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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일반

    소방차 "1988, 가난했지만 우리가 사랑했던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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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태형 (그룹 소방차의 멤버)

    추억이란 돌아갈 수 없기에 더 애틋하고 아름답죠. 사는 게 팍팍할 때 더 그리워지는 게 추억이기도 합니다. 요즘 우리 40대들이 바로 그 추억에 깊이 빠져 있는데요. ‘응답하라 1988’이라는 드라마가 인기몰이를 하면서 1988년 풍요로웠던 그 시절을 회상하는 각종 문화코드들이 더불어서 부각되고 있습니다.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는 이분과 함께 타임머신을 타고 1988년으로 돌아가 볼까 하는데요. 1988년 젊은이들의 문화를 논할 때 빠뜨릴 수 없는 그룹, 바로 소방차. 소방차의 리더 김태형 씨 만나보겠습니다. 김태형 씨, 안녕하세요.

    ◆ 김태형> 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웃음)

    ◇ 김현정> 정말 목소리 그대로이시네요.

    ◆ 김태형> (웃음) 제 목소리 기억하시네요?

    ◇ 김현정> (웃음) 그럼요, 생생합니다 저는.

    ◆ 김태형> 감사합니다.

    ◇ 김현정> (웃음) 어떻게 지내셨어요, 그동안?

    ◆ 김태형> 저는 음악 계속하고요. 후배들 음반 제작하고 매니지먼트하고 있어요. 그리고 요새는 외식 사업을 좀 하고 있고요.

    그룹 '소방차' 이상원, 정원관, 김태형(맨 오른쪽) (사진=뮤직팩토리 홈페이지)

     

    ◇ 김현정> 사업도 하시고. 요즘 소방차 노래가 TV 틀면 나오고 라디오에서도 많이 나오는거 아시죠?

    ◆ 김태형> (웃음) 그 당시에 노래들이, 그 당시 가수들 노래들이 한 5년 주기로 계속 이렇게 나오는 것 같아요. 그때 그 시절을 못 잊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요.

    ◇ 김현정> 왜 그 시절을 못 잊고 기억하고 회상하고 그리워할까요?

    ◆ 김태형> 점점 시간이 흐를수록 세대가 약간 각박해진다고 할까요. 모든 사회생활이 팍팍해진 것 같아요.

    ◇ 김현정> 팍팍하죠, 그럼요.

    ◆ 김태형> 그때는 사실 저희도 마찬가지지만 계약이나 이런 것에 큰 의미를 안 뒀고. 정과 의리, 이런 거로 주로 활동했던 시기거든요. 그런 정이 있던 시절이라 자꾸 옛날을 그리워하시는 것 같아요.

    ◇ 김현정> 그 시절. 뭔가 가난하면서도 희망이 있던 그 시절이라 그리운 거예요.

    ◆ 김태형> 그렇죠. 인간미가 있고.

    ◇ 김현정> 그 시절, 그 무대 생각하시면 아직도 생생하시죠?

    ◆ 김태형> 그럼요. 저희가 88올림픽 때도 아마 가장 바쁘고 정신 없었던 한 해였던 것 같아요. 그때를 제가 못 잊는 게 정규 2집이 ‘통화중’이라는 노래가 타이틀곡이었어요. 음반이 나오기도 전에 벌써 후보에 올라가고. (웃음)

    ◇ 김현정> 세상에. 소방차 하면 ‘통화중’, ‘어젯밤 이야기’, ‘그녀에게 전해줘’. 정말 주옥 같은 노래들이 많은데 김태형 씨가 가장 사랑하는 곡은 어떤 건가요?

    ◆ 김태형> 저도 ‘통화중’인 것 같아요.

    소방차 베스트앨범 표지

     

    ◇ 김현정> 참 좋은 곡이 많았어요. 저는 문화적인 충격이기도 했던 것이 3명의 잘생긴 남자들이 나와서 승마바지를 입고 춤을 추는데 추다가 막 마이크를 던지고 공중에서 한 바퀴 돌고.

    ◆ 김태형> (웃음) 잘 생긴 남자들은 아니고요. 잘 생겼으면 아마 저희가 그냥 서서 노래를 했을 거예요. 그런데 잘 생기지 않았기 때문에, 이것저것 하다보니까 마이크 던지고 무대에서 구르기도 하고 퍼포먼스를 많이 했죠.

    ◇ 김현정> (웃음) 그런데 그 전까지는 사실 댄스가수라고 해도 그 정도의 파격적인 안무는 없었잖아요.

    ◆ 김태형> 네. 저희는 어떤 형식적인 거 말고 좀 새로운 것, 파격적인 걸 할 게 없을까를 거의 매일, 매시간 연구하고 해보고 그랬던 것 같아요.

