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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두 종류의 여자가 있다.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여자와 속의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여자. 배우 김소연은 후자에 가까운 것 같다. 10년이 지나도 여전히 변하지 않는 고정적인 외모와는 달리 카멜레온 같은 다양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속의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그래서 더 매력적인 그녀를 만났다.
3년 만이다. 하지만 ''오랜만''이라는 느낌은 3년 이상이다. 3년 전 드라마 ''가을소나기''와 영화 ''칠검''으로 시청자들 곁을 찾았지만 잇따른 흥행 참패로 김소연도 차츰 잊혀져 갔다. 지난 3년 동안 그녀는 ''휴식''같은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이렇게까지 오래 쉴 줄은 몰랐어요. 보통 쉬는 기간 동안 말 그대로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면서 몸과 마음의 에너지를 얻는데, 그런 느낌은 아니었거든요. 그냥 연예인이 아닌 3년이었어요."
김소연은 쉬는 동안 여러 작품의 출연 제의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왠지 더 좋은 작품이 들어올 것 같은 확신이 들어 번번이 거절해왔다.
"쉬는 기간 동안 잊혀진다는 느낌으로 우울증 겪고 자살까지 한 연예인들의 소식을 접했어요. 저 역시 우울증까지는 아니더라도 많이 힘들었죠. 연기를 그만 둘까하는 생각까지 했어요. 비중 없는 배역 제의를 받고는 ''예전 같으면 이런 배역이 오지도 않았을 텐데…''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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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난 시간들을 통해 그녀는 그동안 자만에 빠진 자신을 뒤돌아보게 되었다. 한때 연예계를 떠나 쇼핑몰을 운영해볼까도 생각했었지만 소질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연기가 자신의 천직임을 다시 깨달았다.
연기를 하는 그 자체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를 깨달은 김소연은 더 이상 자신이 극의 중심이 아니어도 상관이 없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해서 찾아온 배역이 바로 SBS 새 월화드라마 ''식객''(극본 최완규·연출 최종수). 그녀는 극 중 요리의 장인 최불암을 보좌하는 비서 ''주희'' 역을 맡았다.[BestNocut_R]
"주희 캐릭터를 처음 봤을 때 하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저에 대한 선입견 때문이었어요. ''성숙함''이 여자로서는 칭찬이었지만 연기자로서는 풀어야 할 숙제였거든요. 그동안 도도하면서도 성숙한 여성의 이미지로 각인됐는데 나도 밝고 따뜻한 여자라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그녀의 지적처럼 ''김소연''이란 석 자를 떠올리면 우수에 찬 성숙한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그녀의 표현을 빌리자면 ''성숙''을 넘어 ''노숙''한 외모일 정도로, 김소연은 데뷔 시절부터 여고생의 풋풋함보다는 20대 여성의 성숙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그녀는 ''식객''을 통해 예전 외모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자연스레 나이를 먹어 몸에 맞는 옷을 입게 되었다.
3년 만의 컴백이지만, 여전히 세월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외모를 과시한 김소연. 그녀는 변하지 않았다. 아니, 그녀는 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