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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직권상정, 필리버스터, 그리고 국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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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직권상정, 필리버스터, 그리고 국정원

    테러방지법 재협상에 여야 적극 나서야

    더불어민주당 신경민 의원이 25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테러방지법 본회의 의결을 막기 위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직권상정'과 '필리버스터'가 맞섰다.

    '직권상정'은 국회의장이 안건을 바로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도록 규정한 국회법 제85조에 근거해 '합법'이다. '필리버스터'도 본회의에 부의된 안건에 대한 무제한 토론을 허용한 국회법 제106조 2항에 따른 '합법'이다.

    직권상정과 필리버스터는 모두 합법적 의사행위다. 그러나 둘을 바라보는 민심은 찬성과 반대로 나뉜다. 찬반의 판단기준은 명분과 정당성이다.

    그런데 야당의 필리버스터가 사흘째 국민적 관심사가 되고 있다. 국회의원들의 날치기 몸싸움 광경에 익숙한 국민의 눈에 필리버스터는 잠시나마 신선한 청량제 역할을 했다.

    이는 정의화 국회의장이 테러방지법 수정안을 직권상정한 명분이 부족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정 의장은 헌법 제77조를 직권상정의 근거로 제시했다. 헌법 77조는 '전시나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서'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규정한 조항이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가 정의화 국회의장을 찾아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이슬람국가(IS)의 국제적 테러와 최근 북한의 도발적 행태를 과연 '전시나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로 판단할 수 있을까?

    정 의장은 평소 자신의 이름인 옳을 의(義), 화합할 화(和)를 본 떠 주역의 '이자 의지화야(利者 義之和也)'를 말한다. '옳음으로써 화합하는 것이 이득이 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정 의장의 이번 직권상정은 옳음도 화합도 잃은 '잘못된 선택'이다. 테러방지법 통과를 위한 청와대의 '군불때기'에 자신의 소신을 접은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필리버스터를 불러온 정의화 의장은 쪽잠을 자는 신세가 됐다. 필리버스터가 진행되는 동안은 본회의가 열리고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따라서 국회의장과 부의장 2명은 교대로라도 의장석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결과적으로 정 의장은 테러방지법 수정안을 직권상정했지만 직권상정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고, 또 여건도 성숙되지 않았던 것이다.

    사실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안'은 야당에서도 제정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다만 국가정보원의 권력남용과 인권침해 여부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법안 가운데 세 개 항이 핵심쟁점이 되고 있다.

    법안 제9조 4항 '국정원장은 대테러 활동에 필요한 정보나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대테러 조사 및 테러 위험 인물을 추적할 수 있다. 부칙 제2조 1항 '국정원장이 요구할 경우 테러와 관련된 계좌와 금융거래 내역 등의 금융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2항 '대테러활동에 필요한 경우 영장 없는 감청을 허용한다' 등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들 조항을 결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고, 새누리당은 추가적인 수정은 곤란하다고 맞서고 있다.

    더민주당의 거부감에는 국정원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다. 국정원의 정보독점과 무제한적 감청이 불러올 부작용과 불안감이다. 지난 대선 당시 국정원 댓글사건의 기억을 지울 수 없음이리라.

    국정원 (사진=자료사진)

     

    국정원의 전신인 옛 중앙정보부의 사훈(社訓)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는 권력기관의 음습함을 여전히 꺼려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처럼 여야가 팽팽히 맞서는 '필리버스터 대치'가 계속되자 급기야 직권상정의 당사자인 정의화 의장이 국정원의 정보수집권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긴 중재안을 여야에 제시하며 물밑협상을 주문하고 나섰다.

    필리버스터를 중단하고 4.13 총선의 선거구 획정안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26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 위해서라도 여야는 대화와 타협의 자세로 테러방지법의 재협상 물꼬를 터야 한다.

    국민을 보호하고 공공의 안전을 위한다는 테러방지법을 여당이 단독처리할 계제는 아니다. 야당도 필리버스터의 '반짝 인기'를 즐겨서도 안된다.

    국정원의 권한을 강화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해 여야는 다시 머리를 맞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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