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노컷뉴스

[단독] '늑장출동 피살사건' 녹취록…막을 기회 3차례 이상

  • 0
  • 0
  • 폰트사이즈

사건/사고

    [단독] '늑장출동 피살사건' 녹취록…막을 기회 3차례 이상

    • 0
    • 폰트사이즈

    경찰 무전내용 단독 입수, 출동 경찰관 "동일 사건이다" 반복

    지난 12일 저녁 9시40분쯤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서 60대 여성이 아들 여자친구를 살해한 사건은 현장 출동 경찰관들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막을 수 있었던 인재(人災)였다.

    CBS노컷뉴스는 국회 안전행전위원회 야당 간사인 정청래 의원실을 통해 사건이 있었던 당일 저녁 서울지방경찰청 112센터와 용산경찰서 상황실, 한남파출소, 그리고 현장 출동 순찰차간 신고 녹취록과 무전 대화내용 전체를 확보했다.

    ◇ 피의자 아들 다급한 1차 신고전화
    <9시9분30초-11분17초(1분47초간)> 12775번 접수

    CBS노컷뉴스가 14일 단독 입수한 사건 당시 경찰 무전 대화 녹취록(사진 = 박지환 기자)

     

    서울지방경찰청 112신고센터가 다급한 남성의 전화를 받은 시각은 12일 저녁 9시9분30초.

    경찰이 사건 직후 밝힌 것보다 3분 빠른 시간이다.

    수화기 넘어 남성은 "한남동" "한남동 753-XX 103호요"라고 대뜸 말했다.

    서울청 112신고센터 접수자가 주소를 반복하며 "무슨 일이냐?"고 묻자 남성은 "어머니가 제 여자 친구와 말다툼을 했는데…여자친구가 집에 온다고 했는데 말릴려구요, 예전에 안좋은 일이 있었어요, 제지 좀 해달라고 전화를 했어요"라고 다급하게 말했다.

    어머니와 여자친구가 아직 만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한 서울청 112센터는 "아직 여자친구와 어머니하고 대면을 하지 않은 상황이니까 시비도 붙지 않았잖아요?"라고 되묻는다.

    그러자 남성은 "어머니가 지금 칼을 들고…칼 들고 지금 막 그러니까 내가 무서워서 전화를 한 거에요"라고 답했다.

    신고 녹취록에는 (흥분한 여자 욕설소리 계속 들림)이라고 표기됐다.

    112신고 센터는 다시 "신고자 분한테 그러는 거에요?"라고 되물었고, 남성은 "아 진짜, 여자 친구 오면 죽인다고…"라고 답했다.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한 112센터는 남성에게 경찰관을 출동시키겠다고 말한 뒤 상황실에 주소와 신고 내용 등을 기재했다.

    서울청 112센터에서 이런 절차를 거치면 관할서인 용산경찰서와 산하 파출소, 순찰차 내비게이션 등에 동시에 표기된다.

    ◇ 8분 전 별건의 가정폭력 사건 신고
    <9시1분1초-12분26초(12분25초간)> 12650번 접수

    피의자 아들 이모씨가 다급한 신고를 하기 약 8분 전 서울청 112신고센터에는 '한남동 757-XX, 지층 1호 가정폭력' 사건이 접수됐다. 사건번호도 12650로 분명히 달랐다.

    번지수도 달랐지만 실제 거주하는 방 호수도 '103호'와 '지층1'로 명확히 달랐다.

    같은 한남동이었지만 앞선 신고자는 "지층1호에서 가족이 싸움이 났다"고 호수를 적시했다.

    하지만 사건을 넘겨받은 한남파출소와 순찰차는 동일건으로 오인하기 시작한다.

    앞선 사건을 112센터로부터 확인한 용산경찰서 상황실은 9시1분 한남파출소에 "가정폭력건 12650번 어느 순찰차가 출발하는지?"라고 물었다.

    한남파출소 근무자는 "순찰 42호가 출발한다"고 답했다. 이 때 시각이 9시3분5초.

    몇분 뒤 다급한 목소리의 피의자 아들 신고전화를 112센터에서 넘겨받은 용산경찰서는 9시12분28초에 한남파출소로 무전을 쳐 "순2호 잠시만요, 한남파출소 폭행건?"이라고 묻는다.

    두번째 접수된 다급한 신고가 9시 1분에 접수된 사건과 다르다고 용산서가 먼저 인지한 것.

    하지만 한남파출소는 곧장 "상황실 12660 사건과 동일사건 같아요"라고 답한다.(한남파출소에서 12650번을 잘못 부름)

    이에 용산경찰서 상황실이 "몇번이랑 동일건이요?"라고 물었고 한남파출소 근무자는 "12660이요"라고 답한다.

    다른 사건이 동일 사건으로 뒤바뀌어 아까운 생명이 희생되는 잘못된 첫단추는 여기서 시작됐다.

    9시13분 19초에 용산경찰서 상황실은 "12650번 가정폭력건 동일건. 알겠습니다. 순찰42호, 43호가 출발했지만 일단 번지가 틀리니깐 동일건 면밀히 확인하시기 바랍니다"라고 환기시킨다.

    약 15초 뒤인 9시13분 34초와 37초에 순찰 43호와 42호는 "알겠습니다"라고 답신한다.

