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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 시인이 발견한 행복의 모습



책/학술

    도종환 시인이 발견한 행복의 모습

    신간 '사람은 누구나 꽃이다'

     

    도종환 시인이 속리산 황토집에 1년여 간 머무르던 시기에 발견한 행복의 모습을 '사람은 누구나 꽃이다'에 담았다.

    그는 스스로 '내 영혼이 성숙하는 집'이라 말하는 황토집에서 몸과 마음을 추스르면서 나무와 숲이 하는 말에 귀 기울이고 별들의 깜빡이는 눈빛에 주목하며 이 산문집을 집필했다.

    이 책에 봄 들꽃과 가을 들국화가 하는 말을 베껴 적기도 하였노라 고백하는 도종환은, 온 감각을 열어 느낀 자연의 섭리에 글로써 감응했다.

    그렇기에 이 책에는 자연이 주는 고요함 속에서도 생명이 전하는 충만함이 공존하는 것이다.

    느티나무 잎에서는 느티나무를 사랑하던 바람 소리를 느끼고, 길가에 피어 있는 채송화 한 송이에서 그간 견디었을 땡볕과 어둠과 비바람을 생각하는 도종환 시인은 이 따듯한 감성과 세밀한 시선으로 자신과 사랑하는 이들을 살핀다.

    "모든 사람이 장미일 필요는 없다. 나는 나대로, 내 사랑하는 사람은 그 사람대로 산국화이어도 좋고 나리꽃이어도 좋은 것이다. 아니, 달맞이꽃이면 또 어떤가."

    이 책에 실린 예순세 편의 산문은 자신에게 주어진 빛과 향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세련되고 화려한 것만을 탐하는 많은 현대인들에게 내 모습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며 자기만의 행복을 누리는 삶에 대해 전한다.

    이 책의 추천사를 쓴 김용택 시인은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아름다운 산문시를 읽을 때처럼 마음이 차분해지고 행복해진다고 말한다.

    도종환은 글보다 사람이 더 좋다. 좋은 사람의 글을 읽어보면 글재주 글 냄새보다 사람의 냄새가 솔솔 배어 나와 사람들을 취하게 한다. 글 속에서 흘러나오는 사람의 냄새는 진실할 때만 가능하다. 진실은 서툴고 어색해도 따사로운 사랑의 훈김이 서려 있어 사람들을 감동시킨다. 도종환, 그는 우리가 사는 세상에 은은한 사람의 향기를 흘리는 좋은 사람이다._ 김용택의 글 '좋은 사람, 도종환' 중에서

    순탄치 않은 삶 속에서도 사람을 향한 따듯한 시선과 겸허한 태도를 잃지 않는 그의 글은 우리 내면에 잔잔하지만 깊은 파문을 일으킨다.

    누군가를 사랑하면 마음이 선해진다는 걸 그때 알았습니다. 제게 이 책이 귀한 이유도 거기 있습니다. 절판되었던 책을 다시 독자들에게 내놓는 이유도 거기 있습니다. 이 책을 다시 만나게 될 여러분 한 분 한 분을 사랑합니다. 여러분 모두 꽃처럼 아름다운 존재이기 때문입니다._ 개정판 작가의 말 중에서

    책 속으로

    모과나무가 딱딱한 껍질을 뚫고 일제히 연둣빛 새순을 내미는 아침, 그걸 지켜보고 있던 산수유나무가 터질 듯한 박수를 보내는 듯 몸을 흔들고 있다. 몸 전체가 하나의 노오란 꽃다발이 되어 모과나무를 향해 서 있다. 할 수만 있다면 한 개의 거대한 꽃다발이 되어 있는 산수유나무를 나도 누군가에게 바치고 싶다. 이 눈부신 꽃나무 한 그루를 통째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져다주고 싶다. 사랑이란 그런 것이다. 내가 가장 아름답다고 느끼는 그것을 그에게 주고 싶은 것, 그것이 사랑이다. _ 서툰 사랑의 날들, 중에서 (p. 29)

    그러나 나는 거기까지만 생각했지 칼이나 낫을 예리하게 벼리어주는 동안 숫돌도 조금씩 닳아 없어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는 못했다. 쇠를 그냥 반짝반짝 빛나게 해주는 요술을 부리는 게 아니라 제 몸도 닳아 없어지면서 칼날을 세워주는 것이었다. 무딘 연장을 날카롭게 바꾸어주는, 쇠보다 단단해 보이는 숫돌도 보이지 않게 제 몸이 깎여져 나가는 아픔을 견디어 내고 있었던 것이다._ 칼날을 세우는 동안 숫돌도 몸이 깎여 나간다, 중에서 (p. 135)

    낯모르는 이웃의 병상에 찾아와 시멘트 바닥에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할머니들의 모습을 보면서 내 철학과 내 과학과 내 문학은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일면식도 없는 이웃 아낙을 찾아와 병의 고통에서 벗어나도록 해달라고 손을 잡고 간절히 기도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저렇게 고통받는 내 이웃의 손을 잡고 진심으로 아파하는 모습으로 문학을 해왔던가 하는 반성을 했다._ 기도를 배우던 시절, 중에서 (p. 148)

    삶의 속도에서 내려 자기만의 시간과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그게 휴식이나 여행일 수도 있고, 기도일 수도 있고, 달리기일 수도 있고, 명상 수련에 참가하는 것이거나 삼림욕일 수도 있다. 뉴에이지 음악을 듣는 것도 방법이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방법의 하나이다. 고요한 시간 속에 자기를 놓아두어야 한다. 그게 몇 시간이어도 좋고 며칠, 아니 때론 몇 년일 수도 있다. 그건 현실로부터 달아나는 것이 아니다. 달아나는 것이라기보다 삶으로 더 깊이 들어가기 위한 과정이다._ 멈출 때가 되었다, 중에서 (p. 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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