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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과 알 권리 경계에 선 '최순득 연예인'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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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기심과 알 권리 경계에 선 '최순득 연예인' 보도

    "의혹 제기는 언론 몫이지만 보다 신중한 접근 필요"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 씨(왼쪽)와 최 씨의 언니 최순득 씨의 연예계 친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자료사진)

     

    정치권에서 '최순실 연예인', '최순득 연예인'과 관련된 폭로가 잇따라 나옴에 따라 그들이 누구인지에 대한 대중의 궁금증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보다 신중한 보도 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 최순실 씨의 언니 최순득 씨가 연예인 축구단 '회오리 축구단'에 밥을 사 주며 연예계 인맥을 만들어놨고, 현재 대형기획사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면서 기획사를 키워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몇몇 연예인들은 최순득 씨의 딸 장시호 씨와의 친분으로 국제행사를 싹쓸이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국민의당 송기석 의원 역시 최순득 씨의 전 운전기사 A 씨의 녹취록을 공개, 최 씨와 골프를 치는 등 함께 놀러 다녔던 연예인들이 있다고 밝혔다. A 씨 증언에 따르면 최 씨는 자신과 친하게 지내던 방송인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전화해서 그날 선곡을 좌지우지했고, A 씨 역시 최 씨 지시를 받아 방송사에 '봉투 심부름'을 했다.

    많은 언론이 '최순득 연예인'이라는 키워드 아래 기사를 쏟아냈다. 일부 언론은 연예인을 특정할 수 있는 묘사와 이니셜을 썼고, 특히 한 매체는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했던 연예인들을 거명하며 '최순득 연예인 리스트와 직접 관계 있는 것 아니냐'고 보도하기도 했다.

    언론계에서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범위가 워낙 넓은 만큼, '의혹 제기' 차원에서 보도가 이루어지는 것은 이해할 수 있으나 본질을 흐리는 선정적 기사를 양산하는 방향은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의혹 제기는 언론의 몫… 이것이 '왜 알 권리'인지 더 설명해야"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최진봉 교수는 "(사인인) 최순득 씨가 연예인들과 친하다는 게 일반적이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사회적 관심도가 높은 사안인 만큼, 연예인들이 일정 부분 연관되어 있다면 언론은 충분히 의혹 제기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특히 검찰은 언론이 제기한 것만 수사하고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증언이 나왔다면 의혹 제기 보도는 가능하다고 본다. 다만, 아직 범죄 행위나 비리가 소명된 것은 아니므로 보다 냉정하게 기사를 쓸 필요는 있다. ('최순득 연예인'이라는 사안을)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자극적 요소로 활용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순득 씨의 딸 장시호 씨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언론인권센터 윤여진 사무처장은 "최씨 일가와 관련돼 나오는 여러 기사들은 이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식으로 영향력을 행사해 왔는지, 권력을 이용해 사익을 어떻게 취했고 국정에 개입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 있었다. 사실 이 문제는 경계가 모호하다. 사생활조차도 국정농단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윤 처장은 "연예인은 시민들의 궁금증을 자극할 만한 소재이기 때문에, '알 권리'를 좀 더 살피면서 보도하지 않으면 단순한 호기심 차원에서 그칠 수 있다. 만약 최씨 일가가 연예계까지 영향력이 뻗어 있고, 이를 통해 권력이 어떻게 잘못 쓰여 졌는지가 드러난다면 그것은 분명히 '알 권리'다. 하지만 최순득 연예인이 누구누구더라 하는 식으로만 접근하는 것은 '호기심'이다. 언론에서 관련 기사를 쓸 때, 이것이 왜 '알 권리'와 연결되는지 좀 더 설명해주었으면 한다"고 제언했다.

    ◇ "자극적인 가십 생산에 기여할 수 있어… 책임감 있는 폭로 필요"

    언론개혁시민연대 김동찬 사무처장 역시 "일반 대중들 입장에서는 최 씨 일가가 사회 각 분야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연예인들과 관계가 있다고 하면 그 과정에서 부정한 일이 벌어지지 않을가 하는 합리적 의심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언론이 이를 다룰 때는 단순 사생활을 넘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라는 공적 관심사와 관련이 있는지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처장은 "단순히 최순득과 관련됐다는 이유만으로 비슷한 기사가 양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직접적인 비리와 부정에 연관된 것이 아니라면 신중을 기해 보도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대중문화평론가 이승한 씨는 "K-POP과 한류가 한국의 주요한 산업이란 것도 분명하고, 국가 차원의 지원도 없지 않았기에 혹시나 있었을지 모르는 부당한 특혜나 권력과의 유착에 대해 대중적 관심이 몰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런 사실이 있다면 투명하게 밝혀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합리적인 의혹 제기를 제대로 하고 검증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이니셜 흘리기 식으로 변죽을 때리는 것은 권력과 대중문화계 사이의 부당한 유착을 밝히기보단 자극적인 가십 생산에 기여한다고 생각한다. 사안의 본질과도 거리가 멀다. 연예기사 특유의 이니셜 놀이가 이런 중차대한 사안에도 적용이 된다는 건 불행한 일"이라며 "의혹을 제기할 이들은 발언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확실하게 누군지 짚어서 이야기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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