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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째 부당해고 농성…홈플러스 계산원의 쓸쓸한 추석맞이

25일째 부당해고 농성…홈플러스 계산원의 쓸쓸한 추석맞이

  • 2015-09-22 16:36

 

"일개미처럼 열심히 일만 했을 뿐인데 도대체 왜 잘렸는지 황당할 뿐입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홈플러스 계산원이었던 안수용(40), 김도숙(39)씨는 부산 연제구 홈플러스 아시아드점에서 25일째 바코드 스캐너 대신 피켓을 들고 복직시위를 벌이고 있다.

안씨와 김씨 등 4명의 계산원은 지난달 말 점장으로부터 근로계약이 만료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번에 재계약하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기대가 순식간에 절망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이들을 더욱 황당하게 한 것은 홈플러스에서 1년여를 비정규직으로 근무한 뒤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지 않고 해고된 경우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사측이 밝힌 해고 사유는 매출 감소.

1년 중 추석을 앞둔 시기는 매출이 많은 때라서 이들은 해고에 다른 이유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6살, 8살 두 아이의 엄마인 김씨는 "아직 아이들에게 해고사실을 알리지도 못해 아침에 일하러 간다고 집을 나선다"며 "회사가 열심히 부려먹고 헌신짝처럼 갖다버린 것 같아 너무 비참했다"고 말했다.

전업 주부였던 김씨는 아이가 학교 가는 시간 동안 열심히 일하고 퇴근 후에는 살림을 챙기려고 '워킹맘' 생활을 시작했다.

하루 6시간씩 일하고 한 달 손에 쥐는 임금은 평균 82만원 정도.

최저임금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지만 그래도 가정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된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다음 달부터는 불안했던 재계약 걱정을 안 해도 된다는 생각에 들떴지만 예고없는 해고에 기대는 허사가 됐다.

김씨는 "조금 더 가졌다고 해서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해고의 칼날을 휘두르는 것은 횡포"라며 "내가 뉴스에 나오는 해고자가 될지는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이번에 함께 해고 통보를 받은 안씨 역시 "불과 얼마 전만 해도 관리자들이 일 잘한다며 높은 고가점수를 부여했다"며 "죽어라고 일한 대가가 해고라는 것이 너무 억울하다"고 말했다.

안씨는 농성날짜가 길어질수록 가정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어 초등학생 딸과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지만 꼭 복직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다.

안씨는 "처음 시위를 시작할 때는 그만두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며 "하지만 취업하기 힘든 여건에서 열심히 일하다가 한순간에 버려지는 노동 현실을 바꾸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은 마트가 휴무하는 추석 당일인 27일을 제외하고는 홈플러스 아시아드점 앞에서 부당해고 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 관계자는 "6개월 전 재계약 시점에 점포 매출 상황에 따라 재계약을 못할 수도 있다는 말을 분명히 밝혔고 상황이 나아지지 않아 재계약을 하지 않은 것뿐"이라고 말했다.

김씨, 안씨와 함께 해고 통보를 받은 계산원 2명 가운데 1명은 허리 디스크 치료를 받고 있고 나머지 1명은 경제적 사정으로 농성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홈플러스 노조는 영국 테스코로부터 홈플러스를 인수한 MBK파트너스에 고용안정을 촉구하는 총파업을 23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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