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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메산골 예배당에서 사랑과 웃음을 외치다!



책/학술

    두메산골 예배당에서 사랑과 웃음을 외치다!

    신간 '우리들의 작은 천국: 개구쟁이 시골목사 김선주의 37가지 삶과 영성'

     

    천국은 지나가는 세월 같습니다. 천국은 나를 기다리지 않습니다. 그것은 붙잡을 때 나의 것이 될 수 있습니다. -78쪽

    우리 부부는 이처럼 신앙관념이 매우 다릅니다. 아내는 뜨겁고 열심 있는 기도로 성령 충만한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나는 일상 가운데서 순간순간 하나님을 경험함으로써 삶이 예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님을 경험하는 일상의 시간과 공간이 곧 성전이라고 생각합니다. -214쪽

    해발 500미터 충북 영동군 상촌면 물한계곡 두메산골에서 8년째 목회를 하는 김선주 목사가 에세이를 펴냈다. 그의 책 '우리들의 작은 천국: 개구쟁이 시골목사 김선주의 37가지 삶과 영성'은 천국이 일상의 삶에 있음을 이야기한다. 일상의 삶에서 즐거움을 누리는 것이야말로 하나님과 교제를 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과 노인들이 많은 이곳에서 그들과 소통하기 위해 발휘되는 탁월한 친화력, 산 깊고 물 좋은 곳에서 자연과의 일체감을 노래하는 시적 감수성. 이런 정서의 글들은 삶을 명랑성으로 이끈다. 산골에서 만나는 어둠은 인간이 우주적 존재임을 자각하게 한다는 성찰은 그 사색의 깊이와 자기와의 온전한 소통을 가늠케 한다.

    첫머리를 장식하는 에피소드인 '자두나무가 있는 구멍가게'는 진솔하고 해학적이면서도 폐부를 찌르는 칼날처럼 날카로운 깨달음을 제공하는 인상적인 꼭지다. 어린 시절, 지은이의 6월을 잔인한 계절로 만들었던 새콤달콤한 '나의 선악과' 자두와 어린 시절 꿈이었던 '구멍가게 주인'을 현재의 목회 현장에서 겪은 에피소드와 연결하여 자신의 내면에 뿌리박고 있던 깊은 이기심을 돌아보고 반성하는 이야기는 깊은 공감과 자기성찰을 끌어낸다.

    김 목사는 목회 과정에서 고민도 진솔하게 털어놓는다. 자식 잘 되는 것만 바라는 노인 신도들을 대할 때는 절망한다. 그럴 때는 '~하지 않으면 자손이 해를 입는다'는 겁주는 식으로 할까 유혹을 강하게 느끼기도 하지만 그 위험성을 알기에 바른 길을 택한다. 교회에 대한 통념도 깨트린다. 저자는 교회를 성전이 아닌 예배당으로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예배자의 마음에 있지 장소의 특수성에 있다고 생각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교인들에게 예배당에 대한 봉사를 강요하여 그것으로 믿음을 시험하고 측정하려는 유혹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이 에세이에는 슬픈 사연을 안고 있는 어린이, 할머니, 시골 아저씨들의 이야기가 한 편의 동화, 단편 소설처럼 펼쳐진다. '복사꽃이 필 때 아빠가 달려온다'는 아빠를 일찍 여읜 삼남매를 대하며 "이것은 복숭아꽃이야. 복사꽃이라고도 해. 여기서는 이것이 꽃으로 변했지만 원래는 하늘나라에 있는 아빠들의 신발이었어."라고 위로하는 장면에서 가슴이 찡해진다. 땅꾼 아저씨가 우연찮게 대학생들과 야영에 합류해 날새기로 노래부르며 놀다가 뱀을 못 못잡았아도 서운치 않은 까닭. 그것은 일자무식 땅꾼이 대학생들과 벗했다는 사실에 만족했기 때문이다.

    김 목사 부부는 서로의 역할을 우러르며 사는 게 느껴진다. 때로는 마음 상할 때도 있다. 자두 농장에 수확을 도우러 갔다가 자두 몇 상자를 주변 사람에게 선물하라는 주인의 제안을 받아들인 아내를 김 목사는 못마땅해 하며 자두값을 계산했다.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사과하고 마음 속으로 되뇌인다. "가난한 목회자 만나서 누군가에게 선물 한 번 변변하게 해보지 못한 아내가 기뻐하며 여기저기 선물을 보내려는데 거기에 재를 뿌렸으니 얼마나 상심되고 아팠을까. 참 못난 남편입니다."

