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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무협, '그를 얻는 자 천하를 얻을 것이다'



책/학술

    중국 무협, '그를 얻는 자 천하를 얻을 것이다'

    중국 소설 '랑야방1'

     

    대량이라는 가상의 나라를 배경으로 '기린지재(麒麟之才): 그를 얻는 자, 천하를 얻는다'라는 말이 나돌 만큼 뛰어난 재사이면서도 베일에 싸여 있는 주인공 매장소는 천하제일의 강호 방파 강좌맹의 종주다. 천하에 모르는 일이 없다는 랑야각에서 발표하는 랑야 공자방의 서열 1위는 언제나 그의 차지.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무예를 전혀 하지 못하는 병약한 시한부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12년 전, 대체 그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뼛속 깊은 원한을 가진 매장소의 목표는 단 한 가지 뿐. 어릴 적 죽마고우이자 아무런 세력도 없는 정왕을 황위에 등극시킴으로써 과거에 대한 복수를 하겠다는 것. 황위를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태자와 예왕은 랑야각에서 추천한 치세의 재사 매장소를 그들의 책사로 데려오기 위해 지극정성을 다하지만, 매장소는 그들의 마음을 쥐락펴락하며 변방에 있는 정왕에게 손을 내민다. 그렇게 철저하게 자신의 정체를 숨긴 매장소의 은밀한 싸움이 시작되는데……

    소설 '랑야방'(전 3권)은 왕권을 둘러싼 치열한 암투와 복수, 우정과 사랑, 인간 본성을 파헤친 화제의 무협정치사극으로, 2011년 중국 온라인 소설 연재 사이트에서 큰 인기를 끈 뒤, 독자들의 요청으로 책으로 출간되어 서점가에 돌풍을 일으킨 작품이다.

    소설 '랑야방'은 과거 명망이 높던 첫째 황자 기왕이 적염군을 데리고 역모를 꾀했다는 누명을 쓰면서 7만 적염군과 함께 대장군이었던 아버지를 잃게 된 소년장군 ‘임수’가 얼굴과 신분을 바꾼 채 매순간 뛰어난 언변과 지략을 발휘하는 ‘매장소’로 변신해, 자신의 절친한 친구이자 권력에서 멀어져 있는 일곱째 황자 ‘정왕’을 황제에 등극시키며 명예회복을 위해 싸운다는 줄거리를 가진, 가슴 절절한 정치시대극이자 통쾌한 복수극이다. 황위 쟁탈과 권력 다툼이라는 다소 묵직한 소재는 다루고 있지만, 무협 소설에 가까운 빠른 호흡과 사건, 인물들의 미묘한 심리묘사 등 지루할 틈 없는 전개로 매순간 놀라운 재미를 선보인다.

    아울러 과거 친구인 임수의 집안을 두둔했다가 황제에게 미움을 받아 후계자 경쟁에서 밀려나 있다가 매장소의 도움으로 예왕, 태자와의 권력 암투에 뛰어들게 되는 정왕을 비롯하여 매장소가 임수임을 알고 도와주는 유일한 인물 몽지, 매장소의 곁에서 수족처럼 그를 보호하는 어린동생 비류, 그리고 매장소를 존경하고 섬기며 따르는 소경예와 언예진까지, 매장소를 중심으로 생사를 함께하는 남자들 간의 끈끈한 의리가 펼쳐진다.

    책 속으로

    “그런데 태자와 예왕이 최근 끈질기게 선생을 끌어들이려고 유난스레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랑야각이 새로이 발표한 평가 때문이오.”
    “랑야각이 또 뭐라고 했습니까?”
    매장소가 쓴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태자 전하가 랑야각에 무거운 상을 내리며 치세에 능한 천하의 재사를 추천해 달라고 했소.”
    예황 군주는 가엾은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불행히도 선생이 추천되었소.”
    “그 자리에 있지 않으면 그 일을 도모하지 않는다고 했지요.”
    매장소가 차갑게 말했다.
    “치세는 황제 폐하의 일인데, 다른 사람들이 나서려고 하다니 대체 무슨 생각일까요? 설령 이 몸이 랑야각주의 좋은 평가대로 치세에 능한 재사라고 쳐도, 새로운 황제가 등극한 후에야 쓸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설마 태자가 정말 치세에 능한 재사를 원한다고 생각하오? 사실 그가 당시에 뭐라고 물었는지는 이제 와서 따질 필요도 없소. 하지만 랑야각의 대답은 의미심장하오.”
    예황군주가 유유히 말을 이었다.
    “내가 아는 대로라면 그 대답은 이렇소. ‘강좌매랑, 기린지재, 그를 얻으면 천하를 얻는다.’”
    “기린(전설의 동물로, 재능이 뛰어난 사람을 비유함-옮긴이)?”
    매장소가 실소를 터뜨렸다.
    “랑야각주가 분명 제게 원한을 갖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군요.”
    예황 군주는 저도 모르게 피식 웃으며 반쯤 몸을 돌려 난간에 기댔다. 눈동자에서 맑은 빛이 반짝였다.
    “선생을 만나고 보니 오히려 랑야각주가 이번에도 제대로 맞혔다는 느낌이 드는군.”_P76~77

    “어떻게 그걸 아시오? 당신은……대체 누구요?”
    “태자와 예왕은 결코 제 친구가 아닙니다. 그들이 저를 끌어들이려는 것뿐이지요.”
    매장소는 그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자조 섞인 웃음만 지었다.
    “전하께서는 랑야각이 저를 어떻게 평했는지 아십니까? ‘기린지재, 그를 얻으면 천하를 얻는다.’ 여러 황자에게 일어난 큰 사건들조차 모른다면 어찌 기린지재라 불릴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까 일부러 이런 쪽의 비밀과 자료를 수집해서 훗날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모양이군.”
    “맞습니다.”
    매장소가 빠르게 대답했다.
    “기린이 되는 것이 나쁠 것이 무엇입니까? 중요하게 쓰이고 공을 세우면 나중에 태묘(太廟)에 들어 길이길이 명성을 날릴지도 모를 일이지요.”
    정왕의 눈빛이 깊어지며 으스스한 한기가 감도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서, 선생은 태자를 선택할 것이오, 아니면 예왕을 선택할 것이오?”
    매장소는 고개를 살짝 들었다. 그의 시선이 쓸쓸해 보이는 나뭇가지를 지나 짙푸른 하늘을 응시했다.
    “저는 당신을 선택하려 고합니다, 정왕 전하.”
    “나를?”
    정왕은 고개를 들고 껄껄 웃었지만 눈동자엔 슬픔이 떠올랐다._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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