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한 공기업 이사장에게 성희롱을 당한 여직원이 사내 피해 상담을 받고도 제대로 보호를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공기업의 건물 전경.(사진=울산CBS 반웅규 기자)
울산의 한 공기업 이사장에게 성희롱을 당한 여직원이 사내 피해 상담을 받고도 제대로 보호를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성희롱 가해자로 이사장이 지목되자 해당 여직원에 대한 제대로 된 피해 조사는 커녕 상담 보고가 묵살된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울산의 한 시설관리공단 여직원 A씨는 지난해 1월 14일~19일 5박 6일 일정으로 베트남과 캄보디아로 해외연수를 다녀왔다.
A씨는 귀국 하자마자 부서 팀장에게 전화를 걸어 해외연수기간 공단 이사장에게서 성희롱을 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A씨는 사흘 뒤인 22일 공단 홈페이지에 '성희롱 어디에 문의하나요?'라며 짧게 글을 올렸다.
이어 24일에는 다시 부서 팀장에게 성희롱 사실을 얘기했다.
하지만 별다른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단, A씨를 둘러싼 성희롱 소문만 무성했다.
소문은 당시 사내 성희롱 고충 상담 담당자인 B씨의 귀에도 들어갔다.
B씨는 직접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직원 고충처리 명목으로 출장서를 내고 A씨를 만나 이사장 성희롱 건을 듣게 된다.
B씨는 "가해자가 이사장으로 지목됐기 때문에 이사장에게 보고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상담이후 직원 고충처리 보고서를 작성하고 본부장 등 윗선에 보고했다"고 말했다.
또 "외부기관에 도움을 요청해 줄 수도 있다고 했지만 당시 A씨는 사과와 함께 자신의 인사상 불이익이 걱정됐는지 '괜찮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고충 상담자 보고에도 불구하고 성희롱 사안에 대한 공단 내 조사가 이뤄지기는 커녕 보고가 묵살된 의혹이 취재 결과 확인됐다.
직장 내 성희롱 예방 규정을 보면 고충상담원은 성희롱 사안에 대한 조사가 완료되면 즉시, 그 결과를 기관장(사업주)에게 보고해야 한다.
통상 기관장이 성희롱 가해자가 될 경우, 기관장 다음인 부기관장이 보고를 받고 성희롱 고충심의위원회를 열어 처리하게끔 돼 있다.
이번 시설관리공단 이사장 성희롱 건의 경우 이사장이 가해자로 지목된 만큼, 그 아래 본부장을 중심으로 조사가 이뤄져야 했었다.
해당 본부장은 "성희롱 고충 상담자 등 부하직원들의 최초 보고를 받지 않았다. 이사장 공개사과 자리가 마련된다는 등 사건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나서야 내용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사람이 관련된 건 이라면 일찍 보고를 받을 것이다"며 "하지만 이사장이 연루되다 보니 직원들 나름대로 상황 판단과 보고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에 대해 울산상담시설협의회 홍정련 수석부회장은 "가해자가 기관장 이라서 책임자 바뀌었다 하더라도 규정대로 보고나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고 말했다.
또 "이번 성희롱 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도 피해자의 지인을 통해 제한된 공간에서 사과 자리를 마련하고 관련 사실을 발설하지 않도록 종용토록 해 은폐 의혹도 우려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또 기관장이 성희롱 가해자일 경우, 직원들이 인사상 불이익 등 위축되지 않고 신고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다고 지적했다.
울산여성의전화 강혜련 대표는 "가해자가 상급자일 경우, 그 무엇보다 직장동료들의 관심과 보호가 없으면 제2, 제3의 피해가 양산 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직장 내 성희롱 예방 규정대로 절차가 진행될 수 없는 상황이라면 고용노동부나 국가인권위원회 등 외부기관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해당 시설관리공단은 지난해 1월 14~19일 5박 6일 일정으로, 공단 이사장과 여직원 A씨 단 둘이 해외연수를 보냈다.
공단 이사장은 현지 호텔에서 A씨에게 "경비절감 차원에서 침대가 2개 딸린 트윈 객실 한 개를 함께 사용할 수 있겠냐"고 물었다.
이사장은 또 A씨에게 여행 중에는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부부처럼 보이게 하자고 제안하거나 휴대전화 충전기를 빌린다는 명목으로 밤마다 객실을 찾아가 문을 열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