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지방환경청 현관에서 설악산 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서 초안 반려를 촉구하는 노숙농성을 진행 중인 박그림 녹색연합 공동대표.(사진=강원CBS 박정민 기자)
"추위와 싸워야하니 침낭에 들아가고 빠져나올 때 큰 용기가 필요합니다. 섬뜩함마저 느껴질 때도 있구요"
거칠어진 살갗, 평소에도 말랐던 볼은 더욱 움푹 패여 있었다. 수염은 이따금씩 부는 바람에 흩날릴 정도로 자라 있었다.
한파가 사흘 째 이어지고 있는 21일 오전 원주지방환경청 현관 앞에서 만난 박그림 녹색연합 공동대표. 그는 설악산 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이 부실하게 작성됐다며 반려를 요구하는 노숙농성을 열흘 째 이어가고 있다.
겨울을 버텨내는 침낭과 비닐 한 조각, 2014년 원주 혁신도시에 신축한 원주지방환경청의 깔끔한 외관과 대비된다.
예순 여섯의 노구를 겨울 한복판에 내던지게 한 설악산은 그에게 어떤 의미일까. 질문이 되돌아온다.
"설악산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가. 나와는 어떤 관계인가.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 본 적은 있나요? 그동안 우리는 설악산이 주는 아름다움에 감동해왔지만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지켜내는 의무는 다했는가 궁긍합니다."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는 전국 모든 자연을 난개발에 내 모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며 보존을 주장하고 있는 박그림 대표.(사진=강원CBS 박정민 기자)
개발을 주장하고 경제적 이익을 앞세우는 이들에게 가하는 한마디에는 조금 더 힘이 실렸다.
"설악권 주민들은 아름다운 설악산이 있었기에 삶을 이어올 수 있었습니다. 자연 자체를 돈벌이 수단으로 보는 것, 함부로 한다는 것 안타깝습니다. 설악산은 온 국민이 사랑하고 강원도민의 자긍심입니다. 몇 푼의 돈으로 바꿀 수 있는 대상이 아니죠"설악산에 놓일 케이블카는 모든 것을 집어삼킬 해일처럼 두렵다.
"법과 제도는 모두가 지켜야할 공적약속이죠 설악산은 환경부가 지정한 '국립공원' 산림청이 지정한 '백두대간보호구역,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문화재청이 지정한 '천연보호구역'이고, 유네스코생물보존지역'입니다. 그 의미는 설악산의 생태 가치가 뛰어나고 다음 세대에게 물려줘야할 자연 유산이라는 것이죠""설악산에 케이블카가 놓이게 된다는 것은 대한민국 모든 자연이 난개발의 대상으로 전락하게 되는 것입니다. 설악산을 지키는 것은 전국의 자연을 난개발에서 구해 내는 중요한 일입니다"설악산 개발이 강원도에 재앙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전했다.
"천혜의 자연, 강원도만의 강점이자 경쟁력인데 이를 포기하면 당장의 돈은 벌 수 있어도 가까운 미래에는 강원도가 되돌릴 수 없는 선택을 했다는 후회가 될겁니다"
박그림 대표가 노숙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원주지방환경청 현관. 침낭과 비닐만으로 한파 속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강원CBS 박정민 기자)
인터뷰가 마무리될 즈음 당부를 보탠다.
"모두가, 많은 사람들이 정상을 쉽게 올라가야한다는 생각은 자연에 대한 올바른 태도가 아닙니다. 산은 관조할 수도 있고 때로는 경이로움 자체로 느낄 수도 있어야합니다. 설악산을 지키는 일을 모두가 미루게되면 모두 쓰러지는 결과를 맞게 될 것입니다"30여분간 토해낸 대화의 입김은 수염 끝에 얼음으로 맺혔다.
박그림 대표는 오는 30일에는 강원도청 앞으로 잠시 자리를 옮긴다. 환경단체 등이 진행 중인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 도청 앞 노숙농성이 100일로 접어드는 날이다.
자리를 털고 일어서는 박 대표가 피켓을 다시 든다.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 글자가 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