    ◇ 인근 다른 가족폭력 현장 가서 "사건처리 끝나간다"

    9시19분57초에 용산경찰서 상황실은 혹시나 하는 생각에 순찰 43호를 불러 "12650번 가정폭력건과 12775번 폭력건이 동일건인가요?"라고 다시한번 묻는다.

    약 10초 뒤 순찰 43호는 "네 일단 사건처리가 끝나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신고취소한다는 데 확인하고 있습니다. 순찰42호가"라고 답한다.

    앞서 신고된 현장에서 사건을 처리하고 종결시키고 있었던 것.

    다른 곳에서 다급한 살인사건이 벌어지기 직전이었지만 한 생명을 살릴 두번째 기회는 이렇게 날아갔다.

    기다려도 경찰이 오지 않자 조급해진 피의자 아들은 9시26분쯤 112센터에 다시 전화를 해 "왜 경찰이 오지 않느냐?"고 묻는다.

    강신명 경찰청장이 1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통일로 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의 경찰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이를 접수한 용산경찰서는 9시27분39초에 "순찰 42호, 독촉 재전화왔는데 신고자 만나지 못했나요? 12650번과 동일건 맞나요? 폭행건이?"라고 다시 확인한다.

    이에 순찰 42호는 "어떤 폭행건이요? 가정폭력 확인중인데요"라고 답한다.

    이에 용산서는 "동일건이 아닌 것 같습니다. 12775번 한남동 753-XX 103호?"라고 물었다.

    용산서는 조금 뒤 "42호 가정폭력건 종결됐으면 12775번 폭행건 753-XX번지 103호 출발해보세요"라고 지시한다.

    9시29분30초. 순찰42호는 "상황실, 가정폭력이 103호면 동일건입니다. 지금 103호입니다. 지금 내가 주소 확인했습니다"라고 답한다.

    용상서 상황실이 "알겠습니다, 현재 흉기는 확인이 되시나요? 어머니가 칼을 가지고 기다린다고 재신고 됐는데요?"라고 다시 묻는다.

    이에 42호 순찰자는 "아들이 좀 정상이 아닙니다, 참고하세요"라고 답한다.

    이 시간까지도 숨진 30대 여성 이씨는 남자친구 어머니 집에 도착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때만 현장 순찰차가 다른 사건이라는 것을 알아차렸으면 참사를 막을 수 있었지만 세번째 기회는 또 허무하게 날아갔다.

    용산서 상황실이 "신고자가 남자인데 아들이 현장에 있는 상황인가요?"라고 물었고 42호 순찰자는 "네, 아들과 아버지 조금씩 술에 취했습니다"라고 답한다.

    다른 사건 현장에 나가서 다른 사건 상황을 무전으로 주고받고 있었던 셈이다.

    약 6분후인 9시36분3초에 택시기사 시비건 현장에 출동했던 순찰 43호가 "사건 종결됐나요? 지원 필요하신가요?"라고 무전을 친다.

    이때 제일 처음 동일건으로 추정된다고 답했던 한남파출소 순찰팀장이 "43호 사건 종결됐으면 한번 지원해봐"라고 지시한다.

    이에 순찰43호가 "네"라고 답하고 순찰 42호는 "지원 안오셔도 됩니다"라고 말한다.

    바로 그 순간 42호 순찰차 경찰관은 "12755번하고 동일건이 아닌 것 같아요, 신고자 전화번호하고 다 틀리는데…"라고 무전을 친다.

    순찰차에 설치된 내비게이션을 그때서야 확인하고 한남동에서 비슷한 시간대에 두 개의 사건이 발생했고 신고자는 물론 전화번호, 사건 자체가 달랐다는 걸 인지하는 순간이다.

    ◇ 상황반전, 경찰이 알아차렸을 때는 두 여성 실랑이

    당황한 한남파출소 근무자는 "그 장소가 103호지요?"라고 묻자 42호 순찰차는 "(다른 사건은) 757-XX번지 103호인데요, (제가 출동한) 가정폭력건은 103호가 아니라 지하3호입니다 지하3호"라고 다급하게 말한다.

    사건 장소도 지상 103호와 지하1층 3호 달랐지만 순찰차 내비게이션을 확인한 뒤에야 이 사실을 깨달은 것.

    약 3분 뒤인 9시39분58초에 한남파출소는 순찰43호를 다급하게 찾았고 43호 순찰자는 출발하겠다고 답한다.

    하지만 불과 1분여 뒤인 9시41분21초 순찰 43호 근무자는 다급한 목소리로 "한남파출소 지원 부탁합니다, 빨리 지원부탁합니다"라고 큰소리로 무전을 쳤다.

    한남파출소는 다른 순찰차인 41호가 교통사고건에 출동한 것을 확인한 뒤 용산경찰서에 지원을 요청했고 용산서는 이태원파출소 순찰차 지원을 요청한다.

    바로 이 순간이 여자친구 이씨가 남자친구 어머니 집을 찾았다가 20cm 길이의 과도로 명치를 찔려 복부자상을 당하는 순간이었다.

    이태원파출소 순찰차 32호까지 출동했지만 9시43분 40초에 순찰 43호는 "지금 여성 1명이 출혈이 굉장히 심합니다, 구급차 지원 빨리 부탁합니다"라는 다급한 요청이 들어온다.

    놀란 용산경찰서 상황실이 "흥분하지 말고 보고해보세요"라고 요구하지만 "지금 관련자가..."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무전은 끊긴다.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