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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안봉근 연결해 드릴까요?"…경찰인사 주무른 문고리



국회/정당

    [단독] "안봉근 연결해 드릴까요?"…경찰인사 주무른 문고리

    정창배 정보국장은 2년도 안돼 총경에서 치안감 '점프'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박근혜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국무위원 임명 등을 둘러싸고 '회전문 인사', '돌려막기 인사' 등의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한번 사람을 쓰면 믿고 오래 쓴다'는 박 대통령 특유의 인사 스타일과 넓지 않은 인력풀, 그리고 검증되지 않은 인사들의 중도낙마 등이 겹치면서 '수첩인사', '밀봉인사', '불통인사' 등 인사 참사가 이어졌다는 비판도 계속됐다.

    특히 경찰 인사의 경우 정권 초부터 박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안봉근 전 비서관이 깊숙히 개입해 전횡을 일삼는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됐다.

    CBS노컷뉴스는 최근 전현직 경찰 관계자들과 청와대 출신 인사들을 만나 '최순실 게이트' 이후 청와대에서 물러난 안봉근 전 비서관의 경찰인사 '개입설'에 대해 비교적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 "안봉근 비서관이 경무관 이상 경찰인사 다 한다"

     

    지난 2014년 경찰 고위직인 A경무관은 치안감 승진을 앞두고 깜짝 놀랄만한 제안을 받았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에 파견나갔던 B총경이 "대통령비서실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과 연결되는지 알아봐 드릴까요?"라고 A경무관에게 물어왔던 것.

    A경무관은 B총경에게 "안봉근 부속비서관이 경찰 인사와 무슨 관계가 있냐"고 되물었다.

    그러자 B총경은 "아니 경무관 이상 경찰 인사는 안봉근이 다 한다고 알고 있는데, 그것도 모르면서 승진하려고 합니까? 문고리라고 들어보셨나요? 그중에 한 사람입니다"라고 은근히 승진 팁을 줬다고 한다.

    A경무관은 그때서야 무릎을 치며 '아 경찰인사를 안봉근이라는 비서관이 좌지우지하는구나'라고 깨달았다고 CBS노컷뉴스 취재진에게 털어놨다.

    그리고 같은 해 말 '정윤회 비선개입' 논란이 터지면서 청와대 이재만 총무비서관-정호성 제1부속비서관-안봉근 제2부속비서관 등 '문고리 3인방'이 '숨은 실력자'라는 사실을 실감했다고 한다.

    A경무관은 "청와대 공직기강실에 파견나간 경험이 있던 총경이니까 그런 사정을 잘 알지 않았겠냐"며 "막연히 시중에 떠도는 얘기를 나에게 해줄 친구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지방경찰청장급인 치안감과 지방청 부장급인 경무관은 14만 경찰 중 정원이 각각 25명, 57명 밖에 안되는 경찰 내 최고위직이다.

    ◇ 비서관이 수석에게 "적임자가 아닙니다. 신경쓰지 마세요"

     

    지난해 C치안감은 청와대 현기환 당시 정무수석에게 자신의 승진을 부탁했다.

    경찰공무원법 6조는 '경찰청 소속 총경 이상의 경찰공무원은 경찰청장의 추천을 받아 행정자치부장관의 제청으로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임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통상 경찰 고위직 인사는 조직 내 성과와 평판, 국가에 대한 충성심, 연공서열 등을 종합해 경찰청장이 추천을 하는데 이 과정에서 청와대 주요 인사와 국회의원들의 소위 '빽'이 일부 작용하기도 한다.

    청와대 정무수석실 산하에는 치안비서관실이 있고 치안감급 인사가 파견돼 경찰과의 가교 역할을 맡는다.

    승진 부탁을 받은 현기환 전 정무수석은 강신명 당시 경찰청장에게 전화를 해 평판을 물었고, 이런 얘기가 안봉근 당시 국정홍보비서관에게 전해졌다.

    안봉근 비서관은 2014년 말 '정윤회 비선실세' 파동 이후 부속실에서 홍보수석실로 자리를 옮겼다.

    C치안감의 승진 부탁을 전해들은 안봉근 당시 비서관은 현 전 정무수석에게 직접 전화를 해 "적임자가 아니다"라는 취지의 얘기를 했다고 한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안봉근 비서관의 전화 이후 정무수석은 C치안감 승진 얘기를 딱 접었다"며 "일개 비서관이 정무수석에게 경찰인사에 관여하지 말라는 신호를 준 셈"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정홍보비서관이 경찰인사하고 무슨 관계가 있냐? 또 한낱 비서관의 전화 지시를 수석이 그대로 따른 것"이라며 "그만큼 정상적인 인사시스템은 아니었고 안봉근이 경찰인사를 좌지우지했다"고 털어놨다.

