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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집 CCTV 촬영이 불법?…가사도우미 등 무단 감시 안돼



사건/사고

    내집 CCTV 촬영이 불법?…가사도우미 등 무단 감시 안돼

    도우미·방문교사 감시용은 "사전에 촬영 고지해야"

    사진은 기사와 무관합니다.

     

    "제 인권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거죠."

    초등학생 학습지 교사인 이모(46·여)씨는 평일에 빠진 보충수업을 위해 지난 주말 담당 학생 집에 방문했다가 기분이 언짢아졌다.

    평일 수업 때는 직장에 있어 볼 기회가 거의 없던 학생의 어머니가 이씨를 마중하며 "모니터로 보는 것과 인상이 많이 다르세요"라는 말을 건넸기 때문이다.

    CCTV가 설치돼 있는 줄 몰랐던 이씨는 "아이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수업을 지켜본다지만 교사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는 것 아니냐"고 분개했다.

    또다른 학습지 교사인 김모(25·여)씨는 방문 수업이 두달째가 지난 어느 날 가사 도우미의 귀띔에 화들짝 놀랐다.

    김씨는 "가사일 보시는 분이 'CCTV 있는 거 아느냐'고 해 모른다고 하니 손으로 위치를 가르쳐주셨다"면서 "다음 수업할 때는 방을 옮겼는데 CCTV도 따라서 옮겨져 있어 굉장히 불쾌했다"고 말했다.

    20년째 가사 도우미로 일하고 있는 이모(54·여)씨는 지난해 직업소개소를 통해 일을 맡았다가 첫날 근무를 마치고는 바로 교체 통보를 받았다.

    정신 없이 청소를 하다 이동하던 중 고무장갑에서 떨어지는 물 방울을 닦지 못했다는 게 이유다.

    이씨는 "몰랐는데 집주인이 밖에서 CCTV로 청소하는 모습을 일일이 감시했다"면서 "일을 맡긴 입장에서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도 들지만 영 기분이 나빠서 한동안 일을 쉬었다"고 말했다.

    가정내 노동자 늘면서 감시 수요도 증가

    이처럼 방문 교사나 가사 도우미 등 가정 내 노동자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CCTV의 구입과 설치가 쉬워지면서 이들의 노동을 감시하려는 경향도 커지고 있다.

    서울 강남 지역 일대에서 근무하는 학습지 방문 교사 김모(30·여)씨는 "맞벌이 가정 중 미취학 아동이나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가 있는 집은 거실이나 아이공부방에 CCTV 1~2대씩을 설치하는 곳이 꽤 많다"고 설명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설치·운영되고 있는 CCTV는 300만대로, 이중 250만대는 민간영역에서 사용되고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사전 동의 없이 촬영하면 불법

    문제는 가정 내에서라도 사전 동의 없이 CCTV를 촬영하는 경우다.

    개인정보보호법 15조는 사적인 영역이라 할지라도 정보제공자(CCTV 촬영 대상자)에게 촬영 목적과 항목, 보유 기간 및 이용기간, 촬영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미리 알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가정집에서 시간제 근로자의 모습을 CCTV로 몰래 촬영하면 기본권 침해로 형사처벌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점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용자들은 많지 않다.

    대구 봉덕동에서 75일된 아이를 키우는 주부 A씨는 베이비시터를 고용하며 CCTV를 설치했지만 그 사실을 따로 알리지 않았다.

    A씨는 "베이비시터는 CCTV 존재를 모르지만 일을 제대로 하는지 확인하고 싶었다"면서 "어린 아이를 집에 두고 나오는데 스마트폰을 통해 CCTV를 보면 조금이나마 안심이 된다"면서 고 말했다.

    판매업체들의 상술도 가정 내 CCTV 무단 촬영을 부추기고 있는 실정.

    지난달 22일 취재진이 용산 전자상가 CCTV·카메라 매장 10군데를 직접 돌아보니, 개인정보보호법에 대해 먼저 언급한 업체는 단 한곳도 없었다.

    베이비시터 등의 개인정보 침해에 관해 묻자 단 두 곳만 사전 고지를 해야 한다고 답했을 뿐이고, 나머지 매장 관계자들은 "카메라가 외부에 노출됐기 때문에 고지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거나 심지어 "내 집에 설치하는 것이기 때문에 상관없다"고 답하기도 했다.

    "가정내 CCTV 촬영 제도적 관리 필요"

    전문가들은 가정 내 CCTV 촬영에 대한 인식 개선이 시급하고 제도적 관리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진보네트워크 장여경 활동가는"고용주가 된 가정집 주부들의 경우 시간제 근로자들을 마음대로 감시해도 된다는 생각이 있는 것 같다"며 "자칫하면 형사처벌이나 손해배상에 처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하다"고 말했다.

    제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김여선 교수는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설치한 CCTV가 타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면서 "정부차원에서 민간 영역의 CCTV 운영 실태에 대한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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