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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릴레이⑰] 긱스 릴보이, 슬럼프 깨고 다시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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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힙합릴레이⑰] 긱스 릴보이, 슬럼프 깨고 다시 뛴다

    <힙합 릴레이=""> 인터뷰. 열일곱 번째 주인공은 데이데이가 지목한 릴보이입니다.

    릴보이(사진=그랜드라인엔터테인먼트 제공)

     

    릴보이(Lil Boi, 오승택)는 국내 힙합씬에서 인지도 높은 래퍼 중 한 명이다. 힙합듀오 긱스 멤버인 그는 2011년 신선하고 세련된 음악을 담은 첫 EP 앨범 '오피셜리 미싱유(Officially Missing You)'로 당찬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어때', '워시 어웨이(Wash Away)', '플라이(Fly)' 등으로 연이어 차트 정상을 휩쓸며 음원 강자로 떠올랐다. 특히 지난해 '쇼미더머니4'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대중의 뇌리에 깊게 박혔다. 최근 릴보이와 서울 마포구 상수동에서 만났다. 긱스와 솔로 앨범 준비를 동시에 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겉보기에는 순둥이 같았지만, 음악적 소신을 밝힐 때만큼은 눈빛이 매서웠다.

    Q. 반갑다. 데이데이가 당신을 지목했다.
    데이빗 형과는 2011년에 처음 만났다. 그 이후 자주 마주칠 기회가 별로 없었고, 지난해 '쇼미더머니4'를 계기로 친해졌다. 의리 있는 형이라 날 지목해준 것 같다.

    Q. 릴보이에 대해 알아보자. 힙합 음악을 시작한 계기는.
    원래는 '고해', '서시' 같은 노래를 좋아하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랩을 시작한 건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다. 어느 날 힙합 커뮤니티에서 사람들이 올린 녹음물을 들었는데, 내가 더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 거다. 그래서 독학으로 가사를 쓰고 녹음도 해보기 시작했다. 입시 공부에 치이다가 스스로 뭔가를 만들어낸다는 것에 큰 흥미를 느꼈다.

    Q.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언제부터인가.
    스무살 때다. 대학에 입학했는데 적응을 잘 못 했다. 중,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나면 편한데, 대학교 친구들과는 왠지 벽을 두게 되더라. 아웃사이더였다. 한 한기를 마친 뒤 부모님께 '딱 1년만 음악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힙합 커뮤니티를 통해 만난 루이 형과 긱스를 결성해서 '오피셜리 미싱유(Officially Missing You)'를 낸 거다.

    Q. 그 노래가 2011년 싸이월드뮤직에서 연간 차트 3위를 했다.
    처음부터 핫하진 않았고 꾸준히 순위가 올라갔다. 루이 형과 내가 미니홈피 세대인데, BGM으로 써도 좋을 법한 노래를 만들자고 했던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미니홈피 창을 열고 BGM을 끈 다음에 우리 노래를 틀어서 어울리는지 확인하면서 작업했거든.

    Q. 이후에도 쭉 성적이 좋았다.
    '어때', '워시 어웨이(Wash Away)', '플라이(Fly)'로 음원 차트에서 3연속 1위를 했다. 내가 만든 노래가 큰 사랑을 받으니 기분이 좋았고 영광이었다. 방송 섭외도 많이 들어왔다. 그렇다고 긱스가 메이저 그룹이 됐다거나 스타가 됐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다.

    Q. 공감력 있는 사랑 노래를 잘 만든다.
    어릴 때부터 멜로 영화를 좋아했다. 억지로 슬픔을 쥐어짜는 거 말고 '어바웃 타임', '이터널 선샤인'처럼 잔잔하면서 울림 있는 영화를 선호한다. 루이 형도 나와 취향이 비슷하다. 또 개인적으로 힘들 때 사랑 노래를 자주 듣는 편이다. 아무래도 내가 들었을 때 좋은 노래를 만들려고 하다 보니 사랑 노래가 많은 것 같다.

    Q. 콜라보곡이 굉장히 많다. 인맥이 넓은가.
    아니다. 소유, 에일리 이런 분들과는 사적으로 잘 모른다. 거의 다 러브콜을 받고 작업한 거다. 사실 요즘에도 제의는 계속 들어오고 있는데 고사하고 있다. 나 때문에 회사가 요즘 적자다. (웃음).

    Q. 순하고 귀여운 래퍼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순둥이 이미지는 '쇼미더머니4' 때문에 생긴 것 같다. 억지로 욕을 하면서 디스 배틀하는 걸 싫어해서 방송에서 세게 안 했거든. 그런데 진짜 디스랩을 해야 할 상황이 오면 달라질 수도 있다.

    긱스 루이(왼쪽), 릴보이

     

    Q. 지난해 '쇼미더머니4'에 참가했다.
    할까 말까 고민하다 마감 5분 전에 지원했다. 실력을 제대로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그해 지원자가 7천 명 정도 됐는데, 내가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실험을 해본 것이기도 하다. 본선 경연 무대까지 올라갔으니 결과적으로는 잘 됐다. (송)민호한테 아쉽게 지긴 했지만. (웃음).

    Q. 당시 패자부활전에서 맞붙은 비와이가 올해 대박 났다.
    본선 무대에서 본인의 장점을 잘 보여준 것 같다. 빛을 보는 시기가 다를 뿐 언더에 실력 있는 래퍼가 정말 많다.

    Q. 래퍼 릴보이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나.
    사실 그걸 잘 몰라서 '쇼미더머니'에 지원한 거다. 겸손한 게 아니라 항상 음악을 만들 때 내가 잘 하고 있는 건가 싶다. 주변인들의 역할이 중요한데, 랩에 대한 이야기를 잘 안 하고 게임하고 밥 이야기만 한다. 일단 팬들은 딜리버리(전달력)와 가사가 좋다고 말씀해 주신다.

