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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판대기, 나부랭이, 개기다…알고보니 표준말"



문화 일반

    "상판대기, 나부랭이, 개기다…알고보니 표준말"

     

    - 서울사람이 쓰는 속되고 거친 말도 표준어로…
    - '볼때기'는 표준어지만 '마빡'은 비표준어
    - 신조어가 나쁜 것은 아니나 소통단절은 우려
    - '짜장면', '너무' 등 폭넓게 표준성 인정 중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이대성 (국립국어원 연구관)



    여러분 지금부터 잘 들어보세요. '뻐카충, 핵노잼, 개이득, 솔까말, 갑툭튀, 츤데레, 낄끼빠빠, 극혐' (웃음) 이 중에 몇 개나 알아들으셨습니까? 요즘 젊은이들, 신조어나 비속어 섞어쓰지 않으면 대화가 안 될 정도로 정말 많은 신조어들, 비속어들 난무합니다. 왜 그러느냐라고 물어보면 표준어는 '고리타분'하다, 이런 얘기를 하더군요. 그런데요. 표준어도 알고 보면 구수하고 재미 있고 톡톡튀는 것들이 상당히 많다는 사실 여러분 알고 계시나요.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한번 보물 찾듯 찾아보죠. 국립국어원 이대성 연구관, 연결 되어 있습니다. 연구관님,안녕하세요.

    ◆ 이대성> 안녕하세요.

    ◇ 김현정> 교회에서는 부활절이나 크리스마스가 최고 중요한 날이고 군인들은 국군의 날, 교사들은 스승의 날, 그러면 우리 박사님한테는 한글날이 제일 중요한 날이겠네요?

    ◆ 이대성> 그렇죠. 아무래도 한국어 역사에서 가장 통쾌한 순간이라고 할 수 있죠. (웃음) 한글 반포의 날이지 않습니까?

    ◇ 김현정> '가장 통쾌한 순간' (웃음) 제가 앞에서 잠깐 말씀드렸습니다마는 우리말 파괴 현상, 비속어나 은어 이런 것은 당연히 안 좋은 걸로 알고 있는데요. 신조어 이건 어떻게 되는 건가요? 괜찮은 겁니까? 아닌 겁니까?

    ◆ 이대성> 항상 말은 변하기 마련이기 때문에 말이 새로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죠. 이것들을 잘 가꾸고 소통이 잘 될 수 있도록 꾸려나가는 것도 저희들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진=자료사진)

     

    ◇ 김현정> 그러니까 신조어가 무조건 다 나쁜 건 아닌데, 우려스러운 단어들도 있단 말씀이시죠?

    ◆ 이대성> 아무래도 그런 게 좀 있죠. 예를 들면 '~충' 이런 말들이 많이 나오더라고요. 이런 것들은 어떤 대상을 많이 비하하거나 차별하는 그런 맥락에서 많이 쓰는데요. 되도록 쓰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고요. 이번에 처음 들어봤는데 '고답'이라는 말이 있더라고요.

    ◇ 김현정> '고답'은 뭐예요? (웃음)

    ◆ 이대성> '고구마 100개 먹은 것처럼 답답하다' 이런 뜻이라는데. (웃음) 중간에 너무 많은 말이 생략되어 있으니까 좀처럼 뜻을 유추할 수가 없어요. 이런 것은 과하다 싶습니다.

    ◇ 김현정> 세대 간 단절이 될 정도로 많이 줄여쓴 말, 이런 것도 문제라는 말씀이시네요.

    ◆ 이대성> 그렇죠.

    ◇ 김현정> 박사님, '낄끼빠빠'는 뭔지 아세요?

    ◆ 이대성> 아무래도 저희가 관련된 업무를 하고 있으니까 정보는 듣고 있는데, 실제로 사용해 본 적은 없습니다. (웃음)

    ◇ 김현정>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진다'라면서요?

    ◆ 이대성> 그렇죠.

    ◇ 김현정> '갑툭튀'는 뭐예요?

    ◆ 이대성> '갑자기 툭 튀어나와서…' 이런 말 이죠. (웃음)

    ◇ 김현정> 저는 '뻐카충'이라는 이건 뭔가 한참 들여다 봤는데 이거 '버스카드 충전'이에요. 청소년들한테 왜 표준어 안 쓰느냐 물어보면 다들 하는 말이 '고리타분하다' 이런 대답들을 하더라고요.

    ◆ 이대성> 그렇죠. 흔히 표준어라고 하면 점잖은 말만 해당하는 것으로 알고 계시는데요.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속된 말이나 거친 말 중에서도 표준어로 인정되는 게 있고요. 이 표준어라는 것이 여러 방언형들 중에서 어느 하나, 대개는 서울말로 정하는 건데 사실 서울 사람도 속된 말을 쓰지 않겠습니까?

    ◇ 김현정> 그렇죠.

    ◆ 이대성> 당연히 이런 말도 표준어에 속할 수 있는 거죠.

    ◇ 김현정> 그렇군요. (웃음) '표준어는 고리타분하다'라는 편견을 깨기 위해서 준비하신 몇 개 단어가 있다고 제가 들었습니다. 첫번째 단어는 뭔가요?

    ◆ 이대성> '볼때기'라는 말이 있습니다. 볼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죠.

    ◇ 김현정> 그게 표준어예요?

    ◆ 이대성> 표준어로 인정되는 말이고요. 심지어 이 말과 같은 뜻으로 '볼퉁이', '볼따구니' 이런 말도 있는데, 이것도 다 표준어로 인정하고 있는 겁니다.

    ◇ 김현정> 왜 요새 개그프로그램 같은 데서 많이 쓰이는 '마빡'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마빡'. 이마를 가리키는 그것도 표준어입니까?

