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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범죄현장에서 피를 닦아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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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멕시코 제1호 범죄현장 청소부

    사진=BBC 화면 캡처

     

    "나는 범죄현장 청소부(forensic cleaner) 입니다."

    도노반 타베라는 세계에서 살인률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인 멕시코의 제1호 범죄현장 청소부다. 범죄현장에 남은 피를 깨끗이 닦는 게 이들의 주요 업무다.

    타베라는 어릴 적부터 피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다. "12살 때 동네 길가에서 시신을 처음 봤어요. 길에 피가 흥건했지만 조금 놀랐을 뿐 무섭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부모에게 "범죄현장에 남겨진 피는 누가 닦아내나요?"라고 거듭 물었다.

    아들의 질문세례를 견디다 못한 부모가 "이제 그만 좀 물어보라"고 호통치자, 타베라는 도서관에서 약품에 관한 책을 섭렵했다. "법의학 관련 책을 통해 사람이 죽음에 이르는 과정, 시신에 일어나는 일 등 많을 것을 배웠죠."

    타베라는 "살인사건 현장에는 피가 많이 남기 때문에 피를 닦아내는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17살 무렵, 정육점에서 소의 간과 뼈를 사서 피를 닦아내는 방법을 연구했다"고 했다.

    수 년간의 노력 끝에 그는 피를 닦아내는 방법 300가지를 개발했다. "무엇을 닦아내느냐, 고인이 언제 어떻게 죽었느냐 등에 따라 사용하는 방법이 달라져요. 예를 들어 목졸라 살해된 경우 체액을 고려해야 해요. 살인현장에 도착하기 전, 사건 정황과 고인의 질병 유무, 감염 우려 등을 파악하는 게 급선무죠."

    범죄현장 청소부는 사건현장을 방문하는 마지막 사람이다. 경찰 조사와 고인의 장례식이 끝나고 나서야 이 곳을 찾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뜻하지 않게 고인 가족의 심리치료사 역할을 하기도 한다. "처음에는 슬픔에 동화됐지만, 지금은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한 후 내 일을 계속 해요."

    범죄현장을 청소할 때 늘 헤드폰으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는다. "오페라 같이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음악을 준비해가요. 일에 집중하도록 도와주거든요. 그런데 일단 청소를 시작하면 헤비메탈을 듣고 싶어져요."

    대부분이 기피하는 업종이지만, 그는 고되고 힘들어 보이는 이 일에서 나름대로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4명이 살해된 현장에 간 적 있어요. 우리는 10시간 이상 걸려서 현장을 정리했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망연자실했던 건물 주인이 깨끗해진 내부를 보고 진심으로 고마움을 표시했어요."

    타베라는 "나를 고용하는 사람은 매우 고통스러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시신이 발견되고 내가 피를 닦아낼 때까지 그들은 집안 곳곳의 피와 마주해야 한다"며 "하지만 청소 후 집이 개끗해지고 냄새가 가시면 그들의 기분이 바뀐다. 안도의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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