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의 시대, 저널리스트의 사명 뉴스의 기본 플랫폼은 웹과 모바일로 넘어갔다. 온갖 매체에서 쉴 새 없이 '사실(fact)'이 쏟아진다. 저널리스트의 역할도 달라졌다. 사실만 따라다녀서는 경쟁력이 없다.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 사건에 대한 현명한 인식을 제공해야 한다.
사실, 뉴스는 출발부터 원래 그랬다. 벤저민 프랭클린이 활약하던 18세기, 초기 뉴스 전달자들은 사건의 맥락과 현명한 인식을 제공해 주는 것을 최대 경쟁 포인트로 삼았다. 대중 저널리즘이 본격화되기 전인 19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단순한 사실 보도는 기자들에게는 너무 저급한 일이란 인식이 팽배했을 정도였다.
"저널리즘의 실패는 관점의 실패다" 스티븐스는 사실 보도에 집착하는 전통 저널리즘에 대해 가차 없는 비판의 칼날을 휘두른다. 이 지점에서 '뉴스의 역사'를 쓴 저자의 내공이 발휘된다. 1950년대 미국을 강타한 매카시 선풍을 비롯한 수많은 부조리의 근원을 따지고 들어가면 바로 그 아래에 관점과 맥락이 실종된 저널리즘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관행을 '맹목적 인용 저널리즘'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는 아예, 최근 수십 년 동안 미국 저널리즘이 실패한 건 '관점의 실패'였다고 꼬집는다. 사실을 쫓아다니기에 바쁜 기자들이 분석과 전망을 보여 주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뉴스의 미래 '지혜의 저널리즘' 인터넷 덕분에 또 다시, 사실 전달자 대신 뉴스에 대한 분석과 해석이 중요해졌다. 저자는 이렇게 달라진 지형도를 '지혜의 저널리즘(wisdom journalism)'이라 부르고 있다.
지혜의 저널리즘이란 세계를 이해하는 우리의 능력을 한층 강화해 줄 수 있는 저널리즘을 의미한다.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같은 전통적인 육하원칙의 중요성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대신 '왜'란 질문이 더 중요해졌다. 큰 사건이 발생할 경우, 신문이 배달되거나 저녁 뉴스를 할 때쯤이면 이미 전 국민이 다 알고 있다.
이때 기자들은 어떤 뉴스를 전해 줘야 할까? 어떻게 해야 독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수 있을까? 어떻게 '지혜의 저널리스트'를 육성할 수 있을까? 이 책 '비욘드 뉴스, 지혜의 저널리즘'이 바로 이 질문들에 답한다.
이 책의 역자 김익현 지디넷코리아 미디어연구소장은 "우리를 통찰력 있고 지혜롭게 만드는 지식이 바로 최상의 것이 될 지식이다"라고 역설하며 "이를 전달하는 것이 바로 '지혜의 저널리즘'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혜의 저널리즘'으로 저널리즘의 실패를 극복할 수 있을 지는 아직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지만 승리를 위한 잘 벼린 칼이 될 것"이라고 말하며 "이 책은 저자가 과거를 통찰하며 저널리즘의 미래를 제시해 미래 독자들의 눈과 귀를 어떻게 사로잡고, 지혜로운 저널리스트를 어떻게 육성해야 할지 분명한 방향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미첼 스티븐스(Mitchell Stephens) 지음/김익현 역/커뮤니케이션북스/가격 21000원/36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