    중심을 버리고 변방으로 간 목사. 아무도 찾지 않는 두메산골에 작은 교회를 세우고 노인들과 아이들과 소박하고 아름다운 일상을 공유하며 기독교의 할 일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는 지은이가 특유의 유머러스한 문체로 써내려간, 종교와 삶, 그리고 인간에 대한 깊은 사유와 통찰이 빛나는 '우리들의 작은 천국'은 신자들은 물론 일반 독자에게도 작지만 아름다운 삶의 풍경이란 무엇일까를 반문하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 책 속으로

    # 시간이 흐르면서 처음 구멍가게의 자유와 기쁨이 사라지고 자두나무의 불안감이 찾아왔습니다.

    사택의 내 서재에 아이들이 빈틈없이 들어앉아 밥을 먹다보니 방 안이 난장판이 되고 만 것입니다.

    책이 여기저기 뽑혀 있고 심지어는 피눈물 같은 돈을 주고 산 값비싼 책들의 표지가 찢기거나 본문에 김칫국물까지 발갛게 흐르는 일도 일어났습니다.

    서재는 아이들이 서로 밀치고 소리 지르고 징징 울어대는 소리로 가득했습니다.

    마치 방목하는 가축이 한꺼번에 비좁은 축사로 몰려든 것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구멍가게 옆 자두나무에 악동들이 달라붙어 가지를 찢고 아직 익지도 않은 푸른 자두까지 다 훑어가버리는 어린 시절의 환영이 이렇게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어린 시절의 끔찍한 악몽은 오늘을 지시하는 데자뷔였습니다.

    가난한 살림살이에도 책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전시성 진열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 커다란 상처가 나고 말았습니다. 처참하게 망가져가는 자두나무를 바라보니 구멍가게의 행복이 짓밟히는 것 같았습니다.

    내 상상 속의 자두나무는 금기의 메타포였습니다. 내 안에 자두나무가 자랄수록 세계에 대한 경계심과 두려움도 커가고 있었습니다. 어느 순간 이 자두나무를 과감히 베어버리지 않았다면 나는 옹졸한 구멍가게 아저씨로 존재했을 것입니다. -17~18쪽

    # 흙냄새와 들기름 냄새와 김치 냄새와 배추와 무의 푸성귀 냄새와 대파 냄새와 돌사과 냄새가 강대상 주변에 출렁입니다.

    예쁘고 세련되게 장식하지 않았지만 그것보다 훨씬 감동이 되고 은혜가 됩니다.

    있는 그대로의 것을 가장 소중한 것으로 드리는 게 예배의 미학 아닐까 생각합니다.

    신명기 27장에 "다듬지 않은 돌"로 제단을 쌓고 번제를 드리라고 한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래서 우리 교회의 표어는 몇 년째 '삶이 예배가 되는 교회'입니다.

    추수감사절은 삶이 예배가 되는 모습이 가장 현실적으로 드러나는 때입니다. - 21~22쪽

    # 그래서 현란한 도시문명의 빛으로부터 탈출하여 고요하고 깨끗한 어둠에 나를 던져놓는 일은 자연의 질서와 그 질서에 순응하는 인간의 심섬을 되찾는 일입니다. 나아가 하나님을 만나는 통로를 여는 일입니다. 오늘도 나는 물한계곡의 깊은 어둠에 나를 던집니다. 그리고 금강석같이 혼자 단단해집니다. 고독의 절정에 다다르면 비로소 환하게 열리는 빛의 통로를 바라봅니다. -194쪽

    개나리, 목련, 벚꽃, 생강나무꽃, 조팝꽃, 물푸레나무, 상수리나무, 산버들, 냉이꽃, 민들레, 꽃다지들이 흔들리며 내 길을 밝혀주는 4월의 밤, 나무 하나하나, 풀 하나하나, 꽃 송이송이는 천국의 생명들이 꾸는 꿈입니다. 이 별은 천국의 꿈입니다. 우리가 천국을 꿈꾸는 게 아니라 천국이 우리를 꿈꾸고 있습니다. 우리는 천국의 꿈입니다.-210쪽

    # 하지만 이런 목회는 모두에게 위험합니다. 이런 특효약을 잘못 사용하여 사이비와 이단으로 빠진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것은 아주 강력한 효과가 있어 한 번 잘못 하용하면 중독되기 쉽습니다. 이런 마약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신학적 기반이 없고 몰지성적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기의 신념이 너무 확고해서 그것이 잘못된 것인 줄 모른다는 것입니다. 무지한 자의 신념처럼 무서운 것은 없습니다. -230쪽{RELNEWS:right}

    김선주 지음 | 김선주 사진 | CBS북스 | 272쪽 |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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