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폭발음과 함께 화재가 발생했던 일본 도쿄 지요다(千代田)구 소재 야스쿠니(靖國) 신사의 화장실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야스쿠니(靖國) 신사에서 벌어진 폭발음 사건의 피의자로 한국인 전모(27)씨가 일본 경찰에 체포되면서 가뜩이나 냉랭한 한일관계가 더욱 얼어붙을 전망이다.
일본 경시청은 9일 도쿄 하네다 공항으로 입국한 전씨를 건조물 침입 혐의로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전씨는 지난달 23일 오전 일본 도쿄 지요다(千代田)구에 있는 야스쿠니 신사 내 화장실에서 폭발음 소동을 일으킨 혐의를 받고 있다.
일본 경찰은 사건 발생 이전에 인근 CCTV에 한국인 남성이 촬영된 것을 단초로 수사를 벌여왔다.
일본 언론은 전씨가 머물던 호텔에서 발견된 담배꽁초와 사건 현장에서 수거한 담배꽁초에 남은 DNA가 일치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전씨는 “잘 모르겠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가 만일 범행을 저지른 것이 사실이라면 일본으로 재입국한 이유는 미스테리한 부분이다.
일본 경찰이 한국인을 특정해 수사망을 좁히고 있다는 사실이 언론보도를 통해 공개된 상황에서 제 발로 일본행 비행기에 오른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일각에선 전씨가 재판 과정 등에서 자신의 주장을 펴기 위한 목적 등을 추정하고 있지만 스스로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타당성이 떨어진다.
일본 경찰은 이날 전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신청함으로써 피의자로 특정했고, 이를 근거로 우리 정부에 범죄인 인도를 청구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최근까지 일본 측으로부터 사건 조사 결과에 대해 공식적으로 통보 받거나 협조 요청을 받은 게 없다면서 범죄인 인도 요구시에는 관련 법규와 절차에 따라 검토한다는 입장이었다.
범죄인 인도 조약에는 불인도 조항도 있기 때문에 전씨를 일본에 넘겨줄지 여부는 전적으로 우리 정부의 판단에 달린 문제였다.
하지만 전씨가 스스로 일본에 입국했기 때문에 정부로선 이에 대한 부담은 덜게 됐다.
지난 2011년 12월 야스쿠니 신사 출입문에 화염병을 던진 뒤 우리나라에 입국한 중국인 류창(劉强) 사건의 재판은 피하게 된 것이다.
우리 법원은 당시 류씨를 인도해달라는 일본 측 요구를 거부하고 중국으로 보냄으로써 한일관계를 크게 악화시킨 계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