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조류인플루엔자(AI)가 확산되면서 국내 오리사육 농가들이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가뜩이나 경기 침체로 오리고기 소비가 줄어든 상황에서 AI 발생 이후 산지 출하가격마저 급락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본격적인 겨울철을 앞두고 동남아시아 오리털 수출도 차질이 예상되면서 국내 오리 산업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9월말 기준 국내 오리사육농가는 모두 639 가구로 지난해 12월말 보다 13%나 감소했다. 이렇다 보니, 오리 사육 마릿수도 877만 마리로 지난해 12월말 977만 마리에 비해 10%나 줄었다.
올해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오리고기 소비가 줄다보니, 농가들이 오리사육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번 H5N6형 바이러스가 인체감염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오리고기 소비가 급격하게 감소해 산지 도매가격이 2㎏ 기준 6500원으로 지난해 평균 8200원에 비해 무려 20%나 급락했다.
더구나, 오리농가의 짭짤한 수입원 역할을 했던 오리털 수출이 이번 AI로 인해 위축될 것으로 우려된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3개월 동안 국내산 오리털 수출물량은 1950톤에 달했다.
오리업계는 올해 겨울에도 오리털 수출물량이 지난해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AI가 발생하면서 지난 16일 이후 30여만 마리가 살처분됐고 차량 이동 등이 통제되면서 수출 전선에 먹구름이 끼게 됐다.
한국오리협회 김병은 회장은 "AI가 확산되면서 정부가 지난 18일에 이어 25일 자정부터 48시간 동안 일시이동중지(스텐드스틸) 명령을 발동해서, 오리고기는 물론 오리털을 실은 차량이 움직일 수 없게 됐다"며 "수출에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오리업계에선 이번 AI가 지난 2014년 수준을 넘어설 경우 국내 오리산업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남에서 오리농장을 운영하는 박정봉 씨는 "오리농장의 경우 육계농장에 비해 축사면적이 5배에 달해 관리비용도 많이 들어간다"며 "가뜩이나 오리고기 소비가 줄어들면서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에 손해를 보면서 출하하고 있는데, AI가 장기화된다면 도산하는 농장들이 속출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씨는 또, "일본의 경우도 2000년대 초반에 AI 피해를 입은 뒤에 오리산업이 붕괴되기 시작해서 이제는 오리사육 기반 자체가 사라지고 대부분을 수입해서 먹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남의 나라 일처럼 볼 게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