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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뉴스] "왜 김만복 전 국정원장만 탓하나?"



정치 일반

    [Why뉴스] "왜 김만복 전 국정원장만 탓하나?"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김만복 전 국정원장에 대한 비판과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언론들은 기획기사와 해설기사, 사설을 통해서 "가벼운 처신"이니 "비밀누설"이니 "선거 때만 되면 도지는 과시병"이니 "정보맨의 기본도 안 된다"느니 하면서 김만복 전 국정원장을 비판하기에 여념이 없다.

    국정원도 신속하게 '노무현의 한반도 평화구상-10.4 남북정상선언'에 대해 법원에 판매금지가처분 신청을 내는 동시에 김 전 원장을 형사고발 하기로 했다.

    야당에서도 김만복 전 원장의 처신이 가볍다면서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왜 김만복 전 국정원장만 탓하나?"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Why뉴스 전체듣기]

    ▶ '김만복 전 국정원장만 탓하나?' 그러면 김 전 원장이 잘못하지 않았다는 얘기냐?

    김만복 전 국정원장 (사진=자료사진)

     

    = 그건 아니다. 김만복 전 국정원장의 처신이 올바르지 못한 건 사실이고 그 점은 비판 받아 마땅하다고 본다. 응분의 처분을 받을 일이 있다면 받아야 한다.

    김 전 원장이 의도했건 하지 않았건 간에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핫라인을 통해 수시로 직접 통화했다'고 중앙일보가 보도를 했고 김 전 원장은 다음날 곧바로 이를 번복했다. "핫라인은 있었지만 노 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직접 통화한 사실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김 전 원장에게 지난 주말 통화에서 왜 이런 보도가 나오게 됐느냐? 라고 물었더니
    "중앙일보가 직접이라는 용어를 잘못썼다"면서 "구체적으로 누구 누구가 통화 했는지를 얘기하지 않았더니 중앙일보가 마음대로 써버렸다"고 말했다.

    5일 김 전 원장과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는데 국정원의 형사고발 방침이 알려진 뒤 취재기자들의 전화를 받지 않고 있다. 김 전 원장은 "지금은 어떤 언론에도 비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보고 실천하고 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내왔다.

    ▶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는 건가?

    = 그건 사법부에서 최종 판단할 일이다. 헌법 27조 4항에는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국정원에서는 국정원직원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국정원 관계자는 "책을 입수해 법률검토를 마쳤다"면서 "국정원직원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하고 곧 고발장을 접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정원은 김 전 원장이 국정원직원법 17조 1항과 5항을 위반한 것으로 본다. 1항은 "직원은 재직 중은 물론 퇴직한 후에도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17조 5항은 "직원이 국정원의 직무와 관련된 사항을 발간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공표하려는 경우 미리 국정원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같은 법 32조에 따라 10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김 전 원장은 지난 2008년 1월 '김만복 국정원장과 김양건 북한 통전부장 환담보고서' 언론사에 유출한 것과 관련해 검찰조사를 받았으나 검찰은 '입건유예' 처분했다.

    김 전 원장은 2010년 10월에는'다시, 한반도의 길을 묻다'라는 책 내용이 문제가 돼 국정원에 의해 직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검찰에 고발돼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또 2011년 일본 잡지 ‘세카이’(世界) 2월호에 서해 북방한계선(NLL)관련 내용을 기고한 게 큰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미 입건유예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기 때문에 국정원이 다시 고발할 경우 이번에는 형사처벌을 피해가기 어려울 수도 있다.

    김 전 원장은 그러나 이번에 펴낸 책에 비밀이 없기 때문에 국정원의 승인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김 전 원장은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공개돼 책 내용은 공개된 사안이고, 2007년 당시 국정원이 대외 공개 목적으로 만든 10·4 선언 해설집 자료에 현재까지의 상황을 추가한 것이며, 다른 사람들과 함께 쓴 책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김만복 전 국정원장 (사진=자료사진)

     

    ▶ 김 전 원장이 왜 이렇게 남북관련 민감한 사실들을 공개하는 거냐?

    = 김 전 원장은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있지만 언론이나 정치권에서는 내년 총선에 출마하기 위한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으로 보고 있다.

    ▶ 내년 총선에 출마하는 거냐?