    ◇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도 안봉근 경찰인사 개입 '경고'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기 전부터 박근혜 대통령 주변 인사들의 국정농단 의혹은 끊임없이 제기됐다.

    대선 후보 시절 다선(多選) 의원은 물론 당선 이후 국무위원인 장관들조차 박 대통령과의 대면이 쉽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는 1998년부터 박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이재만-정호성-안봉근 비서관들을 통하지 않고서는 박 대통령을 면담조차 할 수 없다는 자조섞인 한숨과 함께 '문고리 3인방'이라는 신조어가 나돌았다.

    정권 초반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이 경찰 인사에 개입한다는 소문은 꾸준히 나왔다.

    지난 2011년 박근혜 대선캠프 외곽조직에서 법률 담당을 맡다 박 대통령 당선 후 인수위원회 전문위원을 거쳐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일했던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안봉근 비서관의 경찰 인사 전횡을 일찌감치 경고했다.

    조 의원은 정윤회 문건 사건이 터진 지난 2014년 말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13년 10월쯤 청와대에 들어올 예정인 경찰관에 대해 검증을 하다가 '부담스럽다'는 판정을 내리자 안봉근 비서관이 전화를 해 "이 일을 책임질 수 있느냐'고 내게 물었다"고 폭로했다.

    안 전 비서관은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순방을 수행하는 중이었는데도 국제전화를 걸어 따진 것으로 전해졌다.

    조 의원은 또 "(안봉근 비서관이 있는) 2부속실에서 왜 경찰 인사를 놓고 저러는지 이상했는데, 한달쯤 지나자 민정수석실 소속 경찰관 10여명을 한꺼번에 내보내라는 지시가 떨어졌고, 그 후임들은 다 단수로 찍어서 내려왔다"며 안봉근 배후설을 강하게 제기하기도 했다.

    반면 A경무관이 밝힌대로 안봉근 전 비서관에게 낙점된 몇몇 경찰 고위직은 승승장구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2014년 청와대 치안비서관실에 총경으로 입성한 뒤 이듬해 초 경무관으로 승진한데 이어, 올해 9월 지방청장급인 치안감으로 또다시 승진해 본청에서 근무 중인 정창배 치안감이다.

    통상 청와대에 파견된 총경이 경무관으로 승진하면 청와대에서 나와 본청이나 지방청 참모급으로 전보되는 데, 정 치안감은 경무관 신분으로 이례적으로 청와대에서 연장 근무를 했고 '위인설관'(爲人設官)이라는 말이 나왔다.

    또 경무관급은 계급정년 6년 중 보통 3~4년차에 평균 2.5대 1의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치안감에 임용되는 것과 달리 정 치안감은 경무관 승진 이듬해인 올 9월 치안감으로 전격 승진했다.

    2년도 되지 않아 총경에서 치안감까지 경찰 계급 두 단계를 점프한 셈이서 경찰 내부에서도 청와대 입김, 특히 안봉근 특혜 지적이 강하게 일었다.

    이에 대해 정 치안감은 CBS노컷뉴스 취재진에게 "총경에서 횟수로 2년만에 치안감으로 승진한 건 이례적인 게 아니다"라며 "안봉근 비서관 힘으로 승진했다는 건 터무니 없다"고 반박했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정 치안감이 총경 계급으로 청와대에 들어올 당시 검증을 담당한 민정쪽에서 거세게 반대를 했지만 결국 남게 됐다"며 "이후 초고속 승진을 했고 뒤에는 안봉근 비서관이 있었다"고 말했다.

    현직인 A경무관은 "총경에서 경무관으로 승진해 청와대에 남은 것도 파격이고 불과 1년 8개월만에 치안감까지 승진한 것도 파격"이라며 "이런 경찰 인사가 바로 경찰의 청와대 예속을 심화시키고 정치적 중립성을 크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청와대 실력자에게 줄을 서야 파격적으로 승진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경찰 내부에 던져진 것"이라며 "경찰이 누구를 보고 일을 하겠나? 직업 공무원제가 무색해졌다"고 성토했다.

    정 치안감 말고도 지난해부터 경찰 내 조정정년이 사실상 폐지되면서 현 치안정감 이상 최고위직도 혜택을 봤다.

    조정정년이란 경찰공무원법이나 경찰 인사관리규정에는 없는 것으로 후배들에게 승진의 길을 터주기 위해 정년을 앞당겨 옷을 벗는 관례를 말한다.

    조정정년이 유지됐으면 지난해 58년, 59년생 경찰 고위직들이 퇴직 수순을 밟아야했지만 현 치안정감 이상 고위직 중 상당수는 물러나지 않았고 자리를 지키다 승진까지 했다.

    여기에도 안봉근 전 비서관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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