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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교과서 부활…이승만·박정희·친일·제주4.3 등 민감한 이슈는?



사건/사고

    국정교과서 부활…이승만·박정희·친일·제주4.3 등 민감한 이슈는?

    역사학자들 "획일화된 사관만 일방적으로 강요" 우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이 정치권으로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민감한 현대사 이슈들이 어떻게 표현될지에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이승만 초대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 5.16 쿠데타, 제주 4.3사건 등 굵직굵직한 역사적 인물과 사건들이 획일적 시각으로 찬양.미화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당장 나온다.

    정부와 여당은 추석을 전후해 국검인정 구분고시 행정예고를 할 것으로 전해져 2017년부터 중고교생들이 국가가 지정한 '하나의 역사'를 배우게 될 전망이다.

    ◇ 다양한 사관 사라지고 획일화된 평가만 주입

    국정교과서는 교육부가 지정한 역사학자들이 자신들의 사관만으로 역사를 기술하고 한 종류의 교과서만으로 학생들 교육에 쓰이게 된다.

    이에 따라 시각이 엇갈리고 의견이 분분한 역사적 인물이나 사건에 대해서는 일방적이고 획일적인 사관만 주입될 수 있다는 게 대다수 역사학자들의 지적이다.

    이승만 초대 정권이나 박정희 군사 정권, 5.16 쿠데타, 제주 4.3 사건 등을 바라보는 시각은 보수 진보 진영에 따라 여러 시각이 존재한다.

    역사적 평가가 끝나지 않았거나 합의되지 못한 사건들도 수두룩하다.

    실례로 역사학자인 이인호 KBS 이사장은 "한강의 기적은 이승만 시대의 유산을 활용한 덕분"이라며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역사적 재평가를 해서 우리나라의 국부(國父)로 예우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지난 7월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이승만 전 대통령 50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오늘날 대한민국의 번영을 가능하게 한 이 나라의 모든 얼개는 이 전 대통령의 손으로 놓았다"며 한껏 추켜세웠다.

    하지만 이승만 초대 대통령은 4.19 시민혁명으로 권좌에서 물러났고, 헌법에서 4.19정신을 계승한다고 명시돼 있다.

    공(功)보다는 과(過)가 더 많은 것으로 역사에 기술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재조명과 집권 여당 대표의 용비어천가, 그리고 정부와 여당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국정교과서 등은 결국 특정 세력의 정치적 필요성 때문이라는 지적이 당장 나온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 7월 재미동포 간담회에서 "좌파세력이 학생들에게 부정적 역사관을 심어주고 있어 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앞서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북한이 남침했을 때 이 전 대통령은 도망갔다"며 "국민에게 '서울을 사수하고 있으니 안심하라'면서 한강 인도교를 폭발시킨 장본인"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전국역사교사모임 조한경 회장은 CBS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이 전 대통령의 독재는 시민혁명으로 마무리됐고, 이에 따라 평가도 끝이 났다"며 "초대 대통령으로서 공이 있는 것은 맞지만 이미 정리된 역사를 되돌려 건국의 아버지로 학생들에게 가르칠 수는 없다"고 말했다.

     

    ◇ 과거 군사독재 찬양했던 국정교과서 전철 밟게될까?

    유신헌법 등으로 인권을 말살하고 장기 독재를 감행했던 군사정권에 대한 미화도 우려된다.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은 '한국 산업화의 역군'과 '친일 독재자'라는 평가가 엇갈린다.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왜곡과 폄훼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보수논객 지만원(73)씨는 "박정희 전 대통령은 정신적 지도자"라고 밝히기도 했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1974년 박정희 대통령께서 2개 산업단지 지정으로 경남이 40년 먹고살 기회를 주셨다"고 찬양하기도 했다.

    반면 진중권 교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은 일제의 제국주의적 야욕의 물리적 탄압기구인 관동군에서 장교로 근무했다"며 친일행적을 비판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도 "장준하 선생의 죽음을 통해 민족의 저항 앞에 부끄러워하는 독재권력의 실체를 알게 됐다"며 "자신들의 치부를 감추기 위해 어떤 악랄한 짓도 서슴지 않는 독재권력의 속성"이라고 박 전 대통령을 평가했다.

    정부여당이 단일한 시각으로 자긍심을 가지고 한국사를 배우자며 국정교과서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도 과보다는 공쪽으로 무게가 쏠릴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례로 지난 1979년 발행된 고등학교 국정교과서에는 5.16 쿠데타에 대해 "박정희 장군을 중심으로 하여 일어난 혁명군이 대한민국을 공산주의자들의 침략 위협으로부터 구출하고 국민을 부정 부패와 불안에서 해방시켜 올바른 민주주의 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시행된 것"이라고 적시하기도 했다.

    당시 국정교과서는 정통성 없는 군사정권의 허물을 가리기 위한 정치도구이자 학생들에게 왜곡된 역사인식을 심는 수단으로 활용됐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김한종 교원대학교 역사교육학과 교수는 "정부가 국정교과서를 추진하겠다는 발상은 기존 역사학계가 지나치게 비판적이라는 지적에서 출발한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지난 정권의 민감한 이슈들이 특정한 방향으로 서술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국정교과서가 이승만 정권이나 박정희 정권에 대한 비판보다는 공(功)에 더 비중이 둘 수 있다는 전망이다.

    ◇ 학생들은 다양한 시각으로 역사 돌이켜 봐야

    초대 정권이나 군사정권의 독재가 당시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이뤄졌다는 측면이 강조되거나 친일행위를 옹호하는 내용도 은연중에 국정교과서에 서술될 수 있다는 게 역사학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조광 서울 시사편찬위원회 위원장(고려대학교 한국사학과 명예교수)은 "이승만 독재를 미화할 필요가 있는 사람은 건국의 아버지로 볼 것이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인권침해 등은 싸그리 무시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조 위원장은 또 "UN에서 교과서 서술에 있어 정치인들의 개입을 막아야한다는 규정을 만들었다"며 "역사 연구자 스스로가 연구한 것을 존중하라고 국가에 요구한 것인데 정부가 추진하는 국정교과서는 이런 권고사항을 무시하는 무식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조 위원장은 이어 "(역사적 사건에) 의견이 분분한 점은 분명히 있다"며 "이런 점에 대해 더 활발하게 토론을 장려해야지 하나의 사관이 일방적으로 옳다고 제시하면 사상통제에 지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한종 교수 역시 "국정교과서를 누가 집필하든 이번 논란을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상당 부분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제주 4.3 사건 역시 국가 폭력으로 인한 민간인 학살이 자행된 것으로 이미 인정돼 지난 2014년 국가기념일로 지정됐지만, 여전히 일각에서는 남조선노동당(남로당)을 비롯한 좌익세력이 남한의 정부 수립을 방해하기 위해 무장봉기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인물과 사건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상황에서 단일한 국정교과서의 등장은 획일화된 사관만을 학생들에게 주입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RELNEWS:right}

    교육부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역사 국정교과서를 쓰는 국가는 그리스와 터키, 아이슬란드 등 세 곳뿐이다.

    터키와 아이슬란드는 국정교과서와 민간 발행 교과서를 혼용하고 있어 단일 국정교과서를 사용하는 국가는 그리스가 유일하다.

    OECD 국가 중 나머지 31개 나라는 민간에서 교과서를 만들고 정부가 심사를 하는 검인정 체제 혹은 정부가 아예 교과서 작성에 개입하지 않는 자유발행제를 택하고 있다.

    OECD 회원국 이외에 국정교과서를 쓰는 나라는 중국과 북한, 베트남, 스리랑카, 몽골 등 소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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