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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준 소설 '이상한 선물' '신화의 시대'



책/학술

    이청준 소설 '이상한 선물' '신화의 시대'

    리안 모리아티 '정말 지독한 오후' 등 신간 소설 3권

     

    이청준 전집 33권 '이상한 선물'은 표제작 「이상한 선물」(2007)과 「꽃 지고 강물 흘러」(2003)를 비롯한 8편의 단편을 싣고 있다. 모두 2001년 초부터 2007년 가을에 이르기까지 작가의 만년에 씌어지고 발표된 작품들이다.

    이 책에 묶인 단편들은 대개 낡은 고향집을 고치러 간다거나, 어머니가 묻힌 무덤을 찾아가는 길이거나, 고향 마을 주민 사이에 전해 내려오는 설화 속에서 공동체의 삶을 지속시키는 꿈의 원형을 찾아가는 과정 등 고향(집)에의 귀환과 회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여기에는 합리적 앎을 초과하는 세계, 논리적 탐구가 불가능한 세계, 생사를 뛰어넘은 영혼들의 대화에 대한 이야기도 포함된다.(「부처님은 어찌하시렵니까?」 「조물주의 그림」 「천년의 돛배」 「이상한 선물」 「심부름꾼은 즐겁다」 등)

    오랜 시간 동안 공동체에 전승돼온 이야기가 곧 그 안에 속한 개인 한 명 한 명의 운명과도 닿아 있다는 믿음에 기반한 작가의 곡진한 시선은 설화 속 이야기를 자신의 이야기로 삼고 간절하게 살아내온 마을 주민들의 순정과 순박함 혹은 어떤 무심함까지도 허투루 다루지 않는다. 바로 그 속내들이 모여 역사의 질곡, 특히 한국 현대사의 비극 속에 나뒹굴었던 민초들의 삶이 이분법의 논리에 갇히거나 붕괴되는 것을 막고 그들 공동체의 삶을 지속 가능하게 하는 화해와 공존의 원리로 작용해왔음을, 그리고 그런 인식과 깨달음 속에서 이청준 문학이 태동하고 또 나아갈 수 있었음을 새삼 증명하는 작품들을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다. (「태평양 항로의 문주란 설화」 「그곳을 다시 잊어야 했다」 「지하실」 등)

    이청준이 남긴 이 만년의 이야기들은 ‘고향집으로 돌아가기’와도 같은 설화적 세계로의 귀환을 보여준다. 그곳은 소설적 인간, 즉 고향을 잃어버린 근대인들이 쉬어갈 수 있는 곳이다. 소설적 양식, 즉 ‘불화의 양식’이 ‘꿈의 양식’을 완전히 잊어서는 결코 안 된다는 사실을 다시 상기할 수 있는 곳이다. 또 소설의 씨앗이 되는 이야기 자산이 있는 곳임은 물론, 소설적 치열함의 세계가 그 한계에 이르렀을 때 그것을 돌파할 새 힘으로서의 설화적 여유로움의 원리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그리고 소설이 잃어버린 공동체의 꿈, 순박한 믿음, 그리고 민중적 삶의 원리로서의 무심한 너그러움이 그대로 아직도 남아 있는 곳이 바로 이곳, ‘이야기의 고향집’인 것이다. 이 고향집은 계속해서 고쳐지어지고, 또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 이청준의 마지막 마음이 아니었을까. _안서현(문학평론가)

    이청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384쪽 | 15,000원

     

    이청준이 생전에 발표한 마지막 장편소설 '신화의 시대'가 이청준 전집 31권으로 출간되었다.

