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삼성그룹 제공),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최순실 국정농단사건에 대한 국회의 국정조사가 30일 시작되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몽구 현대차 회장 등 재벌 총수들의 청문회 출석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재계가 초긴장 모드 속에 각각 청문회 대책마련에 들어갔다.
이재용 부회장이 오는 6일 청문회에 나갈 예정인 삼성그룹은 법무팀과 대관업무팀을 중심으로 청문회에서 제기될 예상질문과 답변을 정리하면서 실전처럼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정치권이 이번 청문회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지난해 합병과정에서 국민연금이 반대분위기에서 갑자기 찬성으로 바뀌는 과정에 집중하고 있는데 대해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정치권이 이재용 부회장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을 같은날 증언대에 세우고 여러 국민연금 관계자들을 부른 만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찬성한 경위와 이 과정에서 청와대와 최순실씨의 입김이 작용했는지를 두고 야당의 집중포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삼성은 또 김종중 미래전략실 전략팀장, 김신 삼성물산 상사부문 사장이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들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그리고 국민연금이 움직이는 과정에 깊이 관여한 것으로 보고 집중 추궁할 것으로 전망된다.
30일 수요사장단 회의에 앞서 취재진을 만난 김종중 사장은 청문회에서 어떻게 소명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어떻게 물어볼지 모른다”면서 즉답을 회피했고 김신 사장은 어떻게 대답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성실하게 대답할 것”이라고만 말했다.
삼성은 일단 이재용 회장의 지난해 청와대 회동이 7월 25일이었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12일이었기 때문에 청와대 단독회동과 국민연금의 합병찬성은 관계가 없다고 주장할 계획이다.
삼성은 그러나 다른 재벌기업들과는 달리 미르재단이나 K스포츠 재단을 통한 지원외에 최순실씨 모녀에게 35억원을 지원하고 최씨의 조카인 장시호씨에게 스포츠단이 직접 지원한 것은 삼성뿐이라는 정치권의 질타를 어떻게 피해나갈지도 고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삼성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답변을 한 뒤 여론이 우호적으로 돌아갔던 점을 감안해 당시 '영상'을 구해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128억원을 출연하고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친구 부친 기업에 일감몰아주기를 한 것으로 드러난 현대차는 의혹보다는 정몽구 회장의 건강에 대한 고민이 적지 않다.
현대차는 정 회장이 1938년생으로 내년이면 우리나라 나이로 팔순을 맞아 역대 국회 청문에 나온 기업인 중 최고령이라는 점이 가장 걱정거리다.
현대차 그룹은 정 회장이 하루 종일 진행될 청문회의 중압감을 잘 견뎌낼지 우려하면서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국정조사 당일 국회 인근에 전문 의료진과 구급차를 대기시키고 여의도 인근 대형병원과 연락체계를 갖추는 등 긴급 이송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다만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받고 있는 혐의에 대해서는 그다지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정유라씨의 동창 부친이 운영하는 케이디코퍼레이션이 2년간 10억원 어치 납품을 할 수 있게 지원해준 것과 최순실씨가 실소유주인 광고 회사(플레이그라운드)에 광고를 제공한 두 사례 모두 외압에 의해 편의를 봐준 것일 뿐 그룹이 대가를 받은 것은 없으며, 검찰 공소장에도 현대차는 피해자로 적시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할 예정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그룹이 관련된 것은 두 가지 사례 이외에 더 나올 것이 없는 만큼 다른 기업과 달리 매우 '심플'하다"며 "국회 국정조사 등 외부적인 요인으로 전 세계 주요 시장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최태원 회장이 출석하게 될 SK그룹은 "최대한 협조하고 성실히 조사에 임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메시지 외에는 거의 함구하고 있다.
다만 면세점 특허를 빼앗겼던 SK가 K스포츠재단으로부터 80억원 추가지원 요구를 받은 것과 면세점 사업자 추가선정 결정이 나온것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등이 의혹의 대상으로 떠오르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SK그룹은 면세점 사업이 그룹 전체로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사업이고 K스포츠재단에 대한 지원이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들어 항변할 것으로 전해졌다.
LG그룹은 구본무 회장이 검찰소환은 물론 국회 청문회 등 공개적인 자리에 한번도 불려나간 적이 없는데 이번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된데 대해 곤혹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LG의 경우 K스포츠와 미르에 78억원을 출연한 것이 전부이고 별다른 이해관계에 연루되지 않아 다른 재벌에 비해서는 비교적 무난할 것으로 에상하면서도 청문회 과정에서 예상되는 질문 등에 대해 대비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정책본부산하 CSR(사회공헌)팀 내 대관 담당과 법무팀이 청문회에 대비해 예상 질의와 답변 등을 준비하고 있다.
롯데는 지난 3월 14일 박근혜 대통령과 신동빈 롯데회장의 독대 이후 4월 29일에 서울시내 면세점 추가 특허 입찰이 발표된 것과 관련해 대가성은 전혀 없다는 점을 강조할 예정이다.
또 K스포츠 재단에 지난 5월 25~30일 70억원을 송금했다가 검찰 압수수색 하루 전인 6월9일부터 돌려받은 것과 관련해서도 뇌물이었다면 당초 요구받았던 75억원을 35억원으로 깎거나 체육관을 직접 지어주는 방안을 제안하면서 두달이나 협상을 해겠느냐는 입장이다.
또 결과적으로 검찰 수사를 4개월 넘게 받으며 경영마비 상태에 몰렸는데 어떻게 대가성일 수 있느냐고 항변하고 있음. 강압에 의한 피해자라는 점을 강조할 계획이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도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와 관련해 일각에서 제기되는 의혹에 대한 질의가 있을 것으로 보고 대비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는 지난 2014년 2월 김승연 회장의 횡령·배임사건 파기환송심 선고를 앞두고 최순실씨에게 김 회장 석방 민원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지만 이런 의혹에 대해 "최순실씨에게 민원을 한 적이 없고,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김 회장도 국회 국정조사에서 이런 점을 거듭 해명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는 다만 국회의원들이 청문회에서 일방적으로 면박만 주는 분위기로 흐르게 될 경우 어려운 경제 여건 하에서 대외신인도만 추락하는 결과를 낳지는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손경식 회장이 출석하게 된 CJ그룹은 이재현 회장의 구속이나 조원동 전 경제수석을 통한 이미경 부회장 퇴진 압박 등 온갖 불이익을 받은 것이 언론보도를 통해 밝혀진 만큼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최대 피해자'라며 아직 특별한 준비는 하고 있지는 않은 모습이다.
조양호 회장이 증인으로 채택된 한진그룹은 미르나 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돈도 10억원으로 작고 조 회장이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직에서 갑자기 하차하는 과정에 최순실씨 측의 압력이 있었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GS그룹은 허창수 회장이 전경련 회장으로서 재벌그룹 들의 미르와 K스포츠재단 출연에 개입하게 된 과정에 대해 질문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그룹과 관련해서는 별다른 이해관계가 없었다는 점을 들어 다른 그룹들에 비해서는 여유로운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