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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아는 죽었다. 하지만 그들은 아직 이 사실을 모른다"



책/학술

    "리디아는 죽었다. 하지만 그들은 아직 이 사실을 모른다"

    신간 소설 '내가 너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는 것들'

     

    신간 소설 '내가 너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는 것들'은 엄마와 딸이, 아빠와 아들이, 아내와 남편이 서로를 위해 평생 동안 분투하는 과정을 그려낸다.

    “리디아는 죽었다. 하지만 그들은 아직 이 사실을 모른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10대 소녀의 의문의 죽음을 둘러싸고 ‘리디아에게 과연 무슨 일이 있었나’라는 미스터리를 추적해가는 추리 소설적 성격을 띤다. 엄마가 바라는 대로 의대에 진학해 의사로서 당당한 사회적 여성의 삶을 살아갈 준비를 하던 열여섯 살 소녀 리디아. 그러나 리디아는 남모르는 수수께끼를 품은 채 실종되고, 끝내 마을 호수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이야기는 이 죽음의 퍼즐을 맞추기 위해 리디아의 어린 시절로 그리고 리디아 아빠와 엄마의 과거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펼쳐진다. 이민자 출신으로 주변의 차별적인 시선을 체화하며 성장한 혼혈인 아빠 제임스. 의과대에 진학해 남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멋진 여성으로서의 사회적 성공을 꿈꿨던 엄마 메릴린. 아빠는 백인 여성인 엄마와의 결혼을 통해 남들과 ‘다르지 않은’ 평범한 사회의 일원으로 동화되고자 했고, 엄마는 꿈보다는 사랑을 그리고 머잖아 하버드대 교수로 채용될 남편을 통한 꿈의 대리 성취를 선택했다. 그러나 결혼 후에도 그들은 여전히 자신의 열망과 정체성에 시달리며, 자신이 완성하지 못한 성취를 다음 세대로. 특히 세 자녀 중 큰딸인 리디아를 통해서 이루려고 한다.

    이 소설은 한 가정의 비극을 다루되, 결혼제도를 삶의 덫으로 보는 가정 미스터리물과는 그 궤를 달리 한다. 그렇다고 가족 간의 사랑이나 희생을 말하는 소설도 아니다. 그보다는 딸이 사라진 후 그 소녀가 살아온 삶을 하나하나 추적하면서, 가족이 주는 억압과 무게 그리고 가족이라고 하더라도 서로 영원히 소통하지 못하는 것들에 대한 비밀을 파헤치는 매혹적인 심리 소설에 가깝다. 가족이라고 하면 세상 그 누구보다 친밀한 관계로 서로를 속속들이 알고 있을 것 같지만, 그 관계의 이면에는 생각보다 훨씬 어두운 그림자가 깔려 있다. 오히려 가정은 구성원 각자의 욕망이 교차하는 혼돈 속에서, 서로 상처를 주고받는 심리적 전쟁터에 가깝다. 최악의 경우에는 가장 치명적인 방식으로, 예측하지 못한 일탈로, 모두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사건이 터져버리는 장소가 바로 이 가정이다.

    “리디아는 부모의 꿈을 흡수한 채 내부에서 솟아나오려는 거부반응을 조용히 억눌렀다. … 리디아는 부모가 절실하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심지어 부모가 요구하지 않을 때도 알았다. 매번 그 일은 부모의 행복을 위해 교환해야 하는 작은 거래 같았다. 그래서 여름마다 대수를 공부했고, 드레스를 입고 신입생 댄스파티에 갔고, 대학교에서 생물학 강의를 들었다. 여름 내내, 월요일, 수요일, 금요일 모두 말이다. 응 하고 싶어. 하고 싶어. 하고 싶어, 라는 말을 하면서.”

    이 소설은 리디아가 ‘절대로 하지 않은 말들’을 추적해가면서, 리디아가 어떤 삶의 짐을 껴안고 어떤 내면의 실패를 맛봤는지를 통렬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원인을 알 수 없는 소녀의 죽음’이라는 미스터리한 사건 너머에 있는, 또 다른 차원의 아름답고 가슴 뭉클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러나, 또한 이 소설은 특정 인물을 축으로 가해자와 피해자를 나누고 응징을 테마로 하는 그런 이야기도 아니다. 셀레스트 응은 전지적 관점으로 아빠 제임스와 엄마 메릴린 그리고 오빠 네이선과 동생 한나, 이웃집 소년 잭 등의 모든 인물을 면밀히 관찰하면서, 그들이 남몰래 껴안은 여러 아픈 삶의 짐들-소수자를 향한 차별과 편견, 제도에 갇혀 펼쳐보지도 못한 꿈 그리고 왜곡된 방식의 사랑과 소통하지 못한 진심 등-에 대해서도 가차 없이 풀어냈다.

    당신에게 가족은 위안인가, 상처인가? 꿈인가, 현실인가? 내려놓을 수 없는 짐인가, 희망인가? 작가 셀레스트 응은 이 뛰어난 소설을 “가족을 위하여”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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