    = 김 전 원장이 출마를 할지 하지 않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김 전 원장도 출마에 대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다. 그 문제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이미 우리나이로 일흔이다. 정치를 하기에는 늦었지 않을까?

    김 전 원장에게 내년에 출마하는 거죠? 물었더니 "그거는 그 때 가서보자"고 말했고 사무실 낸 게 출마하겠다는 것 아니냐? 라고 물었더니 "천만에 돈 벌려고 한 것'이라면서 "고향에 가기 위한 것"이라고 답했다.

    ▶ 오늘 주제를 '왜 김만복 전 국정원장만 탓하나?' 라고 했는데?

    국정원 (사진=자료사진)

     

    = 앞서 설명한 대로 김 전 원장의 가벼운 처신은 비판 받아야 한다.
    김 전 원장은 2013년 7월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파동 때에도 이번과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김 전 원장은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은 2007년 10월에 만들어진 것이 유일한 것" 것이라며 "2008년 1월 생산된 대화록은 자신은 모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국가기록원에 보관된 '정상회담 대화록'과 국가정보원이 공개한 '대화록'이 다를 수 있다는 의혹이 확산되면서 대화록 파동에 기름을 붓기도 했다.

    그러나 국정원이 김만복 전 원장의 서명이 있다는 발표를 하자 한동안 일체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면서 "소모적인 정쟁에 휘말릴 것 같아서 더 이상 나서지 않고 있음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 뒤 일체 통화나 문자 응답도 하지 않았다. 이번의 '핫라인' 파동과 비슷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전직 국정원장으로서 가벼운 처신은 질타를 받아 마땅하고 법을 위반한 사실이 있다면 당연히 그에 맞는 처분을 받아야 한다.

    그렇지만 국정원이 김 전 원장이 '핫라인'을 언급했다고 국정원직원법을 위반했다며 형사고발을 하겠다고 나서는 걸 보면 한편으로는 소가 웃을 일이다.

    ▶ 그게 무슨 소리냐? 소가 웃을 일이라니?

    남재준 전국정원장 (사진=윤성호 기자)

     

    = 그동안 국정원이 한 일을 보자.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국정원을 사조직화 했다. 심리전단을 만들어 선거에 개입하고 해킹을 시도했으며 특히 대선에 개입해 국민의 뜻을 왜곡했다.

    또 남재준 전 국정원장은 국정원의 대선개입 사실이 드러나자 이를 덮기 위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일반에 공개했다. 그렇지만 국정원은 전직 원장에 대해 어떤 조치도 하지 않았다.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면 먼저, 김만복 국정원장이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은 "남북 간 핫라인이 있었다"는 것이고 "그걸 남북 정상이 수시로 직접 통화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핫라인인 있는 건 맞지만 직접 통화한 사실은 전혀 없다고 공개적으로 확인을 했다.

    김 전 원장이 밝힌 핫라인은 이미 임동원 전 국정원장의 회고록 '피스메이커'에서 그 실체가 드러난다. 임 전 원장은 "6·15 남북공동선언을 이행하고 지켜낸 것은 정상 간 핫라인이었다"면서 "핫라인은 정상회담이 끝나고 사흘 뒤부터 가동됐으며 위기의 순간마다 빛을 발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회고록에서도 핫라인이 언급되고 있다. 새삼스러운 게 아니라는 김만복 전 국정원장의 주장이 나름 설득력이 있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또, 박근혜 정부는 지난 2012년 대선과정에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발췌본을 이용했다. 그리고 지난 2013년 7월에는 남재준 전 국정원장이 세계역사상 유례가 없는 정상회담 대화록 전문을 만천하에 공개했다.

    신경민 새정치민주연합의원은 "선사와 역사시대 이래 정상간 대화록을 공개한 사례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었다"며 있을 수 없는 일을 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심지어 천영우 전 외교안보수석(이명박 정부)은 "문명국가에서 정상회담 회의록을 공개하는 일은 없다"고 지적했다.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억지로 비밀등급을 해제하면서까지 공개한 국정원이 김만복 전 국정원장이 '핫라인' 관련 사안을 언급했다고 형사고발하겠다니 이게 말이 되는 거냐?

