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노컷뉴스

[사설] 정부의 실패, 병원의 실패, 환자의 실패

  • 0
  • 0
  • 폰트사이즈

사설/시론/칼럼

    [사설] 정부의 실패, 병원의 실패, 환자의 실패

    • 0
    • 폰트사이즈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신규환자 발생은 이틀째 잠잠하고 사망자도 1주일째 제로다. 최종 종식선언이 있기 전까지 결코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되겠지만 어두운 터널의 끝이 보이는 것 같아 천만다행이 아닐 수 없다.

    7일로 첫환자 발생 50일째를 맞고 사태가 수습단계로 접어드는 이 즈음에 갖게 되는 의문은 의료 선진국이라 자부하는 우리나라가 왜 이토록 감염병에 힘없이 허물어졌는가 하는 점이다. 의료관광지로 각광받던 한국은 메르스 여파로 여행기피국으로 낙인찍히는 수모를 겪었다.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할 때, 메르스에 뚫린 원인은 크게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정부의 실패다. 사전 대비와 사후 대응이 모두 실패했다. 지난 2012년 중동에서 메르스가 발생하자 질병관리본부는 2013년 메르스대책위원회를 만들었다. 그런데 그 뿐이었다. 전병율 질병관리본부장이 메르스대책위를 만들고 퇴임했으나 후임 본부장 자리다툼 때문에 6개월 공석으로 허송세월했고, 후임 질병관리본부장은 메르스대책위를 제대로 가동하지 않았다고 한다. 사전 준비가 펑크나면서 환자의 조기발견과 초기대응이 모두 실패했다.

    첫 환자가 발생한 이후에도 질병관리본부는 역학조사 과정에서 매뉴얼을 따르지 않고 우왕좌왕했다. 전문성 부족과 정부내 소통부족이 겹치면서 초기격리대상 확대와 투명한 정보공개에 실패해 사태를 눈덩이처럼 키웠다. 보건복지부 장차관은 경제나 복지 전문가이고, 질병관리본부 주요 보직자들도 의료에 대한 전문성 및 조직장악력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둘째 병원의 실패다. 대표적인 슈퍼전파자인 14번 환자는 평택성모병원과 평택굿모닝병원을 거쳐 5월27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입원했으나 삼성병원측은 이런 기초 자료를 확보하고도 초기에 아무런 의심을 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병원의 초기대응 실패가 건장한 이 환자로 하여금 사흘간 응급실과 주변에 바이러스를 퍼뜨리도록 방치한 꼴이 됐다. 삼성병원측의 오만과 보건당국의 병원에 대한 통제력 상실이 어우러져 사태를 키웠다.

    셋째 환자의 실패다. 메르스 1번 환자는 4곳의 병원 문진 과정에서 중동을 방문한 사실을 숨겨 결국 확진판정이 늦어지게 됐다. 이후에도 다수의 환자들이 평택성모병원이나 삼성서울병원 등 메르스 발생 병원에서 치료받은 경력을 숨기고 여러 병원을 전전했다. 물론 이 경우는 많은 병원들이 메르스 의심환자를 꺼리는 것도 원인이 됐다.

    결과적으로 의료선진국 대한민국이 메르스에 뚫린 이유는 정부의 안일한 사전대비와 허술한 통제력, 거대 병원의 오만 등이 어우러졌다. 감염병 환자의 격리와 같은 응급실 구조개선이라든가 독특한 간병문화도 이번 기회에 손을 대야 한다.

    메르스 사태는 측량하기 어려운 엄청난 경제적 손실과 함께 사회적으로도 집단적 패닉현상을 초래했다.

    의사출신이자 새누리당 메르스대책특위 위원장인 신상진 의원은 ‘방역이 곧 경제’라며 철저한 방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관광, 의료계가 타격을 입고 가뜩이나 어려운 자영업자들이 직격탄을 맞은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머지 않아 메르스 사태가 종식되고 책임자 추궁의 굿판이 벌어지고 나면 메르스의 교훈은 서서히 잊혀지고 말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월호의 교훈을 잊으면 안전사고가 갑자기 우리의 뒤통수를 치고 등장할 수 있듯이 바이러스 보다 무서운 것이 망각이다.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