담화가 사과나 반성이라기보다 집권 내내 보여줬던 '불통'으로 해석되면서 국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앙대 이병훈 사회학과 교수는 "발단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비롯됐지만, 지금은 양극화나 평등 등 보다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며 집회가 진화하고 있다"면서 "이번 기회를 통해 각자가 부딪친 문제들을 바꿔보고자 하는 마음이 크다"고 전했다.
    3일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6차 주말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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