    특히 대화록 공개에 대해 이미 검찰은 면죄부를 줬다. 서울중앙지검은 2014년 6월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입수해 2012년 대선 선거유세 과정 또는 식당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유출한 김무성 의원과 권영세 주중대사, 대화록을 일반문서로 재분류해 공개한 남재준 전 국정원장,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발췌본을 누설한 서상기, 조원진, 조명철, 윤재옥 의원에 대해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다만 정문헌 의원에 대해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 부분만 유죄를 인정해 벌금 500만원에 약식 기소했지만 법원이 정식으로 재판에 회부해 2015년 1월 벌금 천만 원을 선고했고 정 의원은 항소를 포기했다.

    국정원이 대화록 전문을 공개해 논란을 확산시킨 이유는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을 덮기 위한 꼼수라는 것이 당시의 지배적인 평가였다.

    검찰이 김만복 전 국정원장을 처벌 할 수 있을까? 물론 다른 정치인들은 대통령기록물법 위반이고 김 전 원장에게는 국정원직원법 위반이 적용되겠지만 검찰이 김만복 전 원장을 기소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어떤 문제가 있는 거냐?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진=박종민 기자)

     

    = 워낙 문제가 많고 계속 거론되다보니 사람들이 잊고 지내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국정원의 위상을 추락시키는 '만악의 근원'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신경민 의원은 "원세훈 전 원장이야말로 가장 저질 국정원장이다. 국정원 직원들도 사석에서 원세훈을 절대 비호하지 못한다. 자질부족이고 정보도 모르고 들어와서 완전히 국정원의 위상을 추락시키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면서 "지금 국정원이 지적받는 모든 만악의 근원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고 남재준 전 원장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신 의원은 "김만복 전 원장의 가벼운 입과 함량미달에 대해 형사고발하고 적극대응 하는 건 좋다. 그렇지만 국정원과 국가의 체계를 바로 세우려면 원세훈 전 원장과 남재준 전 원장에 대해서도 더 적극적으로 고발하고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 전 원장은 국정원법 위반에 대해서는 유죄가 확정됐고 대선개입 의혹에 대해서는 대법원이 희한한 논리로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내 앞으로 파기환송심이 열릴 예정이다.

    ▶ 전직 국정원장 4명이 검찰에 고발되지 않았나?

    (왼쪽부터) 이병기 전 국정원장, 이병호 국정원장 (사진=윤창원 기자)

     

    = 그렇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진보네트워크센터 등은 지난 7월 30일 국정원 해킹의혹에 관련된 원세훈, 남재준, 이병기 전 국정원장과 이병호 현 국정원장 등 총 6명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 등으로 조만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들 단체들은 고발장에서 "국정원은 원격제어시스템(RCS·Remote Control System) 을 국내 민간인을 대상으로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국민 몰래 특정 정치세력을 위해 국민을 감시하고 개인정보를 훔쳐본 게 의혹의 핵심인 이상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중범죄"라고 지적을 했다. 또 통신의 비밀이나 사생활의 비밀 같은 권리의 행사를 방해한 것이 아니냐는 취지에서 국정원법 위반 혐의도 고발 적용 법조에 포함시켰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에 앞서 지난 7월 23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해킹 프로그램 중개업체 나나테크 관계자를 통신비밀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RELNEWS:right}이 수사는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에 배당이 됐는데 고발이 이뤄진지 두 달이 돼서야 고발인 조사가 이뤄졌다고 한다.

    추석연휴 직전에 검찰이 고발인 조사를 했는데 검찰조사를 받은 박주민 변호사는
    "검찰이 '추가로 제출할 증거는 없느냐?'는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그래서 이번 해킹의혹 수사도 유야무야 끝날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정원 해킹 사건'은 국정원이 이탈리아 해킹팀으로부터 원격제어시스템(RCS) 도입을 추진하고 구입해서 운용한 사실이 드러났고 이 사건에 연루된 국정원 직원이 해킹 프로그램 사용 기록을 무단삭제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다.

    야당이나 재야단체들은 이 사건을 지휘하는 차장검사와 수사에 참여하는 부부장검사가 국정원 파견 경력이 있어서 재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특히 국정원의 대선개입의혹 사건 수사와 관련해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쫓겨났고 윤석렬 수사팀장과 박형철 부팀장은 고검으로 좌천돼 여전히 어려운 시절을 보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제대로 수사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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