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을 거머쥔 대표적 미시경제학자 앵거스 디턴(69·프린스턴대) 교수의 연구 핵심은 세계 경제가 '평등'을 향해 개선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이론이 그저 낙관만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디턴 교수는 12일(현지시간) 프린스턴대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을 통해 "돈을 가진 사람만이 규칙을 쓰고, 나머지는 그 규칙을 따라야 하는 상황은 우려스럽다"라고 말했다.
◇디턴, 피케티…'불평등' 연구하는 경제학자들
디턴 교수의 분야인 빈곤과 경제적 불평등은 최근 10여년 간 가장 주목받고 있는 의제다. 디턴 교수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은 이러한 흐름에 방점을 찍었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디턴 교수의 전문 분야가 '21세기 자본'의 저자인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와 겹친다는 것도 흥미로운 지점이다. 디턴 교수의 노벨상 수상 직후 두 석학의 연구에 대한 비교 분석이 재조명 되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전문가들은 피케티 교수를 일약 스타덤에 올린 '21세기 자본'이 디턴 교수의 미시경제학 연구에 상당 부분 빚지고 있다고 말한다. 피케티 교수 역시 빈부격차와 경제적 불평등 이론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1년 차이로 각자의 대표 저서를 발간한 디턴 교수('위대한 탈출')와 피케티 교수('21세기 자본')가 '불평등'을 바라보는 지점은 사뭇 다르다.
디턴 교수는 기본적으로 세계 경제가 점점더 '평평'해지고 있다고 본다. 반면에 피케티 교수는 갈수록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피케티 교수 이론의 핵심은 자본주의의 최대 약점이 부의 불평등이며, 부자에 대해 더 많은 소득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재분배론이다.
물론 디턴 교수도 불평등이 현 사회의 심각한 문제라는 인식은 같이 한다. 경제적 불평등이 공공 서비스나 민주주의의 붕괴 등 정치적 불평등을 초래할 수 있어서다.
다만 "불평등은 엄청나게 복잡한 것으로, 장단점이 있다"고 말하는 등, 불평등을 바라보는 다른 경제학자들과 뉘앙스를 약간 달리 할 뿐이다. 왜냐하면 디턴 교수가 볼 때 불평등은 그 자체로 성공에 따른 하나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디턴 교수에 따르면 경제 성장은 세계를 절대 빈곤과 죽음으로부터 구해낸 원동력이다. 예컨대 중국이나 아프리카의 영아 사망률이 갈수록 줄어드는 것도 세계 경제의 지속적 성장에 따른 개선이다. "기본적으로 성공은 불평등을 내포하고 있고, 성공 자체를 지양할 수는 없다"면서 불평등이 성장의 결과인 동시에 또다른 성장을 이끌어낸다고 설명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디턴 교수는 또 개발도상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원조에도 회의감을 드러낸다. 병원 설립 또는 건강권을 위협받는 아동에 대한 치료 등은 필요하지만, 개발도상국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원조가 아니라 해당 국가의 성장률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디턴 교수는 2년 전 인터뷰에서도 "부유한 국가들이 오히려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면서 "개별 지역 국가의 능력 개발이라는 점을 간과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돈을 아프리카에 주는 게 아니라 아프리카를 '위해서' 줘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불평등' 해소의 길
즉 디턴 교수의 이론은 세계 단위로 작동한다. 지구적으로 볼 때 '글로벌 불평등'은 분명히 감소하고 있고, 삶의 질 평균치는 점점 더 신장되고 있다. '국가별 불평등'에 초점을 맞추는 피케티 교수와 차이를 보이는 지점이다.
디턴 교수도 개별 국가 내에서의 상대적 불평등은 심화되고 있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그에 따르면 이는 지식과 정보 편향적인 시스템 때문에 지식 노동자들에게만 소득이 집중돼서다. 성장에 따른 불평등 현상은 무조건 나쁘게 해석할 수 없다.
한편 이 같은 디턴의 이론은 빈부격차에 따른 사회문제가 나날이 심화되는 오늘날 현실에서 다소 낙관적으로 읽힐 수도 있다는 지적도 받는다.
하지만 디턴 교수는 이날 프린스턴대에서의 기자회견에서도 "맹목적으로 상황을 낙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부자여야만 건강권을 누릴 수 있다는 주장 또는 경제적 불평등이 기후변화나 민주주의에 미치는 영향은 염려스럽다"고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