    이청준의 수많은 작품 가운데 '신화의 시대'는 유독 작가의 자전적 요소가 지배적으로 쓰인 소설이다. 그 만큼 배경이 되는 공간, 인물들의 이름, 가족 관계 등이 사실과 일치하는 경우가 많다. 작품의 한 축에는 기이한 출생담에서부터 신화적인 영웅 이야기의 성격을 띤 인물 ‘태산’이 결국엔 정치와 이데올로기의 길로 나아가며 역사의 예견된 실패를 사는 모습이, 다른 한 축에는 이청준 자신의 작가적 자의식과 예술관이 투영돼 있을 ‘종운’의 성장과 예술가-되기의 과정, 그리고 ‘방랑자 신화’의 한계에 부닥친 그가 또 다른 신화를 찾기 위해 벌이는 내적 투쟁의 모습이 담겨 있다. 작가가 남긴 육필 자료에 따르면, 자신의 뿌리를 파헤쳐간 자전적 소설로 작가가 10년에 걸쳐 완성하려고 기획한 필생의 역작이 바로 이 '신화의 시대'이다.

    1부는 작가의 고향 마을 선바위골에 흘러들어온 떠돌이 광녀 자두리를 비롯한 선바위골 사람들-양부 장굴 씨와 양모 약산댁네의 이야기(1장), 작가의 조부가 모델인 이인영을 중심으로 종운의 집안 내력(이인영의 장남인 남돌 씨와 외동댁네)과 정착의 과정(2장), 작가의 어머니에 해당되는 외동댁의 이웃 약산댁 아들 태산의 신비한 출생과 성장, 출향담으로 구성된다(1장, 3장). 태산은 미완성인 2부의 두 주인공 중 한 명으로, 짧지만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 갈 신화적 인물이다.

    이청준은 생전에 2부 얼개를 다 짜놓았지만, 그중 1장(「두 청년 이야기」)만 끝낼 수 있었다. 2부 1장 「두 청년 이야기」에서는 태산과의 관계 속에서 고민하고 방황하며 자기 정체성을 찾아나가는 종운의 이야기를 주로 담고 있다. 작가 메모에 따르면 이청준은 2부에서 태산과 외동댁의 아들 종운을 두 축으로, 정치와 예술이 중심이 되는 ‘사회학적 상상력’과 ‘인문학적 상상력’이 현실에서 발현되는 양상을 그려나갈 계획이었다고 한다. 이어지는 3부는 종운의 아우인 작가 자신을 주인공으로 그릴 예정이었는데, 주인공은 작가 자신으로, 인문학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하는 그의 소설가의 삶은 2부의 태산과 종운의 삶을 발전적으로 지양하고, 지향하는 새로운 ‘베끼기’로 해석될 수 있겠다.

    이청준 지음 | 문학과지성사 |368쪽 | 13,000원

     

    소설 '정말 지독한 오후'는 겉으로는 행복해 보이는 세 가족이 어느 날 벌어진 바비큐 파티를 기점으로 각자에게 감춰져 있던 문제들을 바라보게 되고, 붕괴와 위기, 불화와 갈등에 직면하게 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저자 리안 모리아티는 저마다 사연을 가진 중산층 가정의 이면을 낱낱이 해부한다.

    이야기는 정말 기억하기 싫은 바비큐 파티 날이라는 ‘과거’와 그 후의 일상이라는 ‘현재’가 교차 편집되면서 진행된다. 홀리와 루비라는 두 아이를 키우며 남부럽지 않게 살아가지만 눈치 채지 못하는 사이 권태기를 겪고 있는 클레멘타인과 샘, 결혼 전 서로가 가진 아픔을 이해하고 있지만 정작 털어놓지 못하는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에리카와 올리버, 이 위기의 부부들은 다소 도발적인 재혼 가정의 부부와 함께 한 ‘두 달 전 그날’을 기점으로 걷잡을 수 없는 혼돈에 빠진다.

    클레멘타인은 결혼 생활에 위기의식을 느끼기 시작하고, 샘은 이따금씩 알 수 없는 분노에 휩싸인다. 에리카는 기억이 나지 않는 퍼즐을 맞추느라 괴로운 시간을 보내고, 올리버는 지독한 독감에 시달리며 초조해한다. 수수께끼 같은 하나의 사건을 두고 저마다 다른 반응을 보이는 여러 인물들의 시선 속에서 도대체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궁금증은 증폭되고, 매순간 사사건건 시비가 붙었던 성질 고약한 이웃집 노인 해리가 죽은 시체로 발견되면서, 이야기는 섣불리 짐작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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