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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부서진 '송곳'…그들 덕에 세상은 살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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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부서진 '송곳'…그들 덕에 세상은 살 만하다

    (사진=JTBC 제공)

     

    "분명 하나쯤 뚫고 나온다. 가장 앞에서 가장 날카롭다가 가장 먼저 부서져버리고 마는 그런 송곳 같은 인간이…."

    '노동조합'이라는 말만 나오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기업들이 여전히 많다. "노동문제 관련 집회로 시내 교통 상황이 좋지 않다"는 소식을 전하는 라디오의 목소리는 어딘지 모르게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긴다.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노동'은 찬밥 신세다.

    그럼에도 한 발 한 발 내딛어 온 노동운동의 발자취는 이 시대 노동자들의 입지를 조금씩 넓혔다. 한 명 한 명으로는 힘 없는 개미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엄혹한 현대사의 굴곡 안에서 어깨 걸고 뭉치면 거대한 파도가 된다는 것을 몸소 보여 준 이들이 있었던 까닭이다.

    지난 7일 밤 방송된 송곳 5회에서는 '가장 앞에서 가장 날카롭다가 가장 먼저 부서져버리고 만 송곳'들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이날 방송에서는 협력업체 접대 사실을 독박 쓴 푸르미마트 직원 황준철(예성)에 대한 징계위원회가 열렸다. 준철은 침착한 대응으로 누명을 벗을 수 있었는데, 이 과정에서 증언자로 나선 노래방 도우미 여성의 이야기가 소개됐다.

    그 여성은 사측의 부당해고에 맞서는 푸르미마트 직원들을 돕는 부진노동상담소 소장 구고신(안내상)과 아는 사이였다. 과거 고신과 함께 노동운동을 했던 철승의 아내였던 것이다.

    한 집회에서 경찰의 무자비한 진압 탓에 큰 부상을 입은 철승. 그러한 남편을 생각하며 그녀가 맞은편에 앉은 고신에게 눈물을 흘리며 외친다.

    "가만 두면 모래성처럼 조용히 쓸려나갈 사람들을 왜… 왜 괜희 뭉쳐놔서 부서지게 만들어요!"

    ◇ "너무 그렇게 존경스러운 눈으로 보지 마. 그런 사람 아냐"

    (사진=JTBC 제공)

     

    고신은 늘 시위 현장의 가장 앞에서 노조의 입장을 대변하며 경찰, 용역과 맞서 싸워 왔다. 이날 방송에서는 그의 아픈 과거사가 조명됐다.

    극중 과거 대학생 고신이 어두컴컴한 방 안에 거꾸로 매달려 있다. 밖에서는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며 걸어오는 발소리가 들리고, 이내 열려진 문에서 빛과 함께 한 인물이 들어온다.

    평범한 얼굴 속에 잔인한 웃음을 짓고 있는 그가 고신에게 말한다. "푹 쉬었지? 그럼 또 열심히 한번 해보자"라고.

    고신은 당시 고문의 후유증으로 지금도 만성신부전에 시달리고 있다. 하루에도 몇 차례나 투석을 해야 하는 처지인 고신의 모습을 우연히 본 푸르미마트 과장 이수인(지현우). 놀란 그에게 고신이 말한다. "너무 그렇게 존경스러운 눈으로 보지 마. 그런 사람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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