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 농약 사이다 사건의 진상을 가릴 국민참여재판에서 피고인 박모(83)씨의 주거지 마당에서 나온 박카스 병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건 발생 다음 날인 7월 15일 경찰이 압수한 박카스 병이 피고인 집 거실에 있는 동일한 제조번호의 다른 박카스 병보다 눈에 띄게 낡고 훼손된 탓이다.
메소밀 성분이 검출된 해당 박카스 병이 이미 오래전에 버려진 것으로 판명 나면 검찰은 공소 유지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9일 열린 3일차 공판에서 검찰측 증인으로 출석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우모 약독물 실장은 "(병 훼손 상태를 보면) 박카스 병이 실내에서 관리된 것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실외에 내다버린 지 하루도 지나지 않은 것 같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우 실장은 "육안으로 판단하면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러나 우 실장은 '흘러내린 메소밀이 묻어 병이 훼손될 수 있지 않느냐'는 검사의 물음에 "그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변호인이 병 외부에 붙은 이물질에서도 살충제 성분이 나왔는지 확인했느냐 묻자 "감정해 보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날 배심원도 "박카스 병의 실외 노출 시간을 어느 정도로 보는지 검찰과 변호인이 각자 소견을 제시해달라"고 요청했다.
7일 피고인 박모 할머니가 대구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앞선 1, 2일차 공판에서도 변호인과 검찰은 병 훼손 상태를 둘러싸고 공방을 펼쳤다.
변호인은 "병 라벨이 심하게 훼손됐고 박피된 흔적도 곳곳에 나타난다"면서 "14일 날 범행에 이용하고 15일에 마당에서 발견돼 압수된 병인데 하루 만에 이렇게 변할 수 있냐"고 검찰을 공격했다 .
이에 검사는 "박씨가 박카스 병에 메소밀을 넣은 뒤 운반하고 은닉하기까지 이동이 많았고 땅에 박혀있는 상태로 발견됐다"며 "마모나 훼손되는 게 당연하다"고 반박했다.
한편 재판부는 4일차 국민참여재판이 열리는 10일 피고인의 아들과 국과수 법의학 과장을 불러 증인 신문을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