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넘기 위한 컴퓨터의 도전은 어디까지 계속될까. 세기의 대결로 전세계 언론의 큰 관심을 끌고 있는 바둑 프로기사 이세돌(33) 9단과 구글 딥마인드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의 대결 규칙이 22일 확정됐다.
인간의 두뇌와 인공지능 컴퓨터 중 무엇이 더 앞서는가를 두고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이세돌과 알파고는 3월 9일(1국), 10일(2국), 12일(3국), 13일(4국), 15일(5국)에 서울 포시즌호텔에서 모두 다섯차례의 대국을 벌인다.
그동안 인공지능 프로그램은 인간과의 수많은 대결에서 일진일퇴를 반복해오며 고도화된 성능으로 발전해왔다. 특히 보드게임 영역에서는 지난 1997년 IBM의 슈퍼컴퓨터인 '딥블루'가 당시 체스 세계 챔피언인 게리 카스파로프를 꺾으며 화제가 된 바 있다. 퀴즈대결이긴 하지만 IBM 슈퍼컴퓨터 '왓슨'도 2011년 미국 퀴즈쇼 '제퍼디'에 출연해 퀴즈왕들과의 대결에서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20년 가까이 지났어도 아직 바둑에서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체스에서는 매 포지션마다 평균 20개 정도의 다음 수가 있지만 바둑의 경우에는 200가지 수가 있고, 바둑판을 배열하는 경우의 수가 전 우주의 원자의 수 이상으로 많기 때문에 모든 경우의 수를 프로그램화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알파고가 지난해 유럽 바둑 챔피언 판 후이 2단과 5번의 대국에서 모두 승리하면서 비상한 관심을 끌었지만 판 후이와 세계 바둑계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이세돌과 비교할 바가 못된다.
국제적 학술지 네이처는 이 대결을 두고 "10년 뒤에나 가능할 것으로 여겼던 기술"이라며 "인공지능 기술이 사람 수준의 능력에 도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평가한 것럼 바둑을 통해 인간 두뇌의 미개척 영역에 컴퓨터가 한발 더 가까이 다가서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라 할 수 있다.
딥마인드의 설명에 따르면, 알파고는 기존 슈퍼컴퓨터나 인공지능 컴퓨터와는 조금 다르다. 고급 트리 탐색과 심층 신경망을 결합한 '알파고'라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알파고의 신경망에는 수백만 개의 신경세포와 같은 연결고리를 포함하는 12개의 프로세스 레이어를 통해 바둑판을 분석한다. '정책망'이라는 신경망은 다음번 돌을 놓을 위치를 선택하고, '가치망'이라는 신경망은 승자를 예측한다.
22일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열린 이세돌 9단 VS 알파고 5번기 사전 기자회견에서 이세돌 프로바둑기사가 소감을 말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그동안 프로기사들과의 게임을 통해 3천만개의 움직임을 분석하도록 알파고의 신경망을 훈련·학습시켰다. 알파고를 담금질한 딥마인드는 알파고가 기존의 기록(44%)보다 높은 57%의 확률로 사람의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알파고의 특징은 자체 신경망을 통해 수천만 번의 대국을 두면서 시행착오를 통해 스스로 새로운 전략을 개발하는, 보다 '인간적인' 학습을 한다는 점이다.
딥마인드는 알파고의 목표를 기계적 학습에서 탈피해 '사람을 이기기 위한' 목표로 조정했다. 지금까지 500회의 대국가운데 단 한번을 제외한 499회의 대국에서 승리했다. 그 희생양 중 한명이 판 후이였다.
알파고는 다음 대국 상대로 이세돌 9단을 지명했다. 상금 100만 달러는 둘째치고 지난 10년간 최고의 기사로 꼽히는 이세돌에게 이 특별한 도전장을 단순히 게임으로 치부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한편, 알파고의 도전을 맞이하는 이세돌 9단은 22일 기자회견에서 "(5번의 대국 중) 3대2 정도가 아니라 한 판을 지느냐 마느냐 정도가 될 것 같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2016년 3월. 전 세계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인류 역사와 더불어 온 인간의 두뇌와 인간이 만든 인공지능 컴퓨터의 세기적인 대결은 과연 어떤 기록을 남길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