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팔고 그 돈으로 세계여행 가자!"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살아가던 가족에게 어느날 아버지가 말했다. 아버지는 아이들이 세상의 문으로 나설 준비를 하고 있는 이 중요한 시기에 가족이 함께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나이 오십의 가장은 1년이라는 시간 동안 가족과 함께 유라시아대륙을 여행하겠다고 결심했다. 그랬더니 사람들은 이렇게 물어봤다.
"아 돈이 좀 있나요?"
- 아닌데요. 재산이라고는 달랑 하나 있는 아파트였는데, 그것마저 정리하고 갑니다.
"그럼 사회 적응에 문제가 좀 있나요?"
- 아닌데요. 20여 년간 전시 디자이너로 열심히 살아왔고 저만의 독보적인 영역, 그로 인해 생긴 조금의 기득권마저 버리고 갑니다.
"아, 그럼 아이들이 학교에서 왕따?"
-. 아닌데요. 아이들 셋 모두 학교에서 오히려 친구가 많아 문제입니다.
몸매가 빼빼해서 붙여진 '빼빼가족'은 그렇게 세계여행을 떠났다. 유라시아대륙의 동쪽 끝 대한민국 갑절곶에서 서쪽 끝 포르투갈 호카곶까지 숙식이 가능한 미니버스를 몰고 용감하게 길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