    Q. 음악적 롤모델이 있나.
    개인적으로는 칸예 웨스트를 좋아한다. 가끔 구설에 오르기도 하지만, 자유분방한 모습이 부럽다. 노래를 들어보면 가사도 좋고. 긱스의 음악적 롤모델은 엔이알디(N.E.R.D)다. 밴드 음악을 하는데도 힙합으로 인정받는 팀이다. 틀에서 벗어나지만 씬에서도 인정해주는 그룹. 내가 바라는 긱스의 모습이다.

    Q. 한동안 긱스 앨범이 뜸했다.
    고뇌라고 하면 웃기고, 생각이 많았다. 긱스가 입지를 굳힐 때 멜로디 랩으로 주목 받았지 않나. 사실 멜로디 랩이라는 장르를 하는 팀이 거의 없었다. 다이나믹듀오 선배님들 정도? 우리가 나온 뒤 버벌진트, 매드클라운, 산이 등 비슷한 음악이 계속 나오면서 장르가 정형화 됐다. 어디에도 속해 있지 않은 우리만의 장르를 하고 싶었는데, 거기서 슬럼프가 왔다.

    Q. 딥플로우가 '잘 어울려'라는 곡으로 긱스를 저격하기도 했다.
    산이, 매드클라운, 아웃사이더, 팻두 등을 거론하셨는데, 내 기억으로는 같이 곡 작업을 하신 분도 있는 걸로 안다. 나도 곡 작업을 한 적도 있고. 자신의 커리어를 부정하는 느낌인데, 굳이 그러실 필요가 있었나 싶기도 하다. 뭐 항상 사람은 변하는 거니까.

    Q. 슬럼프 이후 긱스의 음악적 지향점은 바뀌었나.
    아니다. 예전에는 긱스의 애매한 포지션에 대해 안 좋은 생각을 했다. 마이너적이지도 않고 완전히 대중적이지도 않아서 색깔이 없는 것 같았다. 그런데 지금 돌아보면 그게 참 좋았다는 생각이다. 어떻게 보면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거나 다름이 없는 거니까.

    Q. 새 앨범을 준비 중이라고 들었는데, 예전 색깔로 돌아가고 있나.
    꼭 그렇지는 않다.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앨범이 될 것 같다. 예전처럼 좋은 음악인데, 훨씬 다듬어지고 고급져졌다고 할까. 지금까지 모은 트랙은 12개 정도 된다. 뺄 곡은 빼고 추가할 건 추가하면서 살을 붙이는 과정에 있다.

    Q. 1년 5개월 만에 싱글 '다이빙(Divin')'을 발표한다고.
    얼마 전 뮤직비디오를 찍었다. 곡 자체가 여름 바이브고, 신나는 분위기라 지금 나왔으면 했다. 요즘 미국에서 유행하는 스타일이면서도 한국적이다.

    Q. 성적에 대한 압박은 없나.
    루이 형은 모르겠고 일단 난 없는 편이다. 그냥 하고 싶은 걸 하고 있다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성적 부담은 없지만, 많은 분이 좋아해주셨으면 한다.

    Q. 릴보이 솔로 앨범은 안 나오나.
    준비하고 있다. 긱스 앨범과는 다르게 전반적으로 무거운 분위기가 될 것 같다. '드림'(가제)이라는 곡을 예를들어 설명하겠다. 시골에서 태어나 꿈을 품고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 진학했는데, 금전적인 문제 등으로 일이 잘 풀리지 않는 이야기를 가사로 썼다. 내 주위에도 돈 문제 때문에 힘들어 하는 친구들 많다. 부정적인 느낌일 수 있지만, 힙합이라면 그런 현실적인 이야기를 다루는 것도 좋다는 생각이다. 나도 예전에 그런 한국적인 이야기를 많이 했던 MC스나이퍼 노래를 자주 들었다.

    Q. 대표곡을 꼽아달라.
    먼저 'Love, Life 그 한가운데서'. 영화 OST처럼 여운이 남는 감성을 좋아한다. 다음으로 '워시 어웨이(Wash Away)'. 새벽 감성을 너무 좋아한다. 밤에 혼자 이어폰 꽂고 듣기 좋은 노래다. 마지막으로 '라이츠 온(Light On)'. 이 곡도 뭔가 영화 OST 같은 느낌이 있다. 내 옛날 이야기이자 모두가 한번 쯤은 느껴봤을 법한 솔직한 이야기다. 사실 지금 준비 중인 긱스 정규 2집에 수록된 곡들을 추천하고 싶은데 아직 나오지 않아서. (웃음).

    Q. 힙합의 매력은 뭘까.
    힙합 음악을 들으면 그 곡을 만든 사람의 에너지, 힘 같은 걸 얻게 된다. 도끼 씨 노래를 들으면 '나도 돈 많이 벌거야', '나도 저렇게 될 거야'하고 다짐하게 되고, 이센스 형 노래를 들으면 술 자리에서 조언을 듣고 있는 것 같은 상상을 하게 되지 않나.

    Q.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은.
    준비하는게 정말 많다. 긱스 앨범 준비하면서 솔로, 크루 앨범도 같이 준비하고 있다. 나올 게 많다. 기대해달라.

    Q. 다음 래퍼를 추천해달라.
    보이원더를 지목하겠다. 침착하게 랩하는 스타일인데, 아직 많은 사람이 그 친구의 매력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이번 기회를 통해 더 알려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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