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노컷뉴스

뻥뚫린 국가중요시설 제주공항…한심한 보안수준(종합)

사건/사고

    뻥뚫린 국가중요시설 제주공항…한심한 보안수준(종합)

    성인 남성 충분히 월담 가능…종합상황실 보안의식도 '안일'

    20일 제주공항 중국인 월담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현장에 나온 법무부 (사진=문준영 기자)

     

    중국인 월담 사건으로 국가중요시설 가급에 해당되는 제주국제공항 보안시설이 엉망으로 확인됐다. 실제 제주공항 일부 울타리시설은 준비된 성인 남성이라면 충분히 월담이 가능한 수준으로 방치돼 있었다.

    한국공항공사측은 뒤늦게 시설보안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무단이탈 대응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 어디로 어떻게 빠져나갔나? 불법체류자 왕 씨의 행적

    중국인 왕 모(34) 씨는 지난 18일 밤 10시 19분쯤 중국 춘추항공사 항공기를 타고 제주 공항에 도착했다. 출발지는 중국 하얼빈이다.

    왕 씨는 계류장에 내려 버스로 여객터미널 입구까지 이동한 뒤 터미널 입구에서 대열을 이탈한다.

    이후 30여분 뒤인 10시 50분쯤 제주공항 인근에 있는 렌터카 주차장 쪽 울타리로 이동해 담을 뛰어 넘는다.

    당시 외부에는 조력자 A 씨가 차를 타고 왕 씨를 기다리고 있었다.

    왕 씨는 다음 날인 19일 오후 1시 25분쯤 제주시 오라동의 한 가정집에서 검거된다.

    취재결과 왕 씨는 지난 9월 공사장 등에서 일을 하다 강제출국 된 불법체류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신분증이 위조될 가능성도 있어 지문 대조 등 추가 조사가 필요한 부분이다.

    당시 출입국관리사무소는 1시간여가 지나 왕 씨가 사라진 것을 확인, 19일 오전 1시쯤 공항공사 종합상황실에 이 사실을 알렸다.

    제주국제공항 종합상황실 (사진=문준영 기자)

     

    ◇ 공항공사 종합상황실, 안일함이 부른 '보안 구멍'

    제주공항 안에는 공항을 모니터링하는 종합상황실이 있다. 하지만 종합상황실은 왕 씨의 이탈을 포착하지 못하고 다음날 오전이 돼서야 이 사실을 파악한다.

    제주공항공사 상황실 관계자는 "그런 경우인 줄 알았다"고 밝혔다. 월담 당시 모니터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사실상 공항 내 보안의 핵심부인 종합상황실의 안일한 대응이 보안 구멍을 만든 것이다.

    ◇ 1차 문제는 항공사, 2차는 월담하게 만든 시설문제

    정상적인 경로라면 왕 씨는 여객터미널에서 입국심사장으로 들어가 입국심사 절차를 밟아야 한다.

    하지만 입국심사를 안내하고 감시해야 할 항공사는 왕 씨가 대열을 이탈하기까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여기에서 1차적인 문제가 발생했다.

    출입국관리법은 항공사 등 운수업자가 입국이나 상륙을 허가받지 않은 사람의 입국·상륙을 방지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입국심사장까지 왕 씨를 안내하고 감시하지 못한 책임이 항공사에 있는 것이다.

    왕씨가 월담한 제주공항 인근 울타리 (사진=문준영 기자)

     

    2차는 시설문제다. 당시 왕 씨는 맨손으로 담을 뛰어넘었다. 사실상 담을 뛰어넘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시설 자체가 문제다.

    제주공항 울타리의 경우 장력 기계경비 시스템이 설치돼 있다. 누군가 울타리를 접촉하면 상황실에서 감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제주지방항공청과 공항공사 관계자 등은 "왕 씨가 장력기를 뛰어넘는 바람에 기계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제주지방항공청 관계자는 “장력기는 공항공사에서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있으며 혹시 몰라 작동해봤지만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는 공항공사 외곽시설이 성인이면 누구나 뛰어넘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데 대해 공항 보안시설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왕씨가 월담한 제주공항 인근 울타리 (사진=문준영 기자)

     

    ◇ 출국금지 신분이 어떻게 제주 공항에 들어왔나?

    제주에서 불법체류자로 적발돼 강제출국될 경우 5년 간 입국이 금지된다.

    하지만 본국에서 항공사를 통해 국내로 넘어올 때 입국금지자를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은 미비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지난 달 30일부터 입국금지 자들을 본국에서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입국금지자들이 본국에서 탑승권을 발권하면, 이를 해당 항공사에 요청해 발권을 차단하는 시스템이다.

    제주에는 북경과 홍콩 일부 노선에서만 시행 중이며 현재 단계적으로 구축 중인 상태다.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