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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소송'과 '페리니 판결'…日 책임 물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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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

    '위안부 소송'과 '페리니 판결'…日 책임 물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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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판권 쟁점…법원은 어느 갈림길에 서있나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가 2일 오후 서울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위안부 한일 협상 무효 토요시위'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이 정식 재판에 들어가면서 법원의 판단이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12월 30일 위안부 피해 할머니 12명이 일본정부를 상대로 1인당 위자료 1억원을 지급하라며 낸 민사조정 손해배상사건을 정식재판에 회부했다.

    이 소송에서는 먼저 국내 법원이 일본 정부에 대한 '재판권'이 있는지부터 쟁점이 될 전망이다. 우리 법원의 '관할' 문제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 이탈리아의 독일 배상 판결…국제사법재판소가 뒤집어

    이른바 '페리니 사건'으로 불리는 이탈리아 법원의 독일 정부 배상 판결이 참고가 될 만하다.

    이탈리아 법원은 2차 세계대전 중 이탈리아를 점령한 독일군의 불법행위에 대해 독일 정부가 피해를 입은 이탈리아 국민들에게 배상해야 한다고 2004년 3월 판결했다.

    1943년 이탈리아가 독일에 점령당한 시기의 강제동원 노동자, 학대당한 포로군인, 학살당한 민간인 등이 이탈리아 법원에 독일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피해배상 소송에서다.

    원고였던 이탈리아인 루이키 페리니씨는 당시 독일에 강제로 끌려가 아파트 건설 노역자로 일했었다.

    이탈리아 법원의 배상판결이 나자 독일은 "불법행위에 대해 이미 이탈리아에 배상 의무를 이행해 종료됐고, 이탈리아 법원의 판결은 독일의 주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주권국가의 행위는 다른 주권국가의 사법적 심사대상이 될 수 없다는 '국가면제(주권면제·sovereign immunity)' 원칙을 내세운 것이다.

    이에 맞서 이탈리아는 "독일의 배상은 경제적 성격의 채권채무와 유대인 학생 등에 대한 것일 뿐"이라며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국가면제 원칙이 적용되지 않아 이탈리아 법원의 판결은 독일의 주권을 침해하는 것도 아니다"고 반박했다.

    독일의 이의제기로 열린 유엔 최고 법원인 국제사법재판소(ICJ)의 2012년 2월 판결은 나치로부터 핍박 받은 피해자들이 독일 정부를 상대로 배상 소송을 할 수 없다는 거였다.

    국제사법재판소 15명의 판사들 중 12명이 국가면제 원칙에 따라 독일의 손을 들어준 판결에 찬성했다.

    반(反) 인도적 범죄에 대해서는 개인 배상청구권을 국가가 포기할 수 없다는 소수의견이 있었을 뿐이었다.

    대법원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대법원 "일제 불법 강점"…'국가면제' 예외될까?

    국제관습법과 국제협약에 비춰보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우리 법원의 재판권은 인정되기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

    국가면제 원칙에 따라 일본 정부에 대해 우리 법원이 관할권이 없다고 판단하면 이번 소송은 각하된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국내 법원에 제기해 2012년 5월 승소한 손해배상소송의 경우, 일본 법원에 냈을 때와 달리 피고에 '일본 정부'는 제외한 채 신일본제철 등 일본 측 기업들만 포함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라는 분석이다.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박배근 교수는 "일본 정부를 상대로 국내 법원에서 소송을 벌이는 것은 국제관습법과 국제협약 등에 비춰볼 때 '관할권 없음'으로 기각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반면, 일본의 반인륜적 범죄에 대해서 우리 법원이 이탈리아 법원과 같이 '국가면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일단 배상 판결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

    강제징용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에서는 일제강점기의 불법행위가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대법원은 당시 일본 법원의 원고 패소 판결에 대해 "일본의 식민지배가 합법적이라는 인식을 전제로 했다"며 "우리 헌법상 일제강점기 일본의 한반도 지배는 불법적인 강점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김강원 변호사는 국제법 전문가들과 국가면제의 예외로 볼 논거 마련을 위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눈물을 흘리고 있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 (사진공동취재단)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헌법소원 당시 대리인이었던 최태봉 변호사는 "이탈리아 법원의 예처럼 외국 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이 받아들여질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국제사법재판소가 '강제 관할권'을 갖고 있지 않아 실제 재판소에 가려면 분쟁 당사국 모두의 동의를 필요로 하는 만큼 이탈리아-독일의 사례가 한국-일본에 그대로 적용되기도 어렵다.

    한국은 국제사법재판소 가입 당시 강제 관할권을 유보했는데, 과거 일본이 독도에 대한 영토 분쟁을 국제사법재판소 제소로 해결하자고 한 것에 대응하지 않아도 된다는 여론이 일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내 법원의 관할권, 일본 정부의 피고 적격 여부, 시효 등 면소 사유는 추후 선고 때 함께 판단하기로 하고, 일단 본안 소송이 진행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윤병세 외교장관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이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 청구권협정과 닮은 "불가역적" 한일 합의, 장애물 될까

    이 경우, 지난해 말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통한 양국 합의의 법적 성격 역시 쟁점이 될 수 있다.

    합의에 담겼던 '최종적,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을 확인한다'는 문구가 그동안 일본 측이 손해배상 요구를 거절해온 명분으로 쓰였던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조항과 닮아서다.

    양국의 이번 합의가 위안부 피해 할머니 개인의 청구권에 영향을 미친다고 해석되면, 소송에서는 장애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법원은 2012년 강제징용 사건에서 "청구권협정으로 개인청구권이 소멸하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한 적이 있다.

    김강원 변호사는 "'불가역적'이라는 문구는 우리 정부가 뒷감당도 못할 행정편의적인 말에 불과하다"면서 "개인청구권이 소멸됐다는 건 억지"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일본이 그동안 위안부 강제 동원을 국가 차원의 행위로 인정하지 않았고, 본안 소송 전 조정 사건의 기일에도 참석하지 않았던 만큼 사실상 무대응으로 일관 가능성도 있다.

    일반적인 민사 사건과 같이 무변론 판결이나 몇 차례의 변론 기일을 열어 자백으로 간주하는 판결이 내려질 수 있어 보이는 대목이다.

    우리 법원이 일본 정부에 배상 판결을 내리더라도 일본 정부가 우리 사법부의 판단에 따르지 않거나 이에 대한 국제사법재판소 이의제기를 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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