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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기후협정] 선진·개도국 '윈윈'…미국-중국 '찰떡공조'



유럽/러시아

    [파리 기후협정] 선진·개도국 '윈윈'…미국-중국 '찰떡공조'

    • 2015-12-13 14:08
    선진국 '자금지원'·개도국 '감축목표' 모두 법적 구속력 없어
    남중국해 갈등에도 미-중 '해빙분위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12일(현지시간) 채택된 '파리 협정'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대립으로 성과를 내지 못한 과거 기후협약 회의의 전철을 피하고 새로운 기후변화 대응 체제를 여는 성과를 냈다.

    195개국이 모여 협상을 벌인 만큼 각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렸지만, 기후 재앙을 막는 새 틀을 만드는 시점을 더는 늦출 수 없다는 절박함이 만들어낸 성과다.

    여기에는 미국 등 선진국과 중국으로 대표되는 개도국이 자신들의 이익을 크게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주요 사안에 양보해 합의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

     



    파리 협정은 그동안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지지 않은 개도국도 책임에 동참하게 했다는 측면에서 선진국에 성공적인 합의라는 평가가 나온다.

    선진국에만 온실가스 감축 책임을 지운 1997년 '교토 의정서'를 대신할 파리 협정으로 세계 각국은 5년마다 탄소 배출 감축 약속을 잘 지키는지 검토를 받아야 한다.

    개도국을 대표하는 중국과 인도는 감축 이행 검토를 반대했지만, 결국 받아들이는 쪽으로 선회했다.

    온실가스 배출량 면에서 각각 세계 1위와 3위인 중국과 인도가 "자신들의 나라에서 펼쳐지는 기후 변화의 위협을 잘 알고 있어 양보를 했다"고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설명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개발도상국 등의 기후변화 대처를 돕는 데 매년 최소 1천억 달러(약 118조원)를 지원하고 수몰위기의 섬나라의 '손실·피해' 지원에도 나서기로 했지만, 법적 구속력이나 보상 의무를 피하는 성과를 거뒀다는 분석도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과 일본, 유럽국가들은 기후변화 적응 과정에서 손실과 피해를 지원하는 데 법적 구속력을 두는 것을 넘을 수 없는 '금지선'(red line)으로 여겼다"고 전했다.

    선진국 진영의 대표주자 미국도 합의에 대체로 만족하는 분위기다.

    미국은 2주 넘게 이어진 협상 초반부터 세계 1위 경제 대국이자 세계 2위 탄소 배출국인 미국이 솔선수범하겠다며 회의를 이끌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당사국 총회 연설에서 할당된 3분을 훨씬 넘긴 14분 동안이나 신(新)기후체제 수립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집념을 보였다.

    오바마 대통령에게 파리 협상의 타결은 임기 말 큰 '선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가 공화당의 거센 비판에도 굴하지 않고 기후변화 대책을 핵심 국정 과제로 삼아 강하게 밀어붙였다는 점에서 파리 협정은 상당한 업적이다.

    개도국들도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감축 책임을 지게 됐지만, 당사국이 정한 감축 목표 자체가 구속력이 없다는 점에서 큰 부담이 없다는 입장이다.

    개도국 그룹 'LMDC' 구르디알 싱 니자르(인도 출신) 대변인은 "인도, 중국, 사우디와 중동 그룹 모두 동의했다"며 "개도국들의 이해가 고려된 균형잡힌 합의라고 본다"고 말했다. LMDC는 중국과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등 이번 총회에서 강경한 입장을 보인 20여개 개도국들의 모임이다.

    중국은 이번 회의에서 미국의 최대 협상 파트너라는 존재감을 다시 부각시키면서 주목받았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국가 간 발전 수준 등을 존중해야 한다며 기후변화 대응에서 선진국들에 더 많은 책임을 요구하면서 개도국의 '수장'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최근 최종 합의문 도출을 위해 시진핑 주석과 통화를 하며 공동 노력을 강화하기로 한 것은 이번 협상에서 중국이 차지한 위상을 잘 보여준다.

    특히 지난 10월 남중국해 인공섬을 놓고 신경전을 벌인 미국과 중국이 새로운 기후 체제를 놓고 긴밀히 공조함으로써 '해빙' 분위기가 나타났다는 점은 주목된다.

    미국과 중국의 '찰떡공조' 속에 러시아는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행사 주최국인 프랑스는 기후변화 협약에 외교력을 집중해 성공적으로 협상 타결을 끌어냈다는 점에서 신기후체제 전환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2050년 이후 금세기 후반기에 인간의 온실가스 배출량과 자연 등이 이를 흡수하는 능력이 균형을 이루도록 촉구한다는 합의 사항은 특히 중동 등 산유국이 반긴 내용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 실질적 배출량이 순 제로(0)인 '탄소 중립'이 되도록 한다는 초안의 조항을 대신했기 때문이다.

    초안대로면 화석연료 사용 감축이 불가피하므로 산유국에는 달갑지 않은 목표다.

    다만, 온실가스 감축에 초점이 맞춰진 파리 협정이 '화석연료의 종말'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어 에너지업계를 필두로 산업계의 체질 변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수몰위기에 처한 섬나라 등 기후변화 취약 국가들도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

    협정에서 지구 평균온도의 산업화 이전 대비 상승폭을 섭씨 2도보다 '훨씬 작게' 제한하고 섭씨 1.5도로 상승폭을 제한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한 것은 기후변화 취약국들의 절박한 주장이 반영된 결과다.

    기후변화와 관련해 섬나라 등의 '손실·피해' 지원 체계를 마련한다는 내용도 기후협약 사상 처음으로 들어갔다.

    다만 선진국 등이 섬나라들에 대한 지원에 법적 구속이나 보상 의무를 지는 것은 아니라는 한계점은 분명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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