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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싸움은 '밥그릇' 때문이 아니다"



공연/전시

    "우리의 싸움은 '밥그릇' 때문이 아니다"

    [권리장전2016_검열각하 인터뷰 18] 극단 미인, 김수희 연출

    예술계 검열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그래도 전에는 논란이 생기면 검열이 잦아들곤 했는데, 현 정부에서는 더욱 당당하게 자행됩니다. 분노한 젊은 연극인들이 반기를 들었습니다. 검열에 저항하는 연극제 '권리장전2016_검열각하'를 5개월간 진행하겠답니다. 21명의 젊은 연출가들이 총 20편의 연극을 각각 무대에 올립니다. 위축되지 않고, 당당하게 작품으로 자기들의 목소리를 내려는 연극인들의 이야기를 CBS노컷뉴스가 시리즈로 보도합니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 “검열이 연극계 판을 분열시키고 있다”
    2. “비논리적인 그들의 검열 언어, 꼬집어줄 것”
    3. “포르노 세상에서 검열이란”
    4 “검열, 창작자만이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
    5. “검열을 '해야 된다'는 그들…왜 그럴까”
    6. “의심하고, 의심하고, 또 의심하라”
    7. “'불신의 힘', 검열 사태 이후 나에게 하는 살풀이”
    8. “갈수록 검열은 교묘해지고, 그들은 뻔뻔해지네”
    9. “그들은 우리 기억에서 '세월호'를 지우려 했다”
    10. “국가는 '이반 검열'에 어떻게 개입했을까”
    11. ‘대학로 삐끼’를 통해 느끼는 검열 현실
    12. '귀 밑 3cm 두발 자유'는 정말 '자유'였을까?
    13. 만약 '검열'이 내게 닥친 일이었다면, 내 선택은?
    14. “태어나면서부터 내재된 자기검열의 벽…균열 가해야”
    15. '극장은 술집, 관객은 손님, 배경음악은 금지곡'
    16. “미래 사람들은 말하겠지, '2015년에 검열이 있었대' 하고”
    17. “검열 시대를 사는 바보같은 청춘들에 대한 이야기”
    18. “우리의 싸움은 '밥그릇' 때문이 아니다”
    (계속)

    극단 미인, 김수희 연출. (사진=유연석 기자/노컷뉴스)

     

    검열에 저항하는 젊은 연극인들의 축제 '권리장전2016_검열각하' 발기인 중 한 명인 김수희(41) 연출이 연극 '검열관과 털'(장석원 작)을 들고 9월 무대에 오른다.

    연극은 70년대 초 영화 개봉 전 검열을 담당했던 사전심의위원들의 이야기. 주인공 영남은 변 주임, 박 계장과 함께 영화를 들여다보며 오로지 등장인물들의 체모가 영화 속에 노출되지 않는지만 확인한다.

    비디오의 빨리감기 기능이 고장난 어느 날, 혼자 남아 야근을 하게 된 영남은 할 수 없이 영화 전편을 보게 되고, 어느새 낯선 감정과 감동에 휩싸이게 된다.

    이어 직장을 유지하기 위해 영화를 자를(검열할) 것인가, 아니면 영화를 자르지 않고 내가 잘릴 것인가를 고민한다.

    9월에 작품을 올린 연출들의 공통적으로 강조하던 것 중 하나가 '무겁지 않은 공연'인데, 이 연극은 포스터에서부터 '익살'의 아우라가 느껴진다.

    검열이라는 키워드가 무거워 공연을 관람하기 꺼려졌던 관객들에게 이번 연극을 적극 추천한다. 9월 22일~25일. 서울종로구 혜화동 연우소극장. 1만 원.

    한편, 발기인으로서 김 연출은 이번 ‘권리장전2016_검열각하’가 연극인들의 '밥그릇 싸움'이 아님을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원하는 것은 ‘나에게 지원금을 달라’가 아니"라면서 "지원금 없이도 대학로에서 자력할 수 있는 연대를 만들어 보자는 거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럼에도 지원금은 집행돼야 한다. 지원금은 예술의 다양성을 보호해주는 울타리 역할을 해야 한다. 다만 간섭이 아닌 순순한 지원이 됐으면 한다"고 바랐다.

    다음은 김 연출과 나눈 1문 1답.

     

    ▶ 극단 ‘미인’을 소개해 달라
    = 극단 미인은 ‘아름다운’ 혹은 ‘아름답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연극 집단이다. 사업자 등록을 한 지 한 10년 됐다. 혼자 하다가 스탭들을 꾸렸고, 올해부터 배우와 함께 극단 형태를 갖췄다. 혼자 뛰면 힘들어서, 같이 뛰어보려고 한다. 주로 창작극을 했다. 누구나 고민해봤을 보편적 문제에서부터 한번쯤은 고민해 봐야 할 사회적 문제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 이번에 올리는 ‘검열관과 털’은 어떤 내용인가.
    = 1970년대에 영화를 검열하는 사전심의위원들의 이야기이다. 이들은 털(체모)이 보이면 자른다. 새로 들어온 신입에게 검열 방법을 설명하면서 벌어지는 기준 없는 해프닝, 신입이 겪는 내적 갈등, 그 안에서 피어나는 사랑…(웃음). 자기가 검열하게 된 영화를 심의 통과시킬 것인가 고뇌하는 얘기이다. 검열관이라는 소재는 다소 딱딱할 수 있으나 최대한 코미디로 웃픈 이야기로 만들어보려 한다.

