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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장악은 현재진행형"…'7년-그들이 없는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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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장악은 현재진행형"…'7년-그들이 없는 언론'

    [노컷 리뷰] '상식적인 믿음' 공유했던 이들에게 돌아온 건 '해고'

    (사진='7년-그들이 없는 언론' 티저 캡처)

     

    한국사회는 다이내믹하다. 쉴 새 없이 사건이 터진다. 사회를 뒤흔드는 '큰 일'이 벌어져도, 또 다른 '큰 일'로 묻히기 일쑤다.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에도 너무 많은 것들이 잊혀지고 있다.

    다큐멘터리 '7년-그들이 없는 언론'(이하 '7년')은 이처럼 '잊혀져 가는 것들'에 포커스를 맞춘 영화다. 1980년대 이후 처음 벌어진 언론인 대량 해직사태가 그것이다.

    EBS '지식채널 e' 제작 PD로 유명한 김진혁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연출을 맡아, '언론장악'의 신호탄이 쏘아진 2008년부터의 영상을 모아 꼼꼼히 살폈고 2014년부터는 직접 카메라를 들어 완성했다.

    사회의 공기 역할을 해야 할 언론이 서서히 망가지는 과정을 담은 작품이니만큼, 영화 분위기는 대부분 숙연하다. 마이크를 잡고 카메라를 들어야 할 기자들이 회사 안팎에서 '보도 공정성'을 위해 싸우는 모습이 촘촘하게 담겨 있다.

    ◇ YTN, MBC 구성원들은 왜 거리로 나갔나

    전반부는 보도 전문 채널 YTN에서 벌어진 일이 주로 등장한다. 언론노조 YTN지부(이하 YTN지부)는 이명박 대통령 특보 출신인 신임 구본홍 사장을 필사적으로 막는다. 뉴스 채널의 생명인 '공정성'을 저해할 수 있는 인물을 절대로 사장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을 했다는 이유로 2008년 10월 6일 해직된 기자들(권석재·노종면·우장균·정유신·조승호·현덕수)은 "지금이 5공도 아닌데"라며 설마 해직까지 가게 될 줄은 몰랐다고 고백한다. 해직사태가 2000일 넘게 이어지리라고 생각지 못했다고도 덧붙인다.

    후반부에선 MBC가 어떻게 '체질 변화'를 겪게 됐는지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명박 대통령과의 친분으로 사장 취임 전부터 말이 많았던 김재철 사장은 새로운 MBC를 만들어 간다. 민감한 보도를 최대한 피하며 몸사리는 것이 MBC의 스탠스로 굳어졌다. 내부 구성원들에게는 '고통' 그 자체였다.

    언론노조 MBC본부(이하 MBC본부)가 털어놓는 당시 상황은 말 그대로 '기가 막힌다'. 사측은 "다른 데서 보도하니까", "다른 데선 안 하니까"라는 상반된 이유를 그때그때 들어가며 정권비판적인 보도를 피해간다. 제대로 보도하지 못한 책임은 고스란히 현업 언론인들에게 돌아왔다. 2011년 한미 FTA 반대 집회에선 취재진이 분노한 시민에게 맞기까지 한다.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겠다는 각오 아래 MBC본부 사상 최장 기간인 170일간 파업을 했으나 돌아온 것은 해고와 줄소송이었다. 노조 집행부 및 기자, PD 6명이 차례차례 해직됐다.

    (사진='7년-그들이 없는 언론' 티저 캡처)

     

    ◇ 그들은 정말 투사였을까

    '7년'은 언론인 해직사태 당시의 생생한 화면을 그대로 보여주면서도 시종일관 담담한 태도를 유지한다. '보도 공정성'을 두고 싸우다 해고된 언론인들을 부러 미화하지도, 대단한 투사인 것처럼 영웅화하지도 않는다.

    언제나 더 공정하고 질 높은 뉴스를 만들어야 한다는 믿음, 얼마든지 다양한 의견을 포용하고 토론할 수 있으며 '막힘 없는 언로'는 언론사의 기본이라는 믿음, 보도 공정성은 언론사 구성원들이 다 같이 수호해야 한다는 믿음.

    영화에 나오는 이들은 이런 상식적인 믿음을 공유하는 사람들이었다. 이상하리만치 억압적인 권력에 의해 뜻하지 않게 졸지에 투사가 됐을 뿐. 보도 전문 채널의 생명은 뉴스의 공정성이고, 이를 저해할 가능성이 높은 대통령 특보 출신 사장이 오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는 YTN 현덕수 해직기자의 말은 그래서 인상적이다.

    ◇ 되돌아보게 되는 '언론노동'의 가치

    '7년'은 성실한 기록이 얼마나 중요한 가치를 지니는지를 몸소 보여주는 영화이기도 하다. 권력이 언론을 쥐고 흔드는 '비극'을 놓치지 않고 좇아온 이들의 '언론노동' 덕에 이 영화는 탄생할 수 있었다.

    지금보다 더 적극적이었고 건강했던 언론의 흔적을 발견하는 것도 '7년'의 관람 포인트 중 하나다. 낙하산 반대 투쟁을 할 당시인 2008년, YTN에서는 노조의 투쟁 현장이, 그들의 목소리가 그대로 방송됐다. 리포트를 하는 기자 역시도 "공정한 뉴스는 YTN의 생명"이라는 말을 아무 두려움 없이 한다. 파업을 하면 KBS, MBC, SBS, YTN 등 유수 방송사들의 마이크가 등장했다.

    해직 사태 2000일이 넘은 이들이 6년 만에 징계무효소송 결과를 받아들어도, 자사의 소극적인 보도를 안타까워하는 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정직에 해고까지 되어도, 청와대 홍보수석이 보도 통제를 위해 국가기간방송사에 전화를 해도, 많은 '주류 언론'들이 묵살하기 바쁜 지금과는 딴판이다.

    해직자들의 마지막 희망이었던 사법부는 해고 일부 정당, 일부 무효 판결을 내려 YTN 해직기자들을 반반으로 갈라치기했다. MBC는 각각 이상호 기자, 권성민 PD가 복직했으나 2012년 파업으로 인한 해직자들은 여전히 3심을 기다리고 있다. 자사 보도를 비판했다고 징계를 받는 것은 이제 그리 대수로운 일도 아니다. 언론장악이 '현재진행형'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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