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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건설 김상열 회장, 대의 접고 실리와 고향민심을 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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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호반건설 김상열 회장, 대의 접고 실리와 고향민심을 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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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6개월여 동안 금호산업 인수전을 둘러싸고 뉴스의 중심에 선 인물은 단연 ‘호반건설 김상열 회장’이었다.

    금호산업 채권단이 호반건설이 써낸 6천7억원은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이라며 유찰을 선언하면서 인수전은 막을 내리면서 호반건설 김상열 회장이 쟁취하고자 했던 금호그룹을 향한 도전과 야망은 일단 실패했다.

    김 회장은 오래전부터 주변 사람들에게 “현 금호 경영진이 금호를 지킬 수 없다면 다른 지역 기업에 빼앗기는 것 보다 그래도 호남기업인 호반이 금호를 가져오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는 발언을 해왔었다.

    그런 그가 금호를 돌연 포기한 것을 두고 시장에서는 뒷말을 낳고 있다. 그러나 김 회장의 6개월 행적을 결산하면 금호산업 인수라는 대의는 접었지만 실리도 챙기고 고향의 민심도 얻었다.

    재계에서는 그가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금호산업 인수전을 향한 언행 때문에 8천억∼1조까지도 쓰지 않겠느냐고 전망했으나 인수의향서에는 결국 6천억 원이 적혀 있었고 이에 따라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다.

    채권단은 물론이고 일부 언론에서 “호반이 금호의 백기사였다”부터 “그럴 거면 왜 공개적으로 ‘1조원도 문제없다’며 흥행성을 부추기는 발언을 했냐”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실제로 김 회장은 오래전부터 금호인수전에 강한 의지를 보여 왔고 공.사석에서도 그런 뜻을 밝혀 왔었다. 그런데 시장의 예상을 깨고 낮은 금액을 응찰 액으로 제시한 이유는 왜일까.

    지금까지 호반이 밝힌 코멘트는 “자신들이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이다. 또 실사를 하고보니 아시아나항공 회사채 6천5백억 원을 비롯해 잠재적인 우발성 채무 등을 감안한 것이다. 채권단이야 당연히 높은 금액을 받고 싶겠지만 그렇다고 승자의 저주를 경험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호반건설이 굳이 이런 입장을 밝히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사실 김 회장은 지난 3월 20일 광주상의회장에 선출 됐을 때부터 이미 예견됐다.

    한 기업의 오너가 아니라 지역 상공인 모두를 아우르고 경제발전을 견인해야하는 공인의 입장에 있어 금호와 같은 향토기업 간에 물고 물리는 인수전에 공격적으로 나서기에는 여간 부담이 되었을 것이다.

    또 언론에 1조원 인수설이 나돌던 4월 14일 김 회장은 CBS와 단독으로 만나 “그렇게 무식하지 않다. 광주상공회의소 회장의 직책에 있음도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입찰의향서 제출 하루 전인 27일 오후에도 CBS와의 문자 메시지에서 “현실적으로 가겠다. 모든 사람들이 공감하는 선에서 결정 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김 회장은 여러 차례 언론과의 만남에서 절대 공격적인 베팅을 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냈으나 시장이 이를 인식하지 못한 것 같다.

    김 회장의 “1조원도 동원 가능하다”는 표현이나 하나금융으로부터 4천억 원 규모의 투자확약서를 받은 것은 다른 각도에서 해석하자면 실탄이 없어서 6천억 원을 써낸 것은 아니라는 것을 대내외에 천명한 셈이다.

    김 회장이 금호 인수전을 통해 챙긴 실리는 최근 6개월 동안 매일같이 쏟아낸 온오프라인 뉴스에 ‘호반건설’과 ‘김상열 회장’이 오르내리며 명실 공히 전국구 기업, 전국구 인물로 확연하게 자리 잡았다는 점이다.

    지난해 분양물량 1위를 차지한 호반건설은 올해 전국에서 1만2천여 가구를 분양한다. 특히 수도권에 분양 물량이 집중돼 있어 이번 기회에 전국구로 끌어 올린 브랜드 가치를 활용하면 분양시장에서 대박을 맞을 수 있다.

    다음으로 고향 땅에서 민심을 얻었다. 호반건설이 처음 금호인수전에 뛰어든다고 했을 때 지역 상공인들은 물론이고 지역민들도 “왜 광주를 기반으로 한 향토기업 간에 싸우려 하는지 모르겠다”는 인식이 강했다.

    대부분의 지역 언론도 지역민들의 정서를 들어 “M&A 시장에 나와 있는 많은 기업을 두고서 왜 금호를 빼앗으려 하느냐”는 논조가 많은 것도 부담이 되었을 것이다. {RELNEWS:right}

    결국 김 회장이 채권단은 경악했지만 금호가 가장 선호하는 5∼6천억 원대에 근접한 금액을 응찰 액으로 써냄으로서 고향 사람들의 민심을 대반전 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지난 3월 광주상공회의소 회장 선거를 둘러싸고 금호와 호반이 맞대결을 벌이는 상황이 연출되면서 선거가 끝난 후 지역 상의가 하나로 뭉치지 못하고 회원들이 승자와 패자로 갈렸다.

    그러나 김 회장이 웅변을 통해 금호를 확실하게 도와주는 결과가 되면서 광주상의가 선거 후유증에서 벗어나 다시 하나로 뭉칠 계기를 마련했다.

    호반이 이번에 금호를 품지 못했지만 고향에서는 금호와 상생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서 호반이 더 큰 박수를 받는 이유다.

    다만 김 회장이 “금호산업 인수전 과정에서 얻게 된 주식매매 시세차익 3백억 원을 사회 환원 하겠다”고 밝힌 약속은 현재 완료형이 아니고 아직 진행형임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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