    ◇ 김현정> 실제로 무대에서 한 바퀴 돌고 마이크 던지고, 이런 파격적인 안무를 하면 막 소녀들이 쓰러졌어요, 그때.

    ◆ 김태형> 네. 일단 아침에 집에서 나가질 못했으니까요.

    ◇ 김현정> 왜요?

    ◆ 김태형> 집 앞에 공원이 있었거든요, 바로 앞에. 그 공원이 거의 땅이 안 보일 정도로 팬 분들이... (웃음) 저희가 나가는 길을 다 차단하고 그래서 매일 경찰의 힘을 빌려서 나가고 그랬어요.

    ◇ 김현정> 세상에. 사실 어르신들은 보면서 ‘지금 노래를 부르는 거야, 뭐하는 거야. 정신 없어’ 이런 얘기 하셨을 거예요.

    ◆ 김태형> 네. 호불호가 완전히 갈렸었죠. ‘제정신이 아니다’ (웃음) 수사 기관이나 이런 데에서도 쫓아다니시고. 수사도 하시고.

    ◇ 김현정> 수사기관에서요?

    ◆ 김태형> 한 번은, 저희를 마약담당 수사관이 미행한 적도 있는데, 먼 훗날 그 형사 분과 친해져서 이야기듣기를, 저희를 미행하면서 저희가 먹고 남은 빵 봉지와 휴지, 쓰레기를 다 수거를 해서 마약 검사하고, 거의 몇 달 동안 하셨대요. (웃음)

    ◇ 김현정> (웃음) 그 당시에 파격적이었으면 ‘저거는 제정신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야’라는 생각을 수사관들이 한 거예요. (웃음) 그 시절에도 팬클럽이 있었습니까?

    ◆ 김태형> 그럼요. 팬클럽의 거의 시초였죠.

    ◇ 김현정> 이름이 뭐였어요, 소방차 팬클럽은.

    ◆ 김태형> '삐뽀삐뽀', '소방대원' 굉장히 많았어요, 전국에.

    ◇ 김현정> 김태형, 정원관, 이상원 씨, 나중에 도건우 씨중엔 누가 제일 인기 많았어요?

    ◆ 김태형> (웃음) 그걸 꼭 제 입으로 얘기를 해야 하나요? 제 입으로 얘기 안 해도 세상은 언제나 진실은 밝혀지는 거니까요.

    ◇ 김현정> 굉장히 해맑게 웃으시는 김태형 씨. (웃음) 혹시 지금도 연락을 주고 받고 이런 팬들이 있습니까? 지금도 '삐뽀삐뽀', '소방대원'이 활동을 해요?

    ◆ 김태형> 네. 아직도 인터넷상에서 팬클럽 활동을 해요.

    ◇ 김현정> 팬분들과 같이 늙어가면서 세상에 대한 이야기, 고민도 나누시겠네요.

    ◆ 김태형> 늙어가는 건 좀 그렇고요, 세월을 보내면서. (웃음)

    ◇ 김현정> 아, '세월을 보내면서' 좋습니다. 표현이 훨씬 낫습니다. (웃음) 소방차 김태형 씨와 함께 우리의 그 시절로 돌아가 봤는데, 아까 김태형 씨는 외식사업을 하고 있다고 하셨고요. 그러면 정원관 씨하고 이상원 씨는 어떻게 지내세요?

    ◆ 김태형> 정원관 씨도 계속 후배 양성하고 이상원 씨는 아직까지 본인이 현역이세요.{RELNEWS:right}

    ◇ 김현정> 노래하시고 맞아요. 언젠가 한 번쯤은 지친 중년들을 위로하는 그런 노래를 한 곡 들고, 세 분이 한 자리에 모여서 그 시절을 더듬어주면 어떨까 이런 기대는 있거든요.

    ◆ 김태형> 많은 분들이 정말 바라시면, 저희가 생각을 한번 해보겠습니다. (웃음)

    ◇ 김현정> 오늘 이야기 나누면서 30년 전, 그러니까 문화도, 경제도, 민주주의도 막 성장하기 시작했던. 그래서 가난하지만 뭔가 희망이 있었던 그 시절, 참 아련하고 애틋하게 생각이 납니다.

    ◆ 김태형> 네. 가난하지만 행복했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저희들도 가난한 음악을 했었던 것 같아요.

    ◇ 김현정> (웃음) 참 오늘 애틋하게 생각나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꼭 한번 세 분이 뭉쳐주세요. 오늘 귀한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 김태형> 네, 고맙습니다.

    ◇ 김현정> 소방차의 리더, 김태형 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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