    ▶ 그냥 털이 보이면 자르면 되는 일인데, 신입은 무슨 내적 고민을 하나.
    = 신입은 취업이 돼서 너무 좋았을 뿐인데, 비디오의 빨리감기 기능이 고장난 어느 날, 혼자 남아 야근을 하게 된다. 신입은 할 수 없이 영화 전편을 보게 되고, 어느새 낯선 감정과 감동에 휩싸이게 된다. 그러면서 이걸 잘라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한다. 영화를 자르지 않으면 자기가 잘리는 상황이니, 궁극에는 자를 것이냐 잘릴 것이냐를 고민한다.

    ▶ ‘권리장전2016_검열각하’ 발기인으로 중간 평가를 해 본다면.
    = 첫 의도는 ‘사람들에게 연극계에 일어난 검열사건을 알리고 우리가 우리에게 닥친 문제를 연극으로 대응한다’ 였다. 공연기간만 5개월인 페스티벌이 엎어지지 않고 꾸준히 진행되고 있으니 너무 잘 가고 있다고 본다. 요즘은 외부로든 내부로든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생각이 많아진다. 페스티벌 중이니 끝나야 알 수 있을 거 같다.

    곧 10월이 되면, 페스티벌이 끝나고, 그때 나는 어디에서 무엇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하는 개인적인 고민이 있다. 시작할 때 전달하고 싶었던 생각은 ‘검열은 안 된다. 지원금 제도가 투명하고, 예술가를 지원하는 것으로 남아야지 간섭하지 말아라’였는데, 공연을 보시는 관객분들이나 기사를 접하는 분들께 전달되고 있을 거라 믿는다.

    프로젝트를 하고 나면 말미에 과정에 대해 얘기 나누고, 프로젝트를 기반 삼아 더 발전한 공연 형식들을 찾을 것이다.

    극단 미인, 김수희 연출. (사진=유연석 기자/노컷뉴스)

     

    ▶ 페스티벌 이후 계획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나.
    = 각 극단이 공연으로 연대하는 방식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이런저런 아이디어는 수시로 얘기한다. 공연 끝나고 기획팀과 발기인들, 연출님들 회동하면 다음에 뭘 해야 할지 얘기가 될 것 같다.

    ▶ 페스티벌에 대한 주변 반응은 어떠한가.
    = 분개하셨던 선배님들은 우리를 보고 ‘젊은 기운’이라며 응원하고 격려한다. 연극계 검열사 건을 알게 돼서 좋은 기회였다는 관객도 계셨다. 반면 나를 붙잡고 ‘즐겁자고 공연 보러 온 사람들 왜 머리를 아프게 하냐. 너희 밥그릇 얘기 뭐 하러 하냐. 연극은 관객이 들어와야 완성되는 장르인데, '권리장전'은 관객을 쫓는다 등등의 얘기를 종종 듣는다. 겁나 재미없다는 얘기도…(웃음).

    ▶ 이번 공연을 통해 전했으면 하는 메시지는.
    = 연극은 '재밌다'. 연극이라는 게 어려운 게 아니고, '재밌는 거'다. 나도 재밌게 만들려고 애쓰고 있다. 재미라는 것은 어떤 이야기든, 준비 안 된 사람도 앉혀놓고 들을 수 있게 하는 힘을 말한다. 연극 만드는 사람들이 하고픈 얘기를 무대 위에서 펼쳐낼 때, 방식은 다르지만 결국은 관객에게 말을 거는 거다. 방식이 독특하고 어려워서 지루할 수도 있지만, 말 거는 그 자체는 굉장히 재미있는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관객들께서 그 재미에 관심을 가져주시면, 주제나 소재의 다양성 자체에 대해서도 편하게 접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권리장전2016_검열각하’ 프로젝트가 많은 관객을 만날 수 있게 우리가 더 잘하겠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나에게 지원금을 달라’가 아니다. 지원금 없이도 대학로에서 자력할 수 있는 연대를 만들어 보자는 거다. 밥그릇 싸움이 아니다. 대학로에 존재하는 극단 수에 비하면 지원제도는 사실 많지 않다. 그럼에도 지원금은 집행돼야 한다. 지원금은 예술의 다양성을 보호해주는 울타리 역할을 해야 한다. 다만 간섭이 아닌 순순한 지원이 됐으면 한다. 관객은 그렇게 탄생한 다양한 연극을 즐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우리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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