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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일반

    한가위 맞아 시장은 북적거리는데 상인들은 '글쎄요'

    • 2015-09-24 08:12

    "불경기에 가정서 준비하는 음식량 줄어 추석 특수 찾기 어려워"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이 다가옴에 따라 서울 시내 전통시장이 가족 맞이를 준비하는 이들로 북적거리고 있다.

    하지만 상인들은 명절 특수를 누린다고 하기에는 영 성이 차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워낙 불경기인데다 가정에서 준비하는 음식량이 줄어드는 추세여서 매출이 크게 늘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23일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은 명절 때 온 가족이 함께 나눌 싱싱한 채소와 과일, 고기 등을 구매하러 온 인파로 가득했다.

    가게 앞에서는 조금이라도 싼 가격에 물건을 사려는 손님과 업주가 흥정을 벌였다.

    부인과 함께 차례상에 올릴 과일과 고기 등을 사러왔다는 양모(54)씨는 "평소에는 시장을 잘 찾지 않는데 명절 때는 왠지 한번 둘러봐야 할 것 같아서 나온다"며 "아무래도 명절 전이라 사람이 평소보다 많은 듯하다"고 말했다.

    고추·밤·콩 등을 파는 한 상인은 "평소에는 주부 혼자 나와서 장을 보지만 명절에는 부부나 가족 단위로 나와 붐비는 것"이라며 "매출에서는 평소와 큰 차이가 없어 작년 추석과는 비교도 할 수 없다"고 울상을 지었다.

    그는 "경기가 좋지 않은 탓도 있을 것이고, 전에는 전 가족이 모여 명절을 지냈기에 음식을 많이 만들어야 했지만 최근에는 가족이 잘 모이지 않아 음식도 많이 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영등포 청과물시장에도 추석 차례상에 오를 사과·배·감 등 제철을 맞은 햇과일 냄새가 진동했다.

    출하를 기다리는 과일 상자는 가게 공간이 모자라 인도까지 나와 사람 키보다 높게 쌓여 있었다.

    선물용 배 11상자를 산 주부 김모(58)씨는 "마트나 소매 과일 가게보다 물건도 좋고 가격도 싸 매년 명절에 이곳에서 과일을 산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기서도 업주들은 작년보다 매출이 뚝 떨어졌다며 울상을 지었다.

    한 상인은 "작년에 비해 매출이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며 "아직 연휴가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손님이 별로 없어 추석 연휴가 다 끝난 분위기"라고 한숨을 쉬었다.

    또 다른 상인은 "경기도 나쁜데 대형마트가 산지에서 물건을 직접 떼다가 팔다 보니 소매보다 도매를 주로 하는 우리는 직격탄을 맞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곳 시장에서 도매 영업을 많이 하는 상인들은 "도매상에는 재래시장 상품권인 '온누리상품권'이 오히려 부담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순자(58)씨는 "소매상들이 온누리상품권으로 계산을 많이 하지만 은행에서는 한 달 2천만원 이상은 현금으로 바꿔주지를 않는다"며 "산지에 현금으로 물품 대금을 보내야 하는데 돈이 돌지 않아 고민이 많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대형마트들도 추석 대목을 맞아 화려한 포장의 과일박스를 진열해놓는 등 공을 들이는 모습이었다.

    종로구의 한 마트 직원 박모씨는 "추석 전주이기는 하지만 제수 판매량은 아주 미세하게 늘었을 뿐 사실상 평소와 비슷한 수준"이라며 "가격도 평상시보다 오르지 않았고 과일은 풍년이라 지난해 추석과 견줘 오히려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 마트에서 장을 본 40대 여성은 "평상시 가격을 정확히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추석 때라고 해서 별다른 가격 차이는 느끼지 못하겠다"고 전했다.

    영등포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봤다는 김석구(56·여)씨도 "요새는 명절 때도 과일 등은 대부분 인터넷으로 주문해 마트에 손님이 특별히 많은 듯하진 않다"며 "과일이 많이 필요하긴 하지만 요즘이 과일이 많이 나오는 철이라 과일 값도 딱히 뛰진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마트에서는 여전히 추석 특수를 누리고자 제수 가격을 올리는 모습도 보였다.

    부산 해운대에 거주하는 김모(60·여)씨는 "지난주까지 포도 5㎏에 1만원이었는데 이번 주에는 1만5천∼1만7천원선으로 올랐다"며 "고기와 생선도 가격이 많이 올랐지만 차례 때문에 안 살 수가 없어 필요한 양만 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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