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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이 무슨 대수냐" 역대급 강진에도 야자 강요



사건/사고

    "지진이 무슨 대수냐" 역대급 강진에도 야자 강요

    일부 학교, 대피하려는 학생들에 "그냥 공부해"

    포항 영일대해수욕장 해상누각 출입구가 지진으로 인해 균열이 생겼다. (사진=포항CBS)

     

    12일 저녁 경주에서 발생한 5.1, 5.8 강진으로 5만여 건의 피해 신고가 발생했다. 이후에도 여진이 179번 지속됐다. 초유의 강진이란 평가다.

    이 가운데 일부 학교에서 고등학생들에게 학교에 남아 야간자율학습에 끝까지 참여하라고 강요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자칫 엄청난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었던 위험한 상황이다.

    '@1988*****'은 "담임이 (교실에) 와서 밖에 나가지 말고 야간자율학습이나 하라고 했다. 수능이 66일 남았는데 지진이 무슨 대수냐고 한다. 우리가 대학 떨어지는 게 더 심각하다고 앉아서 공부하라고 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mini*******'는 "야자 중에 지진으로 진동을 느낀 후 아이들 표정이 다 똑같았다. 다들 억지로 웃으며 서로 다독였다. 그 상황에서 공부하라는 야자 감독이 정말 미웠다. 3층이라 뛰어내릴 수도 없는데 어쩌나 했다"고 암담했던 심경을 전했다.

    '@holo****'는 "우리 학교 애들 야자 중이었는데 지진이 났다. 애들 다 당황해서 웅성웅성하고 있었다. 담임이 들어오더니 '너네 왜 떠드냐'고 물었다. 우리가 지진이 나서 무섭다고 호소했더니 '얼마나 집중을 안 했으면 지진을 느껴. 빨리 공부해'라더라"고 씁쓸함을 표했다.

    '@9211********'도 "교내 방송이 울리기에 난 귀가 조치나 운동장 대피를 준비하는 줄 알았다"며 "근데 '일시적으로 보이니 신경 쓰지 말고 자습에 집중하라'는 내용이었다. 애들이 무서워서 울고 무슨 일이냐고 시끄러웠다. 감독이 들어오더니 조용히 하라면서 엄청 화내고 갔다"고 황당함을 전했다.

    '@timi*****'는 "오늘 야자 시간에 들었던 말이 있다"며 "'동조하지 말고 공부해라. 책임질 테니 공부해라. 옆 고등학교는 동요하지 않고 공부하고 있다. 위급상황이었다면 벌써 재난 대피 알림이 울렸을 거다'라는 말이다"라며 무책임하던 일부 교사의 모습을 지적했다.

    '@ppis****'는 "SNS엔 온통 야자 때문에 집에 못 가고 있다며 공포스러워하는 이야기투성이인데, 당시 방송에는 아이들이 모두 야자를 취소하고 조기 귀가했다고 나왔다. 정말 욕이 나올 지경"이라고 적었다.

    자신을 경주 모 고교 재학생의 학부모라 주장한 이가 공개한 문자 메시지 내용이다. (사진=화면 캡처)

     

    한 온라인 게시판에, 자신을 경주 모 고교 재학생의 학부모라 주장한 이가 공개한 문자 메시지는 이러한 증언들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가 공개한 메시지 캡처 화면에는 "조금 전 경주 지역 지진으로 놀라셨을 거다. 현재 학생들은 아무 이상 없이 자율학습을 하고 있다. 자율학습은 평소와 같이 진행한다. 마치는 시간도 평일과 같다"는 무미건조한 내용이 담겼다.

    이 문자가 발송된 21분 이후 30분 정도 지난 뒤에 또다시 발송된 문자는 "지진이 거듭돼 현재 학생들은 가장 안전한 운동장에 있다. 귀가 여부는 추후 알려드린다"는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 이는 규모 5.8의 본진이 이미 진행된 후다.

    부산 영도구 모 아파트 주차장 바닥에 지진으로 금이 갔다. (사진=부산경찰청 제공)

     

    이같이 미덥지 않은 학교 측의 조치에, 이를 듣지 않고 살 길을 모색했다는 학생들의 경험담도 나왔다.

    '@sino****'는 "방금 지진이 났다. 선생님들이 우리더러 멀쩡하니까 야자나 하라더라. 기다리고 있으라는 안내 방송만 나왔다. 애들이 '세월호 때도 기다리고 있으라는 말 들었다가 죽은 거 아니냐'면서 단체로 가방과 핸드폰을 챙겨 도망나왔다"고 전했다.

    '@Neet*********'는 "우리 학교 야자하고 있었는데 지진이 왔다. 애들이 '지진이야!'라고 소리지르면서 뛰어 나가려니까 선생님들이 '야 그냥 앉아서 자습해'라고 답했다. 우리는 '세월호 때도 말 들었다가 다 죽었다'고 말하고나서 도망갔다"고 적었다.

    급기야 이런 학생들의 '도망'을 막기 위해 벌점으로 협박했다는 주장도 있었다.

    '@burn***'는 "우리 학교 진짜 너무한다. 갑자기 교내 전체 방송이 울려서 지진 때문에 조기 귀가하라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교내 학생 여러분들은 무단 외출을 하지 않기 바란다. 무단외출시 벌점 10점을 부과한다'는 내용이었다"고 혀를 내둘렀다.

    현장 소식을 들은 시민들은 "지진 때문에 건물 다 부서져서 심각하게 다쳐봐야 정신 차릴 거다", "세월호 때가 언제인데 벌써 이러냐", "저런 교사, 교감, 교장 다 자격 박탈해라", "그냥 집에 보내는 것보다 운동장에 대피시키는 등 책임있는 행동을 보여야 하는 거 아니냐"는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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