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 얘기를 가감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후 틈만 나면 애국심을 언급할 정도로 국정 운영에서 애국심을 유독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개정이 추진되고 있는 국가공무원법에서 공무원이 실천해야 할 공직가치로 애국심이 포함됐다.
정부가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에 공무원이 지켜야 할 공직가치로 당초 원안과 달리 민주성과 공공성 등은 빼고 애국심 등만을 넣으면서 때아닌 '애국심'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26일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공직가치로 애국심과 책임성, 청렴성 등을 포함시킨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그런데 문제는 당초 개정안 원안에는 민주성과 도덕성, 투명성, 공정성, 공익성, 다양성 등 다른 항목들도 공직가치에 포함돼 있었는데, 국무회의 심의 과정에서 쏙 빠진 것이다.
이처럼 애국심이 핵심적인 공직가치로 규정되면서 공무원 선발 과정에서 정부 정책에 대한 반대 의견을 억누르거나 사상 검증을 하는 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27일 성명을 내고 "공무원 선발기준에 ‘맹목적인 애국 강요’ 중단하라"며 애국심을 공직가치로 규정하려는 데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공무원노조는 "애국심과 같은 추상적인 개념을 민주국가의 공무원법에 적시한다는 자체가 퇴행"이라며 "공직자의 역사관과 사상을 제 입맛에 맞추어 재단하려는 반헌법적인 망동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겨레신문은 인사혁신처의 원안과 달리 공직가치 조항에 민주성과 공공성 등이 빠지고 애국심 등만 들어간 것은 공안검사 출신인 황교안 국무총리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자 인사혁신처는 해명자료를 내고 황 총리의 지시로 민주성을 빼고 애국심을 넣은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인사혁신처는 당초처럼 9개를 예시할 경우 마치 9개가 공직가치의 전부인 것처럼 인식될 수 있어 국가관과 공직관, 윤리관을 대표하는 애국심과 책임성, 청렴성만을 열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인사혁신처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애국심을 유독 강조하는 대통령이나 국무총리의 코드에 맞춰 공직가치에 '애국심'을 포함시키려 한다는 의구심이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현 정부는 공직가치 조항의 애국심 논란이 있기 전에도 공무원 채용 과정에서 마치 사상검증을 하는 듯한 행태를 보여 비판을 받은 바 있기 때문이다.
{RELNEWS:right}실제로 지난해 10월 5급 공채 시험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국가 체제 전복세력'에 대한 질문이 나와 사상검증 논란을 불러 일으킨 바 있다. 또 지난해 7월 9급 세무직 시험에서는 응시생들에게 '애국가 4절 부르기'와 '국기에 대한 맹세 암기' 등을 요구해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한 발 더 나아가 애국심을 공직가치로 규정하려고 하니, 애국심으로 공무원들을 재단하고 평가하려는 것 아닌가하는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 19조는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공무원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점에서 당연히 양심의 자유를 갖는다.
대(對)테러 정책을 놓고 올랑드 대통령과 갈등을 빚다 사임한 프랑스의 크리스티안 토비라 법무장관의 긴 여운이 남는 발언이 눈길을 끈다. 토비라 장관은 2013년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나에겐 보스가 없다. 내 양심이 유일한 보스다"라고 말했다.
대한민국 공무원들에게도 양심이 유일한 보스가 되는 날이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