    ◆ 이대성> 그건 아마 표준어가 아닐 겁니다. (웃음)

    ◇ 김현정> 그건 아니랍니다, 여러분. (웃음) '볼때기'는 괜찮은데 '마빡'은 안 된다.

    ◆ 이대성> 네. 무조건 다 사전에 다 반영하고 그러지는 않고요. 조심스럽게 쓰고 있는 거죠.

    ◇ 김현정> '상판대기'라는 말 있잖아요. '볼때기'를 들으니까 갑자기 생각나는데 이건 안 되는 거죠?

    ◆ 이대성> '상판대기'요. 그것도 역시 표준어에 속하기는 합니다. 얼굴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기는 한데요.

    ◇ 김현정> 표준어란 말씀이군요?

    ◆ 이대성> 사실은 이제 우리가 가장 욕하면 떠오르는 말이 '개○○' 이런 말이 있지 않습니까? 그것도 일종의 표준어라고 할 수 있는 겁니다. 그런데 이게 점잖은 말로 우리가 사용하지 않잖아요. 평소에 우리가 개인적으로 일상에서는 속된 말들이나 거친 말들도 필요할 때가 있고. 규범적인 형태로 삼는다 이렇게 볼 수 있는 거죠.

    ◇ 김현정> 그렇군요. 신기하네요. 되는군요. 두번째 단어 어떤 거 준비하셨어요?

    ◆ 이대성> 두번째는 '나부랭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 김현정> 헌옷 나부랭이, 무슨 나부랭이 할 때 쓰이는?

    ◆ 이대성> 그렇죠.

    ◇ 김현정> '나부랭이'도 표준어이고, 마지막 단어는 뭐죠?

    ◆ 이대성> 새로운 말로 작년에 표준어로 인정된 '개기다'라는 말이 있죠.

    ◇ 김현정> '개기다'라는 말이 표준어예요?

    ◆ 이대성> 예전에는 '개개다'라는 말로만 쓰라고 했었는데, 사실 이 말은 거의 아는 사람이 없잖습니까?

    ◇ 김현정> '개개다'라는 말은 안 쓰죠.

    ◆ 이대성> 그래서 오히려 더 널리 쓰이고 있는 게 '개기다'로 된 거고 작년에 이제 이러한 비슷한 속된 말 중에 '꼬시다'라는 말이라든가 '딴지', 이런 것도 새로 추가된 표준어입니다.

    ◇ 김현정> 그러고 보면 새로 표준어가 된 단어들이 또 있죠. 저는 제일 기억나는 게 '짜장면' 써도 된다, '짜장면'이 표준어로 인정 받았을 때. 그때 많은 방송인들이 굉장히 기뻐했습니다. (웃음) 항상 '자장면'으로 발음하고 그랬는데 현실감이 굉장히 떨어졌어요. 또 하나는 '너무'라는 부사도 있죠? '너무너무' 예뻐요, 너무너무 좋아요. 항상 부정어 앞에 쓰라, 이것도 굉장히 큰 규제였는데. 이런 것들이 시대에 따라 변하는 말이라고 보면 될까요? 이제 아무 데나 써도 되는 거죠?

    ◆ 이대성> 그렇습니다. 표준어 규정이 사실 개정된 게 1988년이거든요. 그러니까 근 30년째 왔는데. 그동안 말은 많이 바뀌고 그러는데 규정은 그대로다 보니까 현실하고 규범간의 괴리가 많이 생기게 된 겁니다. 그래서 최근 들어서 어문규범의 틀을 벗어나지 않은 말이라면, 폭 넓게 표준성을 인정하는 정책을 저희들이 펴고 있는 거고요.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방금 말씀하신 '짜장면', '너무' 이런 말이라고 할 수 있는 거죠.

    ◇ 김현정> 그렇군요. 국립국어원 이대성 연구관, 오늘 한글날 맞아서 만나보고 있습니다. 순우리말 중에 우리 박사님 보시기에 '이건 정말 예쁘다', 우리 한글의 멋이 참 잘 살아나는 말인데, 우리가 많이 안 쓰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하는 말이 있다면?

    ◆ 이대성> '나비잠’'이라고 아시나요? '나비잠'.

    ◇ 김현정> '나비잠?'

    ◆ 이대성> 잠자는 모습 중에 '나비잠'이라는 게 있는데, 이제 갓난아기가 팔, 다리를 한껏 뻗치고 자는 모습을 마치 그게 나비를 닮았다고 해서 '나비잠'이라고 하거든요.

    ◇ 김현정> 우리는 그냥 대자로 잔다 이렇게 얘기하잖아요. (웃음)

    ◆ 이대성> 그렇죠. 보통 큰 사람이 팔다리를 뻗치고 자고 있으면 큰 대자로 드러누웠다라고 하지 않습니까? '나비잠'은 갓난아이가 두 팔을 머리 위로 벌리고 자는 잠을 말하는데, 이런 표현들을 보면 우리말의 말맛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싶습니다.

    ◇ 김현정> 정말 예쁘네요. '나비잠 잔다'. 예뻐요. 듣기만 해도 한결 행복해집니다. 10월 9일, 한글날. 오늘 우리 한글 매일 쓰면서도 우리가 감사한지 몰랐던 그 한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고 좋은 우리 말이 뭐가 있을까 좀 고민해 보는 이런 시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 이대성> 네. 관심 많이 가져주시고 우리 말 많이 사랑해주시기 바랍니다.

    ◇ 김현정> 오늘 귀한 시간 고맙습니다.

    ◆ 이대성> 네, 고맙습니다.

    ◇ 김현정> 국립국어원 이대성 연구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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