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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품체조·하야가·말달리자" 풍자로 가득한 광장



사건/사고

    '하품체조·하야가·말달리자" 풍자로 가득한 광장

    • 2016-11-13 07:00

    100만 촛불 집회 이모저모…성숙 시민의식도 돋보여

    지난 12일 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촛불문화제에서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12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요구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다양한 풍자로 규탄 목소리를 냈다.

    집회 과정에서 주변을 훈훈하게 하는 성숙한 시민 의식도 돋보였다.

    지난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하야 촉구' 3차 촛불집회 참석자들이 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 해학과 풍자의 민족…본판 전 몸풀기부터

    이날 주최 측 추산 100만 명이상의 집회 참가자들은 저마다 '내려와라 박근혜' 등 손팻말을 들고 박 대통령 하야를 요구했다.

    본집회 시작 직전 참석자들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스트레칭을 하는 순서에서부터 박근혜 정권 풍자가 시작됐다.

    주최 측 스트레칭 시범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3억 5천만 원의 예산을 들여 보급한 차은택씨의 '늘품체조' 대신 3500원짜리 '하품체조'를 가르쳐주겠다며 스트레칭 시범을 보였다.

    손을 배에 모으고 허리와 고개를 앞으로 깊이 숙이는 동작을 할 때도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검찰이 공손히 인사하는 모습을 본떴다'고 설명하고, 팔을 펴면서는 '하야!'라고 외치도록 하기도 했다.

    일부 시민들은 박 대통령의 최근 지지율 5%를 빗대 '배터리도 5%면 바꾼다', '지지율도 실력이야! 니 부모를 탓해!'라며 조롱했다.

    박 대통령을 풍자할 때 자주 등장하는 닭 패러디도 눈길을 끌었다.

    한 청년은 '닭 모가지를 비틀어야 새벽이 온다'라는 글귀 넣은 피켓을 들고 나와 시민들의 웃음을 샀다.

    광화문 광장 무대에 오른 밴드 '크라잉넛'은 "말은 독일로 달려가는 게 아니다, 이화여대로 달려가는 게 아니다, 달려야 할 곳은 청와대"라며 '말달리자'를 불렀다.

    크라잉넛은 "원래 '말 달리자'는 크라잉넛의 노래였는데 이러려고 크라잉넛을 했나 자괴감이 든다"고 말해 시민들의 폭소를 유발했다.

    지난 12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민중총궐기에 참가한 시민들이 서울 세종대로에서 청와대로 행진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 세월호 모형도 등장…농민들은 상여 끌고 행진

    문화예술계 인사와 학생들은 전통적인 집회·시위 모습 외에 퍼포먼스의 형태로 집회에 동참했다.

    자신을 '문체부 블랙리스트'로 소개한 임옥상 화백은 서울시청 서울도서관 앞에서 우레탄 폼과 한지로 만든 박 대통령과 최씨의 대형 얼굴 상에 못을 꽂아넣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들 얼굴 상에는 '오방낭', '차은택', '고영태'라고 적혀 있었다. 이 퍼포먼스에는 임 화백뿐 아니라 현장에 모인 참석자들도 동참했다.

    참가자들은 야구 응원가로 많이 쓰이는 '아리랑 목동'이나 가수 10㎝의 '아메리카노'를 개사한 하야가 등을 부르며 하야를 촉구했다.

    길이 4∼5m의 세월호 모형도 등장했다.

    세월호에는 검은색 바탕에 노란색 글씨로 '구조 안 함', '미수습자', '유품', '진실', '침몰원인' 등의 종이를 붙여 정부가 세월호 희생자들을 일부러 구조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농민들은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는 상여를 끌고 행진했다.

    지난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하야 촉구' 3차 촛불집회 참석자들이 집회 종료 후 광화문광장을 청소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 분노했지만 '정도' 지킨 시민들…정부와 달라

    분노가 응집된 장소였지만 시민들은 어느 때보다 더 성숙한 시민 의식을 보였다.

    서울시청 앞에서 광화문으로 행진이 시작되자 시민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발적으로 바닥에 떨어진 쓰레기들을 치웠다.

    경복궁 근처,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는 4~50대 여성 3명이 대형 쓰레기봉투를 손수 들고 와 거리에 널브러진 피켓, 담배꽁초 등을 줍기도 했다.

    주부 김모(49·노원구 하계동) 씨는 "시민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을 할 뿐"이라면서 "나처럼 이런 생각으로 참여한 사람들이 많으니 더 힘이 모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상 최다 인원이 결집한 탓에 행진에는 한때 무리가 있기도 했지만 시민들은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앞뒤로 꽉 막힌 상황에서도 시민들은 "사람 다친다", "밀지 마라", "천천히 가자"고 외쳤고 "다친 사람 있다"며 비켜달라는 구급 대원의 말에 시민들은 양옆으로 즉각 물러섰다.

    지난 12일 오후 서울광장, 광화문 광장을 비롯한 도심 곳곳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민중총궐기 전국노동자대회에 참가자들이 청와대까지 행진하며 내자동 교차로 입구에서 경찰병력과 대치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평화 시위를 위한 시민들의 노력은 밤 늦게까지 계속됐다.

    본행사가 마무리된 후인 11시쯤에는 일부 청년들이 경복궁 역 근처에 설치된 경찰 차벽 위로 올라가는 등 과격한 행동을 보이기도 했지만 시민들은 "내려와", "비폭력" 등을 외치며 이들을 만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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