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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死 가르는 '1분'…"투신하면 난 너무 슬플거야"



사건/사고

    生死 가르는 '1분'…"투신하면 난 너무 슬플거야"

    '자살 기도자' 못 살리면 경찰관도 '심리적 충격'

    최근 생활고, 우울증 등으로 자살을 기도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면서 경찰에 비상이 걸렸다. 소중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는 '1분 1초'를 아껴 최대한 빨리 현장에 도착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살 기도자'와 피를 말리는 '시간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경찰의 긴급 구조 현장을 취재했다. [편집자 주]

    추혜원 순경이 A 씨를 설득한 인천의 한 오피스텔 발코니 현장 (사진=변이철 기자)

     

    ◇ "내 여동생이 투신하면, 난 너무 슬플 것 같아…"

    지난 20일 새벽 1시 30분쯤, 인천 남동경찰서 상황실로 112신고가 접수됐다. 내용은 "20대 여성이 한 오피스텔에서 투신하려 한다"는 것.

    신고를 접수한 지구대 소속 경찰관 2명이 현장에 긴급 출동했다. 자살 기도자 A(23·여) 씨는 만취 상태로 23층 복도 발코니에 위태롭게 몸을 기댄 채 "가까이 오면 아래로 뛰어내리겠다"고 위협하는 매우 급한 상황이었다.

    A 씨의 마음을 안정시키고 투신을 막은 것은 새내기 순경 추혜원(32·여) 씨의 진심 어린 설득이 주효했다.

    "나도 너 같은 여동생이 있어. 그 아이가 죽으면, 난 정말 너무 슬플 것 같아. 언니가 이야기 다 들어줄게. 우리 일단 안으로 들어가서 이야기하자."

    A 씨는 그 자리에서 한동안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힘들어서 더는 못 살겠다. 죽고 싶다"는 말도 간간이 되풀이했다.

    추 순경은 차분하게 계속 설득했다. A 씨는 결국 마음을 열고 23층 복도 발코니에서 나왔다. 추 순경은 그녀를 집 안으로 데려가 2시간 넘게 대화를 나누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추 순경은 "아차 하는 순간, A씨가 술김에 난간을 넘어갈 수도 있는 위급한 상황이었다"면서 "A 씨가 가족 간의 불화와 우울증으로 그동안 많이 힘들고 외로웠던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B 씨의 차량을 발견한 인천의 한 굴다리 (사진=인천경찰청 제공)

     

    ◇ "'꼭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 입술이 바짝 타들어 갔죠"

    회사원 B(35) 씨는 지난 12일 자정을 조금 넘긴 시각에 전 부인에게 자살을 암시하는 카카오톡 문자를 보낸 후 연락이 끊겼다.

    "잘 있어…. 나는 간다. (세상이) 무섭다."

    전 부인은 곧바로 이 사실을 112로 신고했다. 그때부터 경찰은 B씨의 소재를 찾기 위한 '시간과의 싸움'을 시작했다.

    휴대전화 위치 추적 결과, B씨는 인천시 남동구 소래습지 근처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인적이 드문 곳인 데다 기지국 간격도 넓어 정확한 위치를 특정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컸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현장 수색에 나선 것은 역시 지구대 소속 경찰관들이었다.

    김보현 순경과 이영민 순경, 최지선 순경 등 3명이 순찰차를 타고 소래포구와 소래습지, 수산동 일대를 샅샅이 뒤졌다. 하지만, B 씨의 차량은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

    이영민 순경은 "수색시간이 길어지면서 불안한 마음에 입술이 바짝바짝 타들어갔다"면서 "당시에는 '최대한 빨리 이 사람을 찾아 꼭 살려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말했다.

    수색은 1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그러던 중 수산동의 한 굴다리에 주차된 검은색 SUV 차량에서 연기가 피어나는 것을 발견했다.

    차량 내부를 확인한 결과, 번개탄이 타고 있었고 B 씨는 정신이 희미한 상태로 쓰러져 있었다. B씨는 이미 수면제 20알과 소주 2병도 마신 상태였다.

    경찰관들은 곧바로 응급조치를 한 뒤 119 구조대와 함께 B 씨를 병원으로 긴급 후송해 소중한 생명을 살렸다.

    김보현 순경은 "B씨의 휴대전화 바탕화면에는 자녀와 함께 찍은 가족사진이 깔렸고 차량 뒷좌석에는 유아용 카시트도 부착돼 있어 마음이 짠했다”면서 “B 씨 가족이 꼭 행복을 되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속한 대처로 소중한 생명을 살린 김보현, 추혜원, 이영민 순경 (좌로부터)

     

    ◇ 생사를 가르는 1분 1초…못 살리면 경찰관도 심리적 충격

    하지만 이처럼 자살을 막기 위한 경찰의 '사투'에도 불구하고 종종 안타까운 상황이 빚어지기도 한다.

    지난 12일 오후 2시 30분쯤 인천의 한 공장 뒤편 노상에 주차된 승합차에서 번개탄을 피운 채 성인 남성 3명이 숨져있는 것을 경찰이 발견했다.

    경찰은 자살을 암시하는 메모를 발견한 가족의 112 신고를 접수하고 긴급 출동했다. 하지만 가까스로 이들의 소재를 찾아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숨진 뒤였다.

    당시 출동했던 한 경찰관은 "가족의 신고가 조금만 더 빨랐으면 하는 아쉬움이 컸다"면서 "귀중한 생명을 살리지 못했을 때는 경찰 역시 가족 못지않게 죄책감 등으로 심리적 충격이 크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자살률은 2003년부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회원국 가운데 11년째 1위를 지키고 있다. 2014년 기준 국내 자살 사망자는 1만3,836명에 달한다. 날마다 36분마다 1명씩, 약 40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셈이다.

    특히 요즘처럼 경제위기가 심화할수록 자살률은 껑충 뛰어오르는 추이를 보여 경찰을 긴장시키고 있다. 과거 IMF 사태가 본격화한 1998년과 신용카드 대란이 일어났던 2003, 그리고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도 자살자 수는 큰 폭으로 늘어났다.

    인천지방경찰청 이창수 홍보담당관은 "자살 기도자는 대부분 사전에 자살 의도를 드러내는 경고신호를 주변에 보낸다"면서 "가족이나 지인들이 이를 잘 살펴 경찰이나 관계 기관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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