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대추 한 알' 중 한 장면. 그림=이야기꽃 출판사 제공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 저 안에 태풍 몇 개 / 저 안에 천둥 몇 개 / 저 안에 벼락 몇 개 //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 저 안에 초승달 몇 낱 (장석주 '대추 한 알' 전문)
그림책 '대추 한 알'(이야기꽃 출판사, 1만2천원)은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 알'을 '돼지 이야기'의 유리 작가가 그림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대추 한 알'의 시구는 2009년 가을, 광화문 교보빌딩에 글판으로 걸려 도심을 오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기도 했다.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 있을까?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 있을까? 당연한 듯 보이는 자연현상에 질문을 던지는 순간, 그 대추는 천둥과 벼락, 무서리와 땡볕을 견뎌낸 존재가 된다. 비와 바람, 햇빛과 달빛, 그리고 세월의 축복을 받은 귀한 존재가 된다.
수많은 것들과 관계를 맺고 사는 대추 한 알을 통해, 독자들은 숱한 인연으로 둘러싸인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보게 된다. 가슴 따뜻해지는 그